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직구 15년새 50배로…"위해 모니터링·벌칙 강화해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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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한 정부 대책, 소비자 선택권 건드렸다 화 자초
"안전한 환경 조성 방향은 맞아…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정부가 해외 직접구매(직구) 물품의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의무화 정책을 내놨다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 속에 사흘 만에 철회했으나 국민 안전을 담보할 묘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직구는 이미 국민 소비 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15년 새 50배로 급성장했다.
매일 30만건 넘게 무분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직구 물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다시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국민 핵심 소비 채널 된 직구…15년 새 50배 급성장
21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직구는 2000년대 후반 붐이 일기 시작해 지금은 소비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 소비 플랫폼이 됐다. 직구 초기 이를 주도한 소비자는 '육아맘'들이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 구매를 하며 직구 붐을 조성했다.
이들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유통된 제품 대비 거의 반값인 직구의 가격 이점(메리트)에 열광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직구 대상은 육아용품을 넘어 패션, 뷰티, 생활용품, 가전 등 거의 모든 품목으로 확대됐다.
이에 맞춰 직구 건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관세청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통관 현황을 보면 2009년 251만건에서 지난해에는 1억3천144만3천건으로 52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금액도 1억6천684만5천달러(현재 환율로 약 2천274억원)에서 52억7천841만8천달러(약 7조1천955억원)로 32배로 늘었다.
관세청 통계를 토대로 통계청이 개인 이용 물품만 추려 집계한 온라인 직구액은 6조7천567억원으로 월평균 5천631억원에 이른다.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연간 직구액이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비중이 45.7%로 가장 크고 음·식료품(22.2%), 가전·전자·통신기기(6.3%), 생활·자동차용품(6.2%), 화장품(4.8%), 스포츠·레저용품(3.8%) 등의 순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거의 모든 품목을 아우른다.
2021년 기준으로 해외직구 이용 인구는 1천308만명으로 20∼50대 전체 성인 인구(약 3천20만명)의 43%에 달한다는 관세청 통계도 있다.
최근 사례에서 보듯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직구의 가치는 클 수밖에 없다.
가격 또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에 한층 민감해진 소비자에겐 일종의 '소비 피난처'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모(46)씨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옷과 신발은 거의 다 직구로 구매했다"며 "랄프로렌과 갭부터 최근 스투시에 이르기까지 한국 백화점 가격 대비 3분의 1 가격이라 직구를 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탁상공론이 부른 정책 실패…대책 실효성도 의문
업계와 소비자단체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소비자 일상에 스며든 직구의 편익을 과소평가한 게 화를 불렀다고 본다.
안전을 명분으로 직구라는 강력한 선택적 소비 행태를 무시한 정책이 소비자 권리 침해로 받아들여지면서 반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 직구 커뮤니티 이용자는 "직구가 소비자들 일상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들여다보지 않고 정부 당국자들이 탁상공론으로 대책을 만들다가 일이 꼬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영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정부가 해외직구 물품의 대규모 반입에 따른 소상공인의 어려움 등 국내 유통산업계 영향과 안전성에만 집중해 직구의 소비자 편익을 간과했다"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짚었다.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해왔다.
해외 판매자에게 KC인증을 획득하도록 강제하는 문제는 제쳐두고 하루 36만건이 넘는 통관 물품을 일일이 검사해 인증받은 물품을 가려내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KC인증의 범용성도 문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협정을 통해 안전인증 효력을 서로 인정해주고 있지만 KC인증은 사실상 한국에서만 효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정부의 대책 발표 직후 쿠팡과 G마켓, 11번가 등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중국 다음으로 직구 비중이 큰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들어오는 물품의 통관 대책을 숙의하는 등 한동안 혼란에 빠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 "소비자 안전도 중요…원점에서 실효적 대책 논의해야"
한편으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무분별한 위해 물품으로부터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는 문제도 시급한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취급하는 유해 물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구액 가운데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구 태동기부터 줄곧 1위를 지켜온 미국(27.5%)을 처음으로 밀어낸 것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최근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장신구나 어린이용품, 생활용품 등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잇따라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장은 국민 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는 관세법(제237조)에 따라 인력과 장비를 대폭 늘려 유해 물품 통관 검사와 사후 안전성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정부 대책이 소비자 권한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았지만, 안전한 제품을 유통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면서 "직구 상품 모니터링을 강화해 제품을 수시로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차단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업자 자율 규제와 정부의 법적 규제를 바탕으로 소비자단체와 소비자가 사각지대를 막는 식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민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소비자단체 등에서 적극적으로 피해 이슈를 제기하고 소비자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 등을 통해 적극적인 피해 구제 대책을 강구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벌칙을 부과하는 등 규제 강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합뉴스
"안전한 환경 조성 방향은 맞아…실효성 있는 대책 필요"
정부가 해외 직접구매(직구) 물품의 국가통합인증마크(KC) 의무화 정책을 내놨다가 소비자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 속에 사흘 만에 철회했으나 국민 안전을 담보할 묘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하다. 직구는 이미 국민 소비 생활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아 15년 새 50배로 급성장했다.
