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전세시장, 앞으로가 더 문제"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사진=연합뉴스
전세매물이 계속 줄고 있습니다. 아실에 의하면 서울의 아파트 전세매물이 2만건대로 떨어졌습니다. 한달 전과 비교하면 5%이상 줄어든 수치입니다. 사실 전세매물의 감소는 서울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경기와 인천 또한 한달전과 비교하면 5~6%대 수준에서 감소 중입니다.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은 인천의 감소폭이 6%대로 가장 높습니다. 두 달 전과 비교하면 10% 가 훌쩍 넘게 줄어들어 입주물량이 많지만 매물 감소폭 또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실에서 발표하는 매물 증감 통계를 100% 신뢰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물이 추세적으로 줄어든다는 것은 전세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매매보다는 전세거래가 많습니다. 주택을 매입한다는 것은 다양한 변수를 고민해야 하기에 이보다는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수단이 전세입니다. 특히 아파트 전세계약의 경우에는 비아파트 상품인 연립이나 오피스텔에 비해 사고의 위험이 훨씬 적습니다. 위험도 적고 고민도 크게 안 해도 되니 전세거래가 매매거래보다 많이 일어납니다.아파트 매매매물은 8만4000건에 가깝습니다. 한 달전과 비교해도 다시 늘었습니다. 전세수요가 더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세매물은 반도 되지 않습니다. 매물의 양 만을 가지고 전세시장의 불안을 예측한다면 심각한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지난 13일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의하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07% 오르며 52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습니다. 서울에선 1000가구의 대단지 아파트임에도 불구하고 전세매물이 전혀 없는 경우도 꽤 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세계약 갱신 사례는 늘고 있습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계약 중 갱신계약은 35% 비중으로 작년보다 8%p 늘었습니다. 전세매물도 없고 가격이 계속 오르다 보니 5%까지만 인상 가능한 갱신계약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더 큰 문제는 졸속으로 국회를 통과한 임대차법을 공표한지 4년이 가까워졌다는 사실입니다. 임대차법이 공표된 지 4년이 경과한 2024년 8월 이후부터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사용한 전세매물이 전세시장에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이 전세매물은 집주인들이 전세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필요한 만큼 전세가격을 올릴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전세시장은 완전히 집주인 우위의 시장입니다. 52주 연속으로 상승한 전세가격이 얼마나 더 오를지 우려됩니다.

미래의 전세가격 또한 걱정입니다. 전세가격은 입주물량의 변수입니다. 아파트의 입주물량이 줄어들면 일차적으로 전세가격이 오릅니다. 이후 분양권을 매입하거나 경매 등의 방법으로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며, 신축 아파트의 가격 또한 불안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당분간 아파트 입주물량이 늘어날 가능성은 없습니다. 입주물량은 정해진 미래이기 때문입니다.

부동산지인에 의하면 입주물량 부족현상이 심각해질 2026~2027년 동안 서울에서 입주하는 아파트는 8324가구에 불과합니다. 한달이 아니라 2년동안의 입주 물량입니다. 더 큰 문제는 입주하는 16개 단지 중 9개 단지가 300가구 이하의 작은 단지들입니다. 주택수요자들이 선호하는 1000가구 이상의 단지는 청계리버뷰자이와 고덕강일3단지 단 2개에 불과합니다. 고덕강일3단지는 토지임대부 주택으로 시중에 전세매물조차 나오지 않습니다. 마곡10-2단지와 서울공릉지구 신혼희망타운 또한 전세매물이 없습니다.서울 전세시장의 심각성은 추가적으로 더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도 문제이지만 현재와 같은 입주절벽 상황이 앞으로 3~4년간 지속될 겁니다. 더 큰 문제는 3~4년 후에도 개선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입니다. 1000가구의 아파트를 공급해야 주택수요자가 만족하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부터 계획을 세워 토지매입에 들어간다고 해도 주택수요자들이 아파트를 눈앞에서 볼 수 있는 시점은 빨라도 2030년일겁니다.

환경과 안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인건비가 급격히 오르는 지금 공사비 협상으로 인해 공사현장의 상황 또한 녹록치 않습니다. 입주일자는 계속 늦어지고 있습니다. 입주물량은 줄어들고 입주기간이 더욱 길어지고 있습니다. 현재의 전세시장, 해결 방법이 보이지 않아 더욱 심각한 듯 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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