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1000명씩 방문해 사갔다"…MZ가 열광한 K전통주 [이선아의 킬러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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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백화점 주류 '드림팀'이 만든 K리큐르중장년층이 주로 마시는 구수한 술. 전통주라고 하면 흔히들 이런 ‘올드한 이미지’를 떠올린다. 이런 인식 탓에 국내 백화점에서 열리는 주류 팝업스토어의 ‘주인공’은 대부분 전통주가 아닌, 와인·위스키 등 해외 주류다.
민속주왕주와 손 잡고 만든 ‘글린트’
국내산 쌀·딸기로 만들어 MZ에 인기
“K푸드 이어 K전통주 열풍 이끌 것”
지난 9일 서울 신천동 잠실 롯데월드몰 1층에서 팝업을 연 전통 리큐르 ‘글린트’는 이런 고정관념을 깬다. 글린트는 대한민국식품명인 제13호 남상란 명인의 기술을 토대로 100% 국내산 쌀로 증류한 전통주다. 논산 딸기를 넣어 달고 상큼한 맛을 구현했다. 알코올 도수는 15%. 낮지는 않지만 주스 같은 맛에 그 자체로도 마시기도 하고, 딸기파우더, 매실, 소다 등을 넣어 칵테일로도 먹을 수 있다.반응은 뜨겁다. 주말에는 하루 1000명씩 팝업을 방문해 글린트를 사갔다. 대부분이 20~30대였다. 현장에서 직접 제조한 칵테일을 즐기는 사람들도 많았다. 뜨거운 인기에 애초 19일까지였던 팝업은 26일까지로 연장됐다.글린트를 기획한 건 롯데백화점 와인앤리커팀이다. 2020년 아시아 베스트 소믈리에 대회의 챔피언 출신인 최준선 치프 바이어(38·왼쪽), ‘노티드 X 최고심’ ‘극한직업 수원왕갈비통닭’ 등 수많은 유명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탄생시킨 ‘스타 MD(상품기획자)’ 양현모 팀장(42·가운데), 국제 공인 와인 전문 자격증 WSET 과정을 거친 한호철 바이어(34)다.
이들은 최근 기자와 만나 “글린트를 통해 한국 전통주의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해외에서 와인 대신 한국 전통주가 테이블에 오르는 날까지 글린트를 알릴 것”이라고 했다.이들은 2년간 남 명인, 글린트증류소와 손 잡고 글린트를 준비했다. 남 명인이 제조를 담당하고, 글린트증류소와 롯데백화점이 기획·마케팅을 담당했다. 와인이 ‘주 전공’인 최 바이어도 신라호텔에서 주류를 총괄했던 경험을 살려 제조 과정에 참여했다.
목표는 ‘젊은 전통주’를 만드는 것. 이를 위해 딸기로 달달한 맛을 구현하고, 패키지도 일반 전통주와 달리 감각적으로 디자인했다. 가수 선미를 홍보모델로 기용하고, ‘홈술 트렌드’를 반영해 글린트를 활용한 다양한 레시피도 만들었다.이번 리큐르는 글린트 브랜드 라인업의 첫 타자다. 최 바이어는 “글린트증류소와 함께 조만간 하이엔드급 전통주도 출시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장기적으로 글린트를 일본의 ‘미도리’, 대만의 ‘카발란’처럼 한국 대표 리큐르로 만들겠다는 목표다.글린트는 국내 농가와의 상생모델이기도 하다. 양 팀장은 “국내 쌀 소비가 갈수록 줄어들면서 수백만t의 쌀이 창고에 쌓여있는데, 글린트는 100% 국내 쌀을 활용하기 때문에 쌀 농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롯데백화점이 전통주에 힘을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올 3월에는 서울 소공동 본점에서 국내 유일 전통주 큐레이션 플랫폼 ‘대동여주도’와 협업해 인기 전통주를 선보였다.
양 팀장은 “주류는 백화점 VIP 고객들이 식품 가운데 가장 돈을 많이 쓰는 ‘식품 중의 명품’”이라며 “현재는 그 중 대부분이 와인이지만, 이제 전통주 등으로 상품을 다양화해 ‘K전통주의 세계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했다.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