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맷자락 펄럭이며 나는 꾀꼬리…서울무용단 '일무' 네번째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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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공연…진중한 궁중무용, 현대 감각으로 재해석
고아한 춤사위에 파격 동작 가미…음악·의상이 주는 재미도 '쏠쏠' 초록색 궁녀 복장의 무용수들이 하얀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잔발디딤'(무릎을 굽힌 채 낮은 자세로 빨리 걷는 동작)으로 무대 위를 뛰어다닌다. 마치 새가 짝을 찾아 날아가는 듯한 모습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새어 나온다.
지난해 미국 뉴욕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16∼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네 번째 무대를 올렸다.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디자이너 겸 연출가인 정구호가 연출을 맡아 2022년 초연한 이후 지난해 서울 재공연과 뉴욕 공연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무대다.
공연은 조선 역대 임금의 문덕을 칭송한 음악 '보태평'에 맞춰 추는 문관의 춤 '전폐희문지무'로 시작한다.
비교적 느린 춤사위로 시작하는 춤은 조명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의상 덕분에 경건한 종교의식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초연 때 남색이던 의상을 재공연 이후로는 흰색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역대 임금의 무공을 칭송한 음악 '정대업'에 맞춰 추는 무관의 춤 '정대업지무'는 군무의 정석을 보여준다.
선명한 주황색 무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민첩한 움직임이 일사불란한 칼군무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마치 주황색 파도를 연상시킨다. 전통의상에서는 보기 드문 색상인 주황색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안긴다. 공연은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생신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춘앵무'에서 절정에 이른다.
버드나무 가지의 꾀꼬리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는 '춘앵무'는 초록색 의상에 폭이 넓은 흰 소매를 살랑거리는 우아한 춤사위로 시작한다.
온전히 호흡으로만 움직이면서 우아하고 끊어지지 않는 동작을 구현해야 하는 한국무용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아한 춤사위는 '춘앵무 응용'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로 변모한다.
큰 관을 쓴 무용수들이 머리를 그대로 두고 몸만 움직이는 것처럼 춤을 춘다.
마치 관은 그대로 서 있고 몸만 머리와 분리돼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한국무용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다리를 드는 동작도 파격이다.
이어 대나무처럼 수직으로 세워진 흰 장대 사이에서 3명의 남성 무용수가 절도 넘치는 군무를 추는 '죽무'가 등장한다.
빠른 속도의 몸 회전과 휘몰아치는 듯한 팔의 움직임, 위아래로 강하게 뛰어올랐다가 내려오는 연속 동작이 강렬한 힘을 보여준다.
마지막 '신일무'에선 감각적으로 창작된 현대적인 안무가 촘촘하고 빠르게 펼쳐진다. 궁중 음악인 '정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음악이 주는 즐거움도 크다.
짜랑짜랑한 편종 소리와 왁자지껄한 피리 소리를 최대한 자제해 정제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큰북 소리도 서양 음악에서처럼 터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조절했다.
흥미로운 것은 아쟁과 편경 소리에는 더블베이스와 싱잉볼과 같은 서양 악기를 사용한 점이다.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의 모호한 소통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 악기와 유사한 소리를 구현했다.
더블베이스의 중음과 고음만을 살려 아쟁과 같은 소리를 냈고, 싱잉볼에 수건을 넣고 마림바 채로 세게 내려쳐 편경 소리를 만들어냈다.
정갈하면서도 화려한 의상도 '일무'의 또 다른 볼거리다.
'춘앵무'에서는 무용수가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초록색이던 의상이 팔을 들면 흰색으로 보이고 다리를 들면 적색으로 보이도록 했다. '신일무'에선 흰색 상의와 파란색 저고리, 적색 치마가 태극기를 떠올리게 한다.
/연합뉴스
고아한 춤사위에 파격 동작 가미…음악·의상이 주는 재미도 '쏠쏠' 초록색 궁녀 복장의 무용수들이 하얀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잔발디딤'(무릎을 굽힌 채 낮은 자세로 빨리 걷는 동작)으로 무대 위를 뛰어다닌다. 마치 새가 짝을 찾아 날아가는 듯한 모습에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새어 나온다.
