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릿은 배우 개성이 뚜렷이 드러나…안하면 평생 후회할 거 같아서 도전"

인터뷰 - '햄릿' 강필석 이승주

다음달 6일 서울 대학로서 개막
"햄릿은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
연극 ‘햄릿’에서 햄릿 역을 맡은 강필석(왼쪽)과 이승주. /신시컴퍼니 제공
서울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다음달 9일 개막하는 연극 ‘햄릿’에는 24명의 배우가 무대에 오른다. 배우 전무송, 이호재, 박정자, 손숙 등 연극계 노장이 대거 참여한다. 출연진의 배우 경력을 모두 더하면 900년에 이른다.

10년 넘게 무대를 밟은 햄릿 역할의 강필석, 이승주가 이번 작품에서는 아기가 된 기분이라고 하는 이유다. 햄릿의 무거운 왕관을 받아 든 두 주인공을 20일 만났다. 강필석은 2년 전 같은 공연에서, 이승주는 이번에 처음 햄릿에 도전했다.이승주는 두려움 속에 캐스팅 제의를 수락했다고 했다. 그는 “셰익스피어의 대가로 불리는 로런스 올리비에 감독의 1948년 개봉작 ‘햄릿’을 보고 배우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며 “대선배들 앞에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됐지만 평생 후회할 것 같아서 역을 받았다”고 했다. 강필석은 2년 전 공연을 떠올리며 부담감을 전했다.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시작했는데 미친 도전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죠. 선배들 앞에서 처음 독백 장면을 연습했는데 5분짜리 대사를 하는 시간이 사흘 같았죠.”

개막을 3주 앞둔 두 배우는 각자 자신만의 햄릿을 찾아가는 중이었다.

강필석은 “햄릿은 독백이 많은 역할이라 그 어떤 작품보다 배우의 개성이 잘 드러난다”며 2년 전 자신이 연기했던 햄릿과도 달라질 예정이라고 했다. “2년 전에 햄릿은 어떤 개인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웅변하듯이 대사를 하라는 지도를 받았어요. 개인의 얘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의 이야기를 하라는 의미라고 생각해요.”이승주도 “각자에게 맞는 감정과 동작이 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지도를 받고 있다”며 “사람의 지문이 다르듯 같은 배역을 맡아도 모두가 다른 햄릿을 연기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두 명의 햄릿은 확연히 다른 점도 있다. 강필석은 오른손잡이, 이승주는 왼손잡이다. 두 배우는 극 중 칼싸움 장면을 연기하기 위해 펜싱 훈련을 받고 있는데 왼손잡이 이승주는 어쩔 수 없이 오른손으로 싸우는 연습을 하고 있다.

강필석은 “선배들이 연극을 준비하는 자세, 그리고 후배를 챙기는 모습을 보고 반성하게 됐다”며 “선배들이 쌓아온 역사를 이어가고, 동료와 후배들을 더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연은 9월 1일까지.

구교범 기자 gugyobeo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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