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디서 왔니…1년에 새끼 460마리 낳는 '독도 불청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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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제비·식물 먹어치우고, 굴 파서 생태계 교란독도에 쥐가 급증해 당국이 체계적인 관리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집쥐는 독도에서 바다제비와 벼과 식물류를 먹어 치우고 곳곳에 굴을 파면서 생태계를 교란하기에 방제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멸 사실상 불가능…실태조사와 관리에 초점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내년 5월까지 연구용역을 통해 독도 내 집쥐 서식 현황을 파악하고 퇴치·관리 방안과 추가 유입 방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독도 집쥐 문제는 인지하고 있었으나, 독도에 접근하기 어렵고 사업수행기관을 선정하는 문제 등 때문에 (관리)사업 추진이 잘 안되다가 최근 관계기관이 의지를 모아 대책을 마련하기로 했다"며 "실태조사와 적정 관리 방안 마련에 초점을 두고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제1호 특정도서이자 천연보호구역인 독도에 집쥐가 유입됐다는 사실은 2010년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 때 서도의 몰골 근처 자갈밭에서 사체가 발견되면서 처음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동도에서는 2015년부터 집쥐가 확인되고 있다. 집쥐는 현재 독도에 서식하는 것이 확인된 사실상 유일한 포유류다.작년 독도 생태계 모니터링 보고서를 보면 인간과 독도경비대에서 기르는 삽살개, 동도 부채바위 근처에서 작년 3월 관찰된 물개 1마리를 빼면 포유류는 집쥐가 유일했다.
독도 내 집쥐 수는 2021년 '100~150마리'로 추산됐다. 지난해 3차례 현장조사 결과를 보면 1차 때 동도에선 독도경비대 태양광 발전시설·헬기장·영해기점표기석 등 7개 지점에서 집쥐 배설물이 확인되고, 태양광 발전시설과 등대 주변에서 집쥐가 판 굴이 확인됐다.서도에선 5개 지점에서 배설물이 확인되고, 어민 숙소 뒤편에서 굴이 확인됐다. 2차 조사에서는 총 8개 지점에서 집쥐의 흔적이 발견됐고, 굴은 2곳이 확인됐다. 3차 때는 서도는 조사하지 못한 가운데 동도에서만 6개 지점에서 배설물이 확인되고, 2곳에서 굴이 관찰됐다.독도 내 집쥐가 가장 많이 산다고 추정되는 곳은 서도 주민 숙소다. 작년 5~10월 독도에 설치돼 운영된 5대 무인센서카메라 영상 2만9천410장을 분석한 결과 집쥐는 총 716회 포착됐다.
서도 주민 숙소 쪽에서 촬영한 영상에서 가장 많은 359회(50.14%) 나타났고, 이어 동도 헬기장(126회), 등대 덱(96회), 서도 상부(88회), 동도 망향대(47회) 순이었다.
대구지방환경청 관계자는 "독도 집쥐의 서식밀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무인센서카메라에 포착되는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정확한 마릿수와 마찬가지로 집쥐가 육지(경북 울진군)에서 200여㎞나 떨어진 외딴섬에 어떻게 들어왔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그저 독도에 사람과 짐을 싣고 들어온 선박을 함께 타고 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쥐는 헤엄을 잘 쳐 배가 섬에 정박하지 않고 섬 가까이만 접근해도 배에서 헤엄쳐 섬까지 도달할 수 있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이번에 독도 내 집쥐를 박멸하는 것보다는 적절히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춘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먹이가 다양한 잡식성인 데다가, 시력은 약하지만 후각·미각·청각·촉각이 매우 발달해있고, 암수 한 쌍이 1년에 새끼를 460마리까지 낳을 정도로 번식력이 강해 쥐를 박멸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박멸을 목표로 방제작업을 벌였을 때 부작용도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9년 독도 생태 모니터링에서 2018년 정부와 민간 단체가 동도와 서도에서 무리하게 집쥐 방제를 시도한 결과 집쥐가 일시적으로 사라졌다가 2019년부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집쥐 추가 유입을 막으려면 사람의 왕래도 끊어야 하는데, 독도의 역사·문화적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러기 매우 어렵다.
2020년 독도 생태 정밀조사를 진행한 연구진은 "집쥐는 다른 야생 포유류와 달리 개체수 추정이 어렵다"라고 전제하면서도 "독도에서 집쥐 활동 영역이 갑자기 넓어졌는데, 이는 과거 방제작업 실패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이어 연구진은 "집쥐 활동 영역과 출현 빈도가 늘어난 만큼 빨리 방제 전략을 세우고 실제 방제도 이뤄져야 한다"며 "방제 기간이 단기간이어선 안 되며, 중간에 멈춰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