지난해 미국 뉴욕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가 16∼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네 번째 무대를 올렸다.
'일무'는 국가무형문화재이자 유네스코 세계인류무형유산인 '종묘제례악'의 의식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디자이너 겸 연출가인 정구호가 연출을 맡아 2022년 초연한 이후 지난해 서울 재공연과 뉴욕 공연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 무대다.
공연은 조선 역대 임금의 문덕을 칭송한 음악 '보태평'에 맞춰 추는 문관의 춤 '전폐희문지무'로 시작한다.
비교적 느린 춤사위로 시작하는 춤은 조명을 받아 새하얗게 빛나는 의상 덕분에 경건한 종교의식의 분위기를 자아낸다. 초연 때 남색이던 의상을 재공연 이후로는 흰색으로 바꿔 사용하고 있다.
역대 임금의 무공을 칭송한 음악 '정대업'에 맞춰 추는 무관의 춤 '정대업지무'는 군무의 정석을 보여준다.
선명한 주황색 무관 의상을 입은 무용수들의 민첩한 움직임이 일사불란한 칼군무를 만들어내는 모습은 마치 주황색 파도를 연상시킨다. 전통의상에서는 보기 드문 색상인 주황색은 이국적인 느낌마저 안긴다. 공연은 효명세자가 어머니 순원왕후의 생신을 기념해 만들었다는 '춘앵무'에서 절정에 이른다.
버드나무 가지의 꾀꼬리 모습을 보고 만들었다는 '춘앵무'는 초록색 의상에 폭이 넓은 흰 소매를 살랑거리는 우아한 춤사위로 시작한다.
온전히 호흡으로만 움직이면서 우아하고 끊어지지 않는 동작을 구현해야 하는 한국무용의 원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고아한 춤사위는 '춘앵무 응용'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로 변모한다.
큰 관을 쓴 무용수들이 머리를 그대로 두고 몸만 움직이는 것처럼 춤을 춘다.
마치 관은 그대로 서 있고 몸만 머리와 분리돼 움직이는 듯한 착각이 들게 한다.
한국무용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다리를 드는 동작도 파격이다.
이어 대나무처럼 수직으로 세워진 흰 장대 사이에서 3명의 남성 무용수가 절도 넘치는 군무를 추는 '죽무'가 등장한다.
빠른 속도의 몸 회전과 휘몰아치는 듯한 팔의 움직임, 위아래로 강하게 뛰어올랐다가 내려오는 연속 동작이 강렬한 힘을 보여준다.
마지막 '신일무'에선 감각적으로 창작된 현대적인 안무가 촘촘하고 빠르게 펼쳐진다. 궁중 음악인 '정악'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음악이 주는 즐거움도 크다.
짜랑짜랑한 편종 소리와 왁자지껄한 피리 소리를 최대한 자제해 정제된 느낌이 들도록 했다.
큰북 소리도 서양 음악에서처럼 터지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조절했다.
흥미로운 것은 아쟁과 편경 소리에는 더블베이스와 싱잉볼과 같은 서양 악기를 사용한 점이다.
전통 음악과 현대 음악의 모호한 소통을 표현하기 위해 전통 악기와 유사한 소리를 구현했다.
더블베이스의 중음과 고음만을 살려 아쟁과 같은 소리를 냈고, 싱잉볼에 수건을 넣고 마림바 채로 세게 내려쳐 편경 소리를 만들어냈다.
정갈하면서도 화려한 의상도 '일무'의 또 다른 볼거리다.
'춘앵무'에서는 무용수가 가만히 서 있을 때는 초록색이던 의상이 팔을 들면 흰색으로 보이고 다리를 들면 적색으로 보이도록 했다. '신일무'에선 흰색 상의와 파란색 저고리, 적색 치마가 태극기를 떠올리게 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