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풀린 휴미라…장치료제 경쟁 '후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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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장질환학회 가보니‘미국 소화기질환위크(DDW 2024)’는 ‘넥스트 휴미라’ 자리를 둘러싼 글로벌 기업 간 격전지였다.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등은 36조원 규모의 세계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다. HK이노엔 대웅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은 역류성 식도염 신약을 내세워 세계 각국에서 온 의료진의 호평을 받는 등 가능성을 보였다.
美 애브비, '포스트 휴미라' 소개
화이자·J&J, 경쟁약 내고 도전장
HK이노엔·대웅·셀트리온 '호평'
엠아이텍, 신개념 스텐트로 눈길
‘포스트 휴미라’ 경쟁 치열
미국 워싱턴DC에서 지난 18일 나흘 일정으로 개막한 ‘DDW 2024’에는 약 5600개 연구 초록이 발표되고, 의사 등 1만3000여 명이 참석했다. 소화기질환 관련 세계 최대 학회다. 행사는 21일까지 계속된다.이번 행사는 ‘넥스트 휴미라’ 전쟁이었다. 애브비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인 휴미라는 연매출 20조원으로 세계 1위 의약품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대장에 염증·궤양이 생기는 난치성 질환으로,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이 대표적이다. 최근 시장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기존 치료제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나 약물 내성이 생겨 반응이 사라지는 환자를 위한 치료제가 필요해서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다양한 기전의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를 이번 행사에서 선보였다.
애브비는 19일(현지시간) 참가 업체 가운데 가장 큰 부스를 꾸리고, 휴미라의 뒤를 이을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 스카이리치와 린버크를 선보였다. 스카이리치는 경쟁 약물보다 효능이 앞선 주사제라는 임상 결과를 발표해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또 먹는 약 린버크의 경우, 스테로이드 없이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를 주도한 말라 두빈스키 마운트시나이의대 교수는 “스테로이드 의존도와 부작용을 줄일 수 있어 환자에게 더 안전하고 효과적인 치료 대안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화이자·J&J도 신약 선보여
화이자도 지난해 말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벨시피티를 들고나왔다. 화이자는 ‘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존슨앤드존슨은 신약 대신 크론병에 적용할 수 있는 새 후보물질을 선보였다. 자회사 얀센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트렘피어는 크론병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기 위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기술력 알린 K바이오
셀트리온은 피하주사 방식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짐펜트라를 소개하는 부스를 꾸렸다. 셀트리온은 이날 2년간 짐펜트라 치료를 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 유효성과 안전성 데이터를 공유하며 장기 처방이 가능함을 강조했다.HK이노엔과 대웅제약도 각각 케이캡과 펙스클루 등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를 선보였다. HK이노엔은 P-CAB 장기 투여의 효능과 부작용을 확인했다. 대웅제약은 P-CAB 제제 가운데 유일하게 만성 기침 증상 개선 효과가 있다는 데이터를 공유했다.의료기기업체의 참여도 눈에 띄었다. 국내 소화기 스텐트 1위 제조기업 엠아이텍은 담낭을 전기로 소작한 뒤 흘러내리는 췌장액을 빼내는 스텐트 제우스IT를 글로벌 의료진에게 선보였다.
곽재오 엠아이텍 대표는 “아직 FDA 허가를 받진 않았으나 유럽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허가를 취득했다”며 “일본 올림푸스와 협업해 FDA 추가 승인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DC=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