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세 재즈 거장 "작은 괴로움에 인생 전체를 빠뜨리지 말라"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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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시 존스"당신 삶의 주머니 속으로 침투한 괴로움이 당신의 삶 전체를 잠식하게 할 필요는 없다."
빈민가 흑인 소년에서 대중문화 거장으로
국내 첫 소개되는 퀸시 존스 책
빈민가의 흑인 소년에서 재즈와 대중음악, 대중예술 문화계 거장이 된 퀸시 존스(91)의 자전적 에세이 <삶과 창의성에 대하여>가 출간됐다. 퀸시 존스는 마이클 잭슨, 스티븐 스필버그 등과 일을 한 세계적인 재즈 연주자이자 작곡가, 프로듀서다. 이번 책은 국내에 최초로 소개되는 퀸시 존스의 책이다. 책은 퀸시 존스의 음악뿐 아니라 삶의 철학까지 담았다. 그는 굴곡어린 삶을 살았다. 어린 시절 미국 시카고의 가난한 동네에서 자란 퀸시 존스는 어머니가 조현병을 앓아 병원에 입원하는 등 가정환경이 불우했다. 음악 레슨을 안정적으로 받을 순 없었지만 우연한 계기로 트럼펫을 배우기 시작했다. 첫 스승인 클라크 테리에게 메일 찾아가 트럼펫을 배웠고, 그로부터 음악뿐 아니라 삶의 희망까지 터득했다. 이 기간을 통해 퀸시 존스는 고통을 견디며 노력하는 법을, 고통을 희망으로 승화하는 철학을 마음 속 깊이 품게 됐다.
퀸시 존스는 음악가로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지만, 항상 음악가로서의 전문성보다 인간으로서 도덕성을 우선시했다. 재즈 뮤지션이었지만 힙합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던 퀸시 존스는 폭력과 자극적인 문화로 왜곡된 힙합 문화를 계도하기 위해서도 힘썼다. 책은 제목처럼 퀸시 존스가 삶과 창의성 사이에서 조화를 탐구하는 과정을 담았다. 영혼 없는 자기계발식 긍정적인 조언 대신에 실제로 그가 겪은 고통스럽고 거친 인생을 통해 얻은 교훈을 공유한다. 더불어 예술가로서 창작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서도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자신의 삶과 작업들을 되돌아보며 현재 창작에 몸담고 있는 후배들에게 조언한다.감정과 경험은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된다. 퀸시 존스의 경우엔 그것이 음악이었지만, 어떤 이에겐 또 다른 예술 장르로 나타날 수 있다. 혹은 예술이 아닌 다른 형식으로 드러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 다양한 표현 방식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유대해야 한다고 퀸시 존스는 말한다.
책의 구성이 흥미롭다. 음악이 12음계로 이뤄져 있는 것에 빗대 열두가지 조언을 음계에 짝지어 들려준다. 슬픔을 힘으로 바꾸는 법, 이정표를 만들어 차근차근 나아가는 법, 언제든 찾아올 기회를 위해 준비하는 법 등 거대한 창작의 세계에서 길을 잃었거나, 인생에서 길을 발견하지 못한 이들에게 외치는 거장의 말이 담겼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