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에 막혔던 꿈…美흑인 파일럿 90세 돼서 '우주로'

1960년대 우주비행사 후보로 훈련했지만 탈락…인종차별 주장
'스타트렉' 유명배우 제치고 최고령 우주비행사 기록도 경신 예고
1960년대 미국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가 되려다 인종차별에 가로막혀 탈락의 고배를 마셨던 전직 조종사가 60년 세월을 돌고돌아 마침내 우주여행의 꿈을 이루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올해 90세인 에드 드와이트 씨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이 19일 발사 예정인 유인 우주선에 탑승한다.

블루 오리진이 거의 2년 만에 발사하는 이 유인 우주선의 승무원은 드와이트 씨를 포함해 6명이다.

이들은 약 11분간 비행 동안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불리는 고도 100㎞ '카르만 라인'을 지나게 된다. 또 무중력 상태에서 우주에서 보는 둥근 형태의 지구 만곡면을 관찰한 뒤 지구로 복귀한다.

드와이트 씨가 비행에 성공하면 최고령 우주 비행사 기록을 세우게 된다.

기존 최고령 우주인은 지난 2021년 10월 블루 오리진의 우주선을 탄 196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 '스타트렉'에서 제임스 커크 선장을 연기했던 노배우 윌리엄 섀트너였지만, 드와이트 씨는 섀트너보다 생일이 약 2개월 빠르다.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나 1953년 미 공군에 입대한 드와이트 씨는 9년 뒤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공군 '우주 연구 파일럿 학교'에 들어갔다.

이곳에서 훈련받는 동안 그는 흑인 최초 우주비행사 후보로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유명세를 탔다.

미국 흑인사회에서 널리 읽힌 잡지 제트(Jet)와 에보니(Ebony)의 표지 모델로 등장하기도 했다. 훈련 프로그램을 마친 드와이트 씨는 미 항공우주국(NASA)에 우주비행사가 되기 위해 지원했지만, NASA가 1963년 발표한 14명의 우주비행사 명단에 그의 이름은 없었다.

당시 존 F. 케네디 대통령 행정부는 소수 인종 국민도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강력히 추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케네디 대통령 암살 이후 드와이트 씨는 꿈을 접었고 얼마 후 공군에서 전역했다.

우주 연구 파일럿 학교에서 반대와 인종차별을 겪었다는 드와이트 씨는 백악관에 케네디가 없다면 우주비행사로서의 그의 경력도 끝난 것이라고 말해왔다.

그는 최초의 흑인 우주비행사와 그들이 직면한 장애물을 다룬 2023년 다큐멘터리 '우주 경쟁'에서 "내 희망은 어떤 식으로든 우주로 가는 것이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했다"며 "모든 것이 평등했다면 나는 달에 갔을 것이다.

능력이 있었지만,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드와이트 씨는 이후 우주로 가는 꿈을 뒤로 한 채 조각가로 돌아섰고, 미국 흑인 역사에 초점을 맞춘 동상과 공공 기념물을 제작했다.

드와이트 씨의 희망이 좌절된 이후 흑인 최초 우주비행사는 1983년에야 배출됐다.

1978년 우주왕복선 프로그램에 선발된 3명의 흑인 가운데 한 명인 기온 블루포드였다.

앞서 1967년 로버트 로렌스가 우주 프로그램에 최초의 흑인으로 선발됐지만, 로렌스는 같은 해 말 항공기 사고로 숨졌다.

드와이트 씨의 이번 우주비행은 비영리 단체인 '스페이스 포 휴머니티'의 후원으로 이뤄졌다.

이 단체 안토니오 페로나스 전무이사는 "우리는 수십 년 전에 해야 했을 일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우주선 발사 현장을 지켜보겠다는 드와이트 씨의 아들인 크리스는 "아버지 인생의 우주 시대에 대한 환상적인 마무리이다. 이제 때가 됐다"며 "두 아들에게 할아버지가 이룩한 업적은 큰 감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