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명문장수기업의 밑거름, 가업승계 세무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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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국세청 차장“가업승계요? 높은 세 부담 탓에 승계는커녕 오히려 회사 매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자주 듣는 기업 현장의 하소연이다. 한국을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이끈 주역인 중소기업들이 세대교체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창업 세대의 고령화로 그동안 축적한 산업기술과 경영노하우를 다음 세대에 온전히 물려줘야 하는 중차대한 때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 가업승계는 그리 녹록지 않은 일이다. 올해 초 한국무역협회가 수출·중소기업 경영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가업승계 관련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응답자의 74.3%가 조세 부담을 꼽았다. 올해 기준으로 국내 기업 중 100년 이상 장수기업은 17개에 불과하다. 짧은 산업화 역사도 원인이겠지만 가업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부정적인 시각 또한 장수기업 육성을 가로막는다. 2022년 기준 일본은 3만7085개, 미국 2만1822개, 독일은 5290개의 100년 이상 장수기업이 존재한다.가업승계는 일반 상속과 달리 기업을 이어받아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고용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등 국가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많다. 정부는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가업승계에 대해 세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영위한 중소·중견기업을 상속인에게 승계하면 과세가액에서 최대 600억원까지 공제하는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대표적이다. 가업 요건을 갖춘 주식을 생전에 증여하면 증여재산가액에서 10억원을 공제한 후 특례세율(10~20%)을 적용하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제도도 있다.
그럼에도 많은 기업인이 여전히 관련 정보 부족, 까다로운 공제 요건 등으로 제도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세법상 혜택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준비가 필요하기에 정부 차원의 정보 제공 및 컨설팅을 가업승계에 필요한 정책 1순위로 꼽기도 했다.
이에 국세청에선 기업인의 세무 부담을 해소하고 원활한 가업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2022년 9월 ‘일대일 맞춤형 가업승계 세무컨설팅’ 제도를 도입했다. 국세청에서 기업별 다양한 상황과 특성에 맞춰 세제 혜택 적용 요건을 사전에 진단해 구체적인 해결 방안 등을 제시하고, 법령 해석 질의가 있으면 최우선으로 처리해주는 납세 서비스다. 적극행정을 통해 납세자 애로사항을 선제 해결해 주고자 하는 취지다. 국세청은 납세 편의 제고와 공정경제 구현 등을 위한 다양한 과제를 발굴하고 이행하기 위해 국세행정 역량강화 태스크포스(TF)를 설치했다.
가업승계는 국가 경제의 동력을 유지하고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가적 과제다. 원활한 가업승계는 명문장수기업 육성으로 이어지고, 이를 통해 안정된 고용환경과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 가업승계 세무컨설팅이 200~300년 명문 장수기업을 배출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