'경력직 루키' 홍예은 "한국 코스에 혼쭐나는 중…'가을 여왕' 기대해주세요"

LPGA투어 뛰다가 국내 돌아온 '중고신인' 홍예은
호주 아마추어 메이저대회 우승하며 해외 진출
LPGA 투어서 2년 연속 퍼팅 1위 차지
"플레이와 스타일 매력적인 선수 되고파"
지난 10일 KLPGA투어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티샷하는 홍예은.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한국 투어와 코스에 계속 혼쭐나고 있어요(웃음). 그래도 조금씩 적응되면서 자신감도 올라오고 있습니다. 가을의 홍예은을 기대해주세요."

홍예은(22)은 한국여자골프(KLPGA) 투어에서 독특한 길을 걷고 있는 선수다. 보통은 주니어 유망주 시절을 거쳐 국내 투어에서 프로로 데뷔한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미국 무대에 도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홍예은은 해외 무대에서 먼저 프로로 활동한 뒤 한국으로 돌아왔다. 2019년 호주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우승을 계기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다가 올 시즌부터 KLPGA투어로 복귀했다. LPGA투어에서 KLPGA투어로 복귀한 '경력직 루키'의 등장에 업계에서도 기대감 가득한 시선이 쏠렸다. 여자 골프업계의 '큰 우산'인 메디힐이 메인스폰서로 나섰을 정도다.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홍예은은 "올 시즌을 대비해 많은 준비를 했는데 이제 조금씩 제가 생각한 샷이 나오고 있다"며 "지금까지 연착륙을 위한 시간을 보냈다. 본격적인 제 플레이를 보여드리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호주 아마추어 대회 우승하며 '해외진출'

홍예은은 주니어 시절 손꼽히는 유망주였다. 2018년부터 2년 내리 엘리트 골퍼의 코스라는 국가대표 상비군에 뽑혔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이던 2019년 겨울, 국가대표 선발에서 '삐끗'했다. 실의에 빠져있던 그에게 아버지는 "해외 아마추어 대회에서 기분전환을 하자"고 제안했다. 충동적으로 아마추어들의 메이저대회로 꼽히는 호주 여자 아마추어 챔피언십 출전을 결정했고, 이 대회에서 홍예은은 깜짝 우승을 거뒀다. 이 우승은 홍예은의 커리어에 전환점이 됐다. 이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LPGA투어 정규 대회 2곳에 출전할 자격을 따냈다. 그는 "LPGA투어는 완전 신세계 같았다"고 말했다. 완벽한 연습환경, 세계 톱랭커들과 함께 플레이하는 경험은 홍예은의 도전의식을 자극했다. 그해 곧바로 LPGA투어 시드를 따내는 퀄리파잉 스쿨에 도전해 2차 예선을 4등으로 통과했다. 하지만 나이 제한 규정 탓에 Q시리즈 최종전에는 출전하지 못했다. 대신 2부투어 풀시드를 받아 미국에서 먼저 프로로 전향했다.

2년 뒤인 2022년 정규투어 카드를 따냈다. 우승컵은 들어올리지 못했지만 인상깊은 성과를 거뒀다. 루키 시즌에 BMW 챔피언십에서 톱10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평균 퍼트 1위(28.12개), 그린 적중 시 홀당 퍼트 1위(1.72개)를 기록할 정도로 그린에서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퍼팅 비결에 대해 "반드시 넣겠다는 각오"라고 말했다. "미국 대회코스는 전장이 길고 러프가 너무 길어요. 페어웨이를 놓쳤다가는 타수를 잃을 위험이 큽니다. 어떻게든 타수를 지켜야 한다는 다짐 때문에 퍼트를 더 집중해서 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낸 것 같아요."
사진=KLPGA

◆건강문제로 '한국 유턴'… 목표는 "가을 여왕"

한국 무대로 복귀를 결심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중, 컨디션이 급격히 나빠지며 몸무게가 단숨에 6kg이나 빠졌다. 갑상선 저하증 탓이었다. 체력이 뒷받침해주지 못하자 경기력도 떨어졌다. 건강을 관리하며 선수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국내 복귀를 결정했다.

'꿈의 무대'라는 LPGA투어에 진출하고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결정은 쉽지 않았다. 홍예은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질 모습을 먼저 걱정하며 스스로 위축되는 순간도 적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오자 동료들은 따뜻하게 반겨줬다. 그는 "주니어 때 같이 활동하던 언니, 동생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대회때 이동 부담이 크게 줄어 투어 활동이 훨씬 즐거워졌다"고 말했다.

이제 국내 복귀 두달째,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올 시즌 6개 대회에 출전해 개막전인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에서만 커트 통과에 성공했다. 그는 "산악코스가 많고 그린이 위로 솟은 '포대그린'이 많아 제 장점인 숏게임을 살리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그래도 "한국 코스와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시즌을 이어가는 전략에서도 '미스'가 있었단다. 그는 "미국에서는 대회마다 코스 컨디션이 비슷해 이전의 좋은 느낌을 이어가는데 집중했다"며 "한국에서는 매 대회 빠르게 코스 특성을 파악하고 적응해야 한다는 사실을 시즌이 시작되고서야 깨달았다"고 말했다.

올 시즌 들어 스윙도 교정하고 있다. 스윙 시퀀스를 보다 간결하게 다듬고, 드로우 구질을 스트레이트성 페이드로 바꾸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달 들어 스윙과 플레이에 대한 불안감이 줄어들고 있다"며 "한국 코스에 적응하면서 조금씩 제가 생각하는 플레이도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홍예은은 "매력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플레이에서도, 스타일도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 선수가 되고싶다"는 포부다. 최근 연한 보라색으로 탈색한 헤어스타일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그의 모습은 KLPGA투어에 또 하나의 '스타 플레이어' 탄생을 기대하게 한다. 그는 "'홍예은 만의 플레이'도 곧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가을 여왕'에 출사표를 던졌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가을이에요. 올 가을에는 꼭 멋지게 우승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수원=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