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할인에서 멤버십까지…배달앱 3사 수천억원 '출혈경쟁'

무료배달 도입에 배달앱 '지각변동'…쿠팡이츠, 요기요 제치고 2위로
배민도 멤버십 도입 예고…배달앱 3사 간 경쟁 격화할 듯
"음식점주는 수수료 늘고 소비자는 지불 가격 올라 피해 우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 3사의 고객을 빼앗기 위한 '출혈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3사의 경쟁은 배달비 할인 혜택을 두고 지난해 점화했다.

지난달 '무료 배달'로 다시 달아오른 이들 경쟁은 최근 구독제 서비스 도입을 계기로 격화하는 모양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국내 배달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그러나 고객을 잡기 위한 3사 간 극한 경쟁이 고스란히 음식점주들과 소비자들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배민도 구독제 멤버십 도입 예고…3사간 '경쟁 격화'
19일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최근 구독제 멤버십 도입을 예고했다.

서비스 명칭은 '배민클럽'으로, 매월 일정 구독료를 내는 회원이 되면 알뜰배달(다건 배달) 배달료 무료, 한집배달 배달료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게가 설정한 최소 주문액 이상이면 1인분만 주문해도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다른 쿠폰을 동시에 써서 추가 할인을 받을 수도 있다.

현재 쿠팡이츠는 쿠팡 유료 멤버십인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묶음배달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요기요도 배달 멤버십 요기패스X 회원을 대상으로 1만5천원 이상을 주문하면 음식을 무료로 배달하고 있다. 3사가 모두 멤버십을 운영하면 배달 시장 내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배민 멤버십 도입은 최근 쿠팡이츠 성장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현재 배달 시장이 정체 상태에 머물러 있어, 각 업체가 돌파구를 찾느라 분주하다"며 "배민은 자사 이용자 수를 지키려고 멤버십을 도입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쿠팡이츠는 지난 3월 26일부터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료 배달'을 하겠다고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자 요기요는 지난달 1일 요기패스X 구독료를 월 4천900원에서 2천900원으로 내렸다.

배민도 같은 날부터 고객이 기존 '10% 할인' 대신 알뜰배달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늘렸다.

지난달 13일 쿠팡이 월회비를 월 4천990원에서 7천890원으로 58.1% 올리자, 배민은 배달 정책을 다시 바꿨다.

알뜰배달 무료만 유지하고 10% 할인 선택지를 없애는 대신 한집배달 기본 배달비를 인하한 것이다.
배달앱 업체들이 무료배달을 도입하며 시장에는 지각변동이 일었다.

사용자 기준으로 3위에 있던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치고 처음 2위로 올라섰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이하 와이즈앱) 분석에 따르면 3월 쿠팡이츠 앱 사용자는 649만명으로, 요기요 앱 사용자(598만명)를 넘어섰다.

쿠팡이츠가 요기요를 제치고 배달앱 2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19년 6월 출시 이후 처음이다.

지난달에는 고객 수 격차가 더 커졌다.

쿠팡이츠 앱 사용자는 697만명으로 요기요(576만명)보다 121만명 많다.

고객 수 격차는 전달 51만명의 두 배 이상으로 벌어졌다.

시장 1위인 배민 사용자 수는 지난달 2천109만명으로 쿠팡이츠의 세 배 수준이었으나, 전월 사용자(2천126만명)보다 17만명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쿠팡이츠는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배달 시장을 흔들었다.

쿠팡이츠가 지난해 4월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최대 10% 할인 혜택을 제공하자, 배민도 '상시 10% 할인쿠폰' 카드를 꺼냈다.

요기요는 유료 회원제인 요기패스X를 개편했다.
◇ 경쟁에 드는 비용 '수천억원 추산'…점주와 소비자 피해 우려
배달앱 3사는 배달비를 없애면서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업체들이 지금의 '출혈 경쟁'을 지속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3사의 마케팅 비용과 관련해 "할인 경쟁이 붙었던 작년에도 수천억원을 썼을 테고, 올해도 수천억원을 쓸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또 다른 외식업계 관계자는 "그야말로 '생존'을 건 싸움인데, 이런 극한 경쟁이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영업자들은 배달앱 간 경쟁 격화가 고스란히 음식점주들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라고 우려한다.

'무료 배달' 가게가 되려면 판매액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새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는데, 이전보다 수수료가 늘어난다고 자영업자들은 토로했다.

배민의 경우 6.8%의 수수료에 더해 점주 부담 배달비 2천500∼3천300원을 부담하는 '배민1플러스'에 가입해야 한다.

쿠팡이츠 역시 9.8%의 수수료에 배달요금 2천900원인 '스마트 요금제'에 들어야 하고, 요기요 역시 수수료를 12.5% 부담해야 한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기존 요금제를 쓰는 업체는 무료배달을 찾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못 받아 결국 새 요금제를 쓰지 않고는 버틸 수 없게 된다"며 "새 요금제로의 전환을 반강제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외식업단체 대표들이 지난 16일 정부에 배달앱 수수료 부담을 낮춰달라고 건의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배달 수수료 부담이 커지자 KFC, 파파이스 등은 이미 '이중 가격제'를 도입해 같은 메뉴라도 매장 주문보다 배달 주문을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구독료나 배달료에 더해 음식에 추가된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에 대해 "무료 배달은 언뜻 좋아 보이지만 결국 음식 가격에 전가되는 등 눈속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