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3배 폭등 '불기둥' 주식 샀다가 뒤통수…개미들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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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전선 최대주주 두 달새 세 차례 대규모 지분 매각올 들어 주가가 급등하는 틈을 타 상장사 대주주가 주식을 대거 처분하면서 거액의 차익을 챙기는 일이 빈번하게 나오고 있다. 통상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주식시장에서 '고점' 신호로 해석돼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올 들어 주가 278% 폭등하자 지분 일부 현금화
개미들 "전선주 대세 상승이라더니" 불만
증권가 "AI·데이터센터 수요 폭증에 구조적 상승"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원전선의 최대주주인 갑도물산은 지난 17일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보통주 147만6091주를 국내외 기관에 매도했다. 처분단가는 주당 4664원으로 처분금액은 68억8400만원 규모다. 지분은 기존 22.39%에서 20.49%로 줄었다. 주식시장 개장 전 나온 이 공시 이후 주가는 10.69% 급락했다. 갑도물산은 대원전선그룹의 대표이사인 서명환 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곳이다. 같은 날 특수관계자인 대원홀딩스 역시 보유하고 있던 대원전선 보통주 2만3909주를 시간외 매매로 전량 매각했다.
앞서 갑도물산은 이달 초와 지난달에도 각각 보통주 120만주와 160만주를 시간외 방식으로 국내외 기관에 매각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8억원 규모다. 이 공시 이후에도 주가는 10% 이상 떨어졌다. 갑도물산의 지분은 불과 두 달 사이에 27.05%에서 20.49%까지 줄었다.
각종 전선류를 제조·판매하는 대원전선 주가는 올 들어서만 278% 폭등했다. 인공지능(AI) 산업이 대세가 되면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설비가 크게 늘 것이란 전망에서다. 지난달에는 한국거래소로부터 주가 급등을 이유로 투자경고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최근에는 구리값까지 뛰면서 주가 상승을 부추겼다. 전선기업들이 높아진 구리가격을 제품가격에 반영해 이익이 늘 것으로 전망됐기 때문이다.
통상 최대주주나 임원 등 경영진들의 회사 지분 매각은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다.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들인 만큼 보유 주식을 매도한다는 점이 주가가 고점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개인 투자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주식카페에선 "한 달 만에 지분 7%를 내다파는 대주주가 어딨나", "전선주(株) 대세 상승이라더니, 대주주가 팔 때는 이유가 있다", "블록딜 물량 또 나오는 거 아니냐"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다.이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대원전선은 데이터센터 증설로 전력 수요가 증가돼 구조적 개선이 가속화할 것은 맞지만 구리 가격 수혜는 발주 시점과 생산 시점 모두에 원재료 가격이 반영됨을 인지해야 한다"며 "생산 시점의 구리 가격이 더 높다면 수익성은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올 들어 주가 급등 후 최대주주의 블록딜로 주가가 급락한 사례는 비일비재했다. 지난 3월에는 알테오젠 최고경영자(CEO)인 박순재 대표의 배우자로 함께 회사를 창업한 정혜신 박사가 3100억원대 블록딜에 나섰다는 소식에 주가가 일주일 간 26% 급락했다. 그 이전 한 달간 알테오젠 주가는 133% 폭등한 수준이었다.
지난 3월 화천기계 역시 주가가 오르자 권영열 명예회장과 형제들이 보유지분 전부를 팔아치우면서 소액주주들을 당황케 했다. 화천기계는 총선 전 '조국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주가가 단기 급등한 바 있다. 화천기계는 조국혁신당이 창당한 이후 20여일간 주가가 85% 폭등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