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소 슈퍼카 N74, 8월부터 제작…'현대차의 꿈' 이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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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수소 기술·고성능 모터“디자인은 레트로(복고풍)지만, 성능은 미래에서 왔다.”
775마력…람보르기니 능가
200대 한정 생산…5억 예상
현대차 '수소 생태계 상징'될 듯
세계적인 자동차 전문채널 ‘탑기어’의 진행자 올리 큐는 2022년 9월 독일 빌스터베르크 서킷에서 현대자동차의 680마력짜리 수소 하이브리드 콘셉트카 ‘N비전 74’로 드리프트한 뒤 이같이 말했다. “현대차는 냉장고 같다”는 혹평을 쏟아내던 탑기어의 돌변에 ‘수소 슈퍼카’는 단숨에 자동차 마니아 사이에서 ‘핫 이슈’가 됐다. 이 영상은 공개 직후 5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수년 안에 도로에서 만나길 진심으로 바란다”는 올리 큐의 바람은 2년 뒤 현실이 된다. 현대차그룹이 콘셉트카인 N비전 74를 2026년 생산하기로 해서다.
“현대차그룹 수소 생태계 상징”
20일 자동차 부품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8월부터 N비전 74를 기반으로 설계한 수소 슈퍼카 ‘N74’(코드명)의 T카(트라이얼 카) 제작에 들어간다. 현대차는 이 차를 2026년부터 2년간 딱 200대만 한정 생산할 계획이다. 차량 가격은 5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현대차가 N74를 제작하는 것은 이 차로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미래 비전인 ‘수소 생태계 구축’ 작업의 상징으로 만들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선망하는 슈퍼카를 최첨단 수소 연료전지 기술로 제작하면 수소 에너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다는 걸 노린 것이다. 현대차그룹이 미래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수소 분야의 리더라는 것을 대내외에 알리는 효과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T카 제작은 양산화 첫 단추를 끼웠다는 의미가 있다. T카에 각종 센서를 부착해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등 각종 성능을 검증하는 작업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나온 오류와 문제점을 해결하면 곧바로 스펙이 확정된다.
모터 출력 570㎾·775마력 이상
N74에는 570㎾의 고성능 모터가 장착될 것으로 알려졌다. 모터의 성능을 마력으로 환산하면 775마력이 넘는다. 콘셉트카인 N비전 74(모터 출력 500㎾)의 성능을 뛰어넘는 수치다. 페라리 ‘로마’(620마력)나 람보르기니 ‘우라칸’(640마력) 등 내연기관을 장착한 슈퍼카를 능가한다.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는 N74 개발에 나서면서 몇 가지 목표를 세웠다. 독일의 산악지형 장거리 서킷인 ‘뉘르부르크링’(총연장 20.8㎞)을 최대 출력으로 두 바퀴 이상 돌며 기존 내연기관 기반 슈퍼카가 세운 랩타임을 깨는 것도 그중 하나다.N74의 외관 디자인은 아직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출시 후 세계 4대 디자인상(iF·IDEA·레드닷·굿디자인)을 석권한 N비전 74의 라인을 살릴 것으로 알려졌다. N비전 74는 1974년 현대차가 선보인 ‘포니 쿠페’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다.
N74 개발에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정 회장이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을 만났을 때 건넨 선물이 바로 N비전 74 모형이었다. 정 회장은 1월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수소 대중화가 어렵다고 하는데 누군가는 해야 하고, 안 하면 뺏길 수 있는 만큼 사명감을 갖고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생산 시점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