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맹추격에도…'美 유통업의 제왕' 월마트, 꾸준한 성장세

1분기 영업이익 9.6% 늘어
'유통 최후 격전지' 식품에서
외식물가 치솟자 반사이익
아마존은 무료배송으로 맞불
미국 대형마트 체인 월마트가 16일(현지시간) 전문가 예상치를 웃도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고물가에 더 저렴한 생활필수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매출이 기대 이상으로 증가했다. 한 고객이 로스앤젤레스(LA)의 월마트 매장에서 카트를 끌고 쇼핑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세계 기업 매출 1위 미국 월마트가 아마존의 맹추격 속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마트의 지난해 매출은 6480억달러(약 872조원)로 시가총액 1·2위 마이크로소프트(MS·2119억달러)와 애플(3833억달러)을 크게 웃돌았으나, 이익률 측면에선 기술 기업을 따라가지 못한다. 아마존은 지난해 557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며 월마트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아마존은 월마트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식품 시장을 노리고 있다. 월마트는 온라인 영업 강화와 고소득층 고객 확대 전략으로 1위 수성에 나섰다.

○외식물가 상승, 월마트 매출↑

18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월마트는 지난 1분기 전년 대비 6% 늘어난 1615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같은 기간 매출 1433억달러를 기록한 아마존을 앞섰다.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9.6% 증가했다. 다만 매출 성장률에선 13%에 달한 아마존의 증가 속도에 못미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주 ‘월마트가 미국 최대 소매업체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두 기업의 성장률 격차가 크기 때문에 아마존이 조만간 월마트를 앞지를 것이란 전망이다.월마트와 아마존의 최후 격전지는 식품 부문이 될 전망이다. 직원 수 210만명(글로벌 기준)의 ‘유통업체 공룡’ 월마트가 지난해 1분에 120만달러의 판매고를 올린 비결은 미국 시장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진 식료품 시장 점유율 때문이다. 월마트 매출의 50% 이상이 식품에서 나오며, 미국 외식 물가가 급격히 오른데 따른 반사이익으로 최근 매출 증가폭도 커졌다. 월마트는 오프라인 매장이 사양산업이라는 일각 평가에도 2019년 이후 매출을 1000억달러 이상 늘렸다. 온라인 식료품 시장에서도 월마트가 약 26.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아마존(약 18.5%)을 앞서고 있다.

○아마존, 미국서 ‘로켓배송’

아마존은 배송 인프라를 확충해 식료품 무제한 무료 배달을 시작하는 등 공세를 본격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 1분기 미국 60개 대도시에서 프라임 멤버십 주문 상품의 약 60%가 당일 또는 다음날 도착했다는 통계를 내놨다. 지난해말 프라임 고객 상대로 시범 실시한 이 서비스는 월 9.99달러를 더 내면 ‘아마존 프레시’와 ‘홀푸드’에서 식료품을 횟수 제한없이(35달러 이상 주문시) 무료 배송해준다. 미국은 인건비가 높고 국토가 넓은 탓에 지금까지 아마존에서 당일·익일 배송주문을 하면 건 당 10달러 내외 배송비를 내야했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이 서비스를 전국 3500여개 도시로 전면 확대했다. 업계에선 아마존의 미국 식료품 시장 점유율이 2030년엔 20%대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다.

아마존은 오프라인 식료품 판매망 확장과 개선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2017년 인수한 유기농 식료품 소매 체인 홀푸드 브랜드로 ‘데일리 숍’이라는 1300㎡이내 소형 매장을 내기로 했다. 올 가을 뉴욕 맨해튼 등에 매장을 선보이기 위해 5건의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아마존 프레시 매장도 지난 3월부터 무인 자동 계산 시스템 실험을 중단하고, 수익성과 성장성 위주로 재편하기로 했다. 상품 자동 인식·결제 기능을 탑재한 ‘대시카트’를 매장에 확대 적용하는 등 편의성 개선을 위한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고소득층 겨냥한 월마트

월마트는 빅데이터와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고, 온라인 영업을 확대하는 맞불 작전으로 아마존의 도전에 맞서고 있다. 월마트의 1분기 미국 온라인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22% 증가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고객의 편리한 쇼핑과 가격, 품질 등 기본을 충실히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 효율화도 꾸준히 추진중이다. 지난 1월 거의 10년 만에 처음으로 신규 매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동시에 수백명의 직원을 해고하고, 재배치했다. 원격 근로자에겐 사무실 출근을 요청했다.

고소득층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전략도 병행하고 있다. 고객 분석 결과 월마트 주요 고객은 저소득층과 중산층이며, 연 소득 10만달러 이상 가구는 아마존과 타겟, 코스트코 등을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마트는 지난 달 새롭게 뜨는 먹거리와 글루텐프리, 채식주의 식품 등을 갖춘 프리미엄 식품 라인을 출시했다. 온라인 플랫폼인 마켓플레이스에서 반려동물, 미용 등의 카테고리 매출은 30% 증가했고, 가구나 스포츠용품 등 기타 카테고리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뛰었다.

월마트의 사업 다각화도 조금씩 성과를 내고 있다. 월마트는 지난해 34억달러의 광고 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도보다 28% 늘어난 수치다. 광고 매출은 지난 1분기에도 24%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 초 광고 사업을 위해 저가형 스마트 TV생산·판매 업체인 비지오를 23억달러(약 3조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1800만 명이상의 활성 사용자를 보유한 비지오TV 운영체제 ‘스마트캐스트’를 활용해 광고를 하겠다는 전략이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