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사 애니메이션부터 애플 아이팟까지…프로젝트 성공의 비밀

신간 '프로젝트 설계자'
픽사의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2015)은 기쁨·슬픔·소심·까칠·버럭 등 다섯 가지 감정을 주요 캐릭터로 내세워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원래는 캐릭터들이 훨씬 많았다고 한다.

남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기쁨이나 슬픔, 권태와 같은 복잡한 감정도 포함됐었다.

캐릭터 명(名)도 감정을 상징하는 단어가 아닌, '앤'처럼 평범한 이름이었다. 제작진은 복잡한 여러 캐릭터를 없애고, '슬픔이'처럼 이름도 단순화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픽사는 이 영화로 제작비(1억7천500만달러)의 약 5배에 달하는 8억5천761만1천달러(약 1조1천70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성공에는 이유가 있었다.

픽사는 촬영에 들어가기 전부터 완벽함을 추구했다.

기획개발에 최대한 오랜 시간을 들이고, 감독·미술가·직원들의 피드백을 받아 가며 시나리오를 조금씩 수정해 나갔다. 샘플로 만든 초벌 작품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반응을 얻어 다시 수정했다.

내부 관객을 대상으로 피드백을 얻는 작업을 대체로 '여덟 번' 정도를 반복했다고 한다.
픽사의 '꼼꼼한' 제작 방식과 반대되는 길을 간 영화들도 있다.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마이클 치미노 감독이 연출한 '천국의 문'(1980)이 대표적이다.

제작진은 세심한 계획 없이 일단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제작에 들어갔다.

제작비는 영화를 만들며 눈덩이처럼 불어나 애초 예상보다 5배나 더 들었다.

개봉 시기도 1년이나 늦춰졌다.

고생 끝에 개봉했지만, 관객들은 영화를 철저히 외면했다.

4천400만달러의 제작비가 들었는데, 매출은 300만 달러에 그쳤다.

제작사는 도산했고, 치미노 감독은 오랫동안 차기작을 연출하지 못했다.
영국 옥스퍼드 경영대학원의 벤트 플루비야 교수와 작가 댄 가드너가 함께 쓴 신간 '프로젝트 설계자'에 나오는 내용이다.

책은 성공과 실패 사례를 통해 프로젝트 성공의 비밀을 파헤친다.

저자들에 따르면 프로젝트는 성공하는 경우보다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136개국 20개 분야에서 수집한 약 1만6천개의 프로젝트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비용과 일정에서 계획 당시의 목표를 달성한 경우는 전체의 8.5%에 불과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 고속철도 사업의 프로젝트 비용은 330억 달러에서 1천억 달러로 치솟았고,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은 예상 비용보다 720%나 초과했다.

이 밖에도 개인이 기획하거나 회사 팀원들이 작업하는 프로젝트가 좌초되는 경우는 일상에서 무수히 많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저자들은 낙관적 전망, 예측 실패, 신중하지 못한 기획, 무작정 속도 높이기, 경험 무시, 프로젝트를 하나의 큰 덩어리로 생각하는 태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성공의 비밀은 그 반대로 하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조언한다.

기획 단계에선 천천히 생각하되 실제 추진은 빠르게 하라는 것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은 한 장의 스케치에서 시작해 21개월 만에 완공됐고, 애플의 아이팟도 시작한 지 11개월 만에 고객의 손에 전달됐으며 보잉이 747 여객기를 설계하고 첫 제품을 출시하는 데는 2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저자들은 ▲프로젝트의 승률을 파악하고 ▲천천히 생각하고 빠르게 행동하며 ▲작은 구성요소를 쌓아 올려 큰 목표물을 구축하고 ▲최종 목표를 출발점으로 삼아 계획을 수립하라고 조언한다. 한국경제신문. 박영준 옮김. 416쪽.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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