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도시’ 로마를 물들인 연인 토스카의 비극

[arte] 황지원의 오페라 순례

자코모 푸치니의 오페라

1800년 로마, 역사의 무대에 서다
자유를 위해 싸우는 예술가와 연인
절망 속에 피어난 사랑과 비극
불멸의 아리아가 들려주는 비극적 운명
독일 화가 아돌포 호헨슈타인 (Adolfo Hohenstein)이 그린 오페라 <토스카> 피아노 악보 초판의 제목 페이지 (1899년) / 출처: Wikipedia
오페라 <토스카>는 1800년 6월 17일 로마의 아침을 배경으로 시작된다. 당시 이탈리아반도는 격랑에 휩싸여 있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대군을 이끌고 이탈리아로 진군하였고, 이에 맞선 오스트리아의 멜라스 장군이 북이탈리아 피에몬테 주의 대평원에서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개전 초기 프랑스군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6월 17일 아침에는 ‘오스트리아가 프랑스에 승리했다’는 소식이 온 로마 시내에까지 퍼지게 된다. <토스카> 1막은 바로 이 시점에서 시작된다.
[위] 로마 나보나 광장 / 출처: unsplash [아래]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 ©Zenit News Agency - Opera propria / 출처: Wikipedia (CC BY-SA 4.0)
막이 오르면 나보나 광장 인근의 대성당 산탄드레아 델라 발레(Sant'Andrea della Valle)가 보인다. 로마의 젊은 화가 마리오 카바라도시는 계몽주의 사상으로 가득 찬 자유주의자인데, 이때 옛 친구이자 거물 정치인이었던 안젤로티가 감옥에서 탈주해 이곳으로 몸을 숨긴다. 카바라도시는 연인 토스카를 설득해 안젤로티의 도주를 함께 돕기로 한다.한편 잔인하기로 소문난 비밀경찰의 총수 스카르피아 남작이 금방 성당으로 들이닥쳐 카바라도시의 계획을 눈치채는데, 그는 카바라도시를 교수대로 보내버리고 아름다운 토스카를 자신이 차지하겠다는 흉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2막의 배경은 역시나 지금도 실존하는 건축물인 팔라초 파르네제(Palazzo Farnese)다. 비밀경찰의 총수 스카르피아가 카바라도시를 체포해 고문한다. 스카르피아는 끝까지 저항하는 카바라도시에게 사형 명령을 내리고 ‘카바라도시를 살리려면 네 몸을 내놓아야 한다’며 카바라도시의 여인 토스카에게 잔인한 악마적 욕망을 드러낸다. 궁지에 몰린 토스카가 부르는 처절한 노래가 저 유명한 아리아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Vissi d'arte, vissi d'amore)’이다. 그러나 스카르피아가 토스카를 덮치려는 순간, 그녀는 날카로운 나이프를 박아 넣어 그의 숨을 끊는다.
[위] 팔라초 파르네제 © Myrabella - Own work / 출처: Wikipedia (CC BY-SA 3.0) [아래] 산탄젤로 성 / 출처: unsplash
3막은 6월 18일 새벽에 펼쳐진다. 카바라도시는 테베레강 기슭의 산탄젤로 성(Castel sant’angelo)에 투옥되어 있다. 그는 비감한 심정으로 연인 토스카에게 보낼 마지막 편지를 써내려 간다. 영원불멸의 명 테너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 (e lucevan le stelle)’이 바로 여기서 등장한다.
별은 빛나고, 대지는 향기로웠지. 저 화원의 문이 열리고 모래를 스치는 발소리,
달콤한 향기를 풍기며 그녀는 내 품속에 몸을 맡겼어.
그러나 이제 사랑의 꿈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어. 나는 절망 속에 죽어가네!
마지막 순간에서야 삶이 이토록 소중할 줄이야!

울먹이는 카바라도시 앞에 토스카가 나타난다. 자신이 이미 비밀경찰 스카르피아를 죽였으며, 카바라도시는 공포탄으로 거짓 처형을 당한 뒤 자신과 함께 국외로 도피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카바라도시는 실탄으로 처형당해 목숨을 잃고 만다. 망연자실한 토스카가 성벽에서 투신하면서 오페라는 막이 내린다.

<토스카>에는 정확한 시간적 배경이 있다. 1800년 6월 17일과 18일이다. ‘나폴레옹 전쟁’이라는 당대의 급박한 격변이 주인공들의 운명과 복잡하게 뒤얽히면서 숨 막히는 긴장감을 자아낸다. 무엇보다도 이 오페라는 로마가 배경이다. 지금도 실재하는 로마의 대표적인 성당과 역사적 건축물이 그대로 등장해 푸치니의 음악에 뜨거운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영원의 도시’ 로마에 걸맞은 실로 영원한 생명력을 지닌 불후의 비극이라 할 것이다.

황지원 오페라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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