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골수' 오펜하이머는 어떻게 천재들을 이끌었나 [서평]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
박종규 지음
터닝페이지
344쪽
1만9800원
J.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인류 최초로 핵폭탄 개발을 성공시킨 맨해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끈 과학자다. 지난해 그의 전기 영화가 개봉한 이후 물리학자로서의 그의 업적뿐만 아니라, 핵폭탄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선택과 고뇌가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주목받은 것은 프로젝트에 참가했던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을 이끈 뛰어난 지도력이었다.

<무엇을 바라볼 것인가>는 오랫동안 리더십에 관해 연구해온 박종규 뉴욕시립대(CUNY) 스태튼아일랜드칼리지 경영학과 조교수가 오펜하이머의 리더십에 관해 쓴 책이다. 그는 13만 명의 인력과 현재가치로 약 35조원이 투입된 대형 프로젝트를 지휘한 탁월한 리더였지만, 한편으로는 모순에 가득 찬 평범한 인간이었다. 저자는 그의 인간적인 모습을 통해 효과적인 리더십의 본질이 무엇인지 조명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오펜하이머 리더십의 키워드는 모순과 인정이다. 그는 천재적이고 이성적인 물리학자였지만, 청년 시절 시기심과 분노에 사로잡혀 독사과로 지도교수를 해치려고 한 적이 있다. 핵폭탄 개발의 주역이면서도 인생 후반기에는 자신이 개발한 핵폭탄에 반대하는 모순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다면적인 모순성은 인간이 누구나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특징이기도 하다.

저자는 오펜하이머가 자신이 가진 모순을 인정하고 핵확산이 가져올 미래의 더 큰 위협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하게 임했다고 전한다. 저자는 이런 모순된 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인정하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타인의 다른 의견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의견도 경청하는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오펜하이머가 주는 또다른 교훈은 성장하는 리더십이다. 그는 애초에 리더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장으로 취임하기 전, 그를 알던 사람들은 그가 그런 중요한 프로젝트의 리더로 적합하지 않은 외골수적인 괴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고 나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영향을 행사하는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자로 탈바꿈했다. 그는 자기 모습을 변화시키는 것을 넘어서 일의 진정한 의미와 바람직한 미래 모습을 조직원들에게 불어넣은 리더였다. 그는 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 참여의식을 고취시켜 모두가 프로젝트에 적극 몰입하게 했다. 그는 매주 공개 토론회를 열며 모든 사람이 자신이 전체 조직의 일부라고 느끼게 했고, 스스로 프로젝트의 성공에 기여해야 한다고 느끼게 했다. 구성원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과학자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던 지적 욕구를 적극 활용한 맞춤형 접근방식이었다.

오펜하이머는 원자력 기밀 취급이 취소되는 수모를 겪었던 1954년의 보안청문회가 끝난 지 대략 1년 후에, 자신의 강연내용과 생각을 담은 <열린 마음>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그는 이 책의 제목처럼 열린 사회를 위해서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며 비밀주의는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로스앨러모스에서도 조직원들이 위계나 직무와는 상관없이 자신에게 영향을 미치는 관련 정보나 조직 전체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게 했다. 일을 비밀스럽게 처리하거나 남들과 상관없이 독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경계했다. 무엇보다 리더의 투명성은 구성원들 사이에 상호 신뢰의 기본이 된다. 리더의 열린 마음은 결국 조직의 성과와 연결된 개개인의 성과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