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다우지수 4만 돌파…게걸음 한국 증시는 언제 볕 드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지난 17일 40,003.59로 마감해 꿈의 고지로 여겨지던 40,000선을 넘어섰다. 1896년 100으로 시작한 다우지수는 128년 만에 400배 상승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30,000 돌파 기준으로는 3년6개월 만에 이뤄졌다. 다우지수는 올 들어 사상 최고 기록을 19번 갈아치우며 6.13% 올랐다. 다우지수와 함께 미국 증시를 대표하는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새로운 기록을 쓰진 못했지만 상승세는 다우지수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올해 상승폭을 보면 S&P500지수가 11.18%, 나스닥지수가 10.91%에 이른다.

미국 증시가 이처럼 타오르는 것은 미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 기대도 있지만 기본적으론 혁신에 기반한 성장 덕분으로 분석된다. 오픈AI와 구글은 석 달이 멀다 하고 새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보이고 있으며, 엔비디아는 AI 시대를 뒷받침하는 반도체 기술을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분야는 테슬라가 주도하고 있으며 바이오 혁신도 일라이릴리 등 미국 기업이 이끌고 있다. 미국 증시의 거침없는 상승세 영향으로 유럽, 캐나다, 인도, 일본, 호주 등 세계 주요 20대 증시 가운데 14개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거나 근접했다.

코스피지수는 이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다. 올해 상승폭은 2.61%에 그쳤다. 지난 17일 종가는 2,724.62로 역대 최고치인 2021년 7월 6일의 3,305.21과 비교하면 18%가량 하락했다. 이 같은 증시 부진의 원인으론 투자와 기업가정신 발휘를 어렵게 하는 각종 규제와 인허가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한국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승차공유, 원격의료, 드론 등의 분야에선 규제 때문에 국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처럼 통 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신산업을 과감하게 키우지도 못한다. 기업 밸류업을 외치면서도 배당이나 상속에 대한 세제 혜택 마련은 하세월이다. 기업과 증시 활력 제고가 정책으로 이어지지 않고 이처럼 말잔치에 그쳐선 서학개미처럼 국내 증시를 떠나는 투자자를 붙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