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소설가] 2차대전서 야만성 목격…'파리대왕'으로 노벨상, 윌리엄 골딩

경제와 문화의 가교 한경
윌리엄 골딩은 청소년 소설 <산호섬>을 읽고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섬에 표류한 소년들이 서로 힘을 합해 난관을 극복한다는 이야기였다. 그는 아내에게 물었다. “섬에서 지내게 된 아이들이 실제로 하게 될 행동을 책으로 쓰면 어떨까?”

골딩은 1911년 영국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대를 졸업하고 교사로 일했다. 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해군에 입대했고,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현장에도 있었다. 참혹한 전장의 모습을 보고 인간 본성에 대한 회의를 느꼈다.전쟁이 끝난 뒤 다시 교사로 일하던 그는 1954년 첫 번째 소설을 발표했다. <파리대왕>이다. 핵전쟁이 벌어진 근미래, 영국 소년들이 비행기 추락으로 태평양 무인도에 고립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그렸다. 문명과 동떨어진 곳에서 소년들은 점차 야만성에 눈을 뜨고 서로를 죽이는 지경까지 이른다.

3000부가 겨우 팔리던 것이 이내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후 수많은 학교에서 학생들이 읽어야 할 책으로 꼽혔고, 영화로도 여러 차례 제작됐다. 골딩은 1983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작품은 문명과 야만의 대립, 순진무구한 존재의 희생, 인간의 폭력성 등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골딩은 1993년 여름, 심부전으로 사망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