매일 30만건 넘게 무분별하게 쏟아져 들어오는 직구 물품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실효성 있는 대책을 다시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 국민 핵심 소비 채널 된 직구…15년 새 50배 급성장
21일 이커머스 업계에 따르면 직구는 2000년대 후반 붐이 일기 시작해 지금은 소비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일상 소비 플랫폼이 됐다. 직구 초기 이를 주도한 소비자는 '육아맘'들이다.
이들은 커뮤니티를 만들어 해외 유명 브랜드 상품 정보를 교환하고 공동 구매를 하며 직구 붐을 조성했다.
이들은 국내에 정식으로 수입·유통된 제품 대비 거의 반값인 직구의 가격 이점(메리트)에 열광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직구 대상은 육아용품을 넘어 패션, 뷰티, 생활용품, 가전 등 거의 모든 품목으로 확대됐다.
이에 맞춰 직구 건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관세청 전자상거래 물품 수입 통관 현황을 보면 2009년 251만건에서 지난해에는 1억3천144만3천건으로 52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금액도 1억6천684만5천달러(현재 환율로 약 2천274억원)에서 52억7천841만8천달러(약 7조1천955억원)로 32배로 늘었다.
관세청 통계를 토대로 통계청이 개인 이용 물품만 추려 집계한 온라인 직구액은 6조7천567억원으로 월평균 5천631억원에 이른다.
2014년 통계 작성 이래 연간 직구액이 6조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품목별로 보면 의류 및 패션 관련 상품 비중이 45.7%로 가장 크고 음·식료품(22.2%), 가전·전자·통신기기(6.3%), 생활·자동차용품(6.2%), 화장품(4.8%), 스포츠·레저용품(3.8%) 등의 순으로 국민이 일상에서 소비하는 거의 모든 품목을 아우른다.
2021년 기준으로 해외직구 이용 인구는 1천308만명으로 20∼50대 전체 성인 인구(약 3천20만명)의 43%에 달한다는 관세청 통계도 있다.
최근 사례에서 보듯 생활물가가 전방위로 오르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느끼는 직구의 가치는 클 수밖에 없다.
가격 또는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에 한층 민감해진 소비자에겐 일종의 '소비 피난처' 역할을 해온 게 사실이다.
중학생 자녀를 둔 박모(46)씨는 "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옷과 신발은 거의 다 직구로 구매했다"며 "랄프로렌과 갭부터 최근 스투시에 이르기까지 한국 백화점 가격 대비 3분의 1 가격이라 직구를 끊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 탁상공론이 부른 정책 실패…대책 실효성도 의문
업계와 소비자단체에서는 정부가 이처럼 소비자 일상에 스며든 직구의 편익을 과소평가한 게 화를 불렀다고 본다.
안전을 명분으로 직구라는 강력한 선택적 소비 행태를 무시한 정책이 소비자 권리 침해로 받아들여지면서 반발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한 직구 커뮤니티 이용자는 "직구가 소비자들 일상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들여다보지 않고 정부 당국자들이 탁상공론으로 대책을 만들다가 일이 꼬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영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정부가 해외직구 물품의 대규모 반입에 따른 소상공인의 어려움 등 국내 유통산업계 영향과 안전성에만 집중해 직구의 소비자 편익을 간과했다"고 이번 사태의 원인을 짚었다.
업계에서는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기해왔다.
해외 판매자에게 KC인증을 획득하도록 강제하는 문제는 제쳐두고 하루 36만건이 넘는 통관 물품을 일일이 검사해 인증받은 물품을 가려내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KC인증의 범용성도 문제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선진국들은 대부분 협정을 통해 안전인증 효력을 서로 인정해주고 있지만 KC인증은 사실상 한국에서만 효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정부의 대책 발표 직후 쿠팡과 G마켓, 11번가 등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업체들은 중국 다음으로 직구 비중이 큰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에서 들어오는 물품의 통관 대책을 숙의하는 등 한동안 혼란에 빠졌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 "소비자 안전도 중요…원점에서 실효적 대책 논의해야"
한편으로는 해외에서 들어오는 무분별한 위해 물품으로부터 소비자 안전을 확보하는 문제도 시급한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서둘러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와 같은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취급하는 유해 물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차단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해외 직구액 가운데 중국발 상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48.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구 태동기부터 줄곧 1위를 지켜온 미국(27.5%)을 처음으로 밀어낸 것이다.
소비자들이 많이 구매하는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최근 중국계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판매하는 장신구나 어린이용품, 생활용품 등에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는 유해 물질이 잇따라 검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장은 국민 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의 통관을 보류할 수 있다는 관세법(제237조)에 따라 인력과 장비를 대폭 늘려 유해 물품 통관 검사와 사후 안전성 검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지연 사무총장은 "정부 대책이 소비자 권한을 침해한다는 측면에서 비판받았지만, 안전한 제품을 유통하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방향성은 틀리지 않았다"면서 "직구 상품 모니터링을 강화해 제품을 수시로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차단하는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업자 자율 규제와 정부의 법적 규제를 바탕으로 소비자단체와 소비자가 사각지대를 막는 식의 유기적인 협업이 필요하다"고 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민간의 역할을 강조했다.
소비자단체 등에서 적극적으로 피해 이슈를 제기하고 소비자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해외 플랫폼의 국내 대리인 지정 등을 통해 적극적인 피해 구제 대책을 강구하고 피해가 발생할 경우 강력한 벌칙을 부과하는 등 규제 강도를 한층 높여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