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절할 만큼 완벽한 음색의 스피커… 비밀은 피보나치 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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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코난의 맛있는 오디오웹툰 ‘머니게임’과 ‘파이게임’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더 에이트 쇼>가 인기다. 총 8명의 사람은 시간을 돈과 교환해준다는 제안에 이끌려 홀연히 게임장에 입성한다. 그리고 총 8층으로 이뤄진 건물 안에 갇혀 돈을 벌기 위해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시간을 어떻게든 늘리려 갖은 애를 쓴다.
황금비율과 하이파이오디오
로렌스 디키와 비비드오디오의 혁신적 스피커 디자인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하이엔드 오디오 설계
피보나치 수열이 오디오 기술에 미친 영향
각 개인의 관계에서 첫 번째 균열이 생기게 되는 계기는 다름 아닌 시간당 적립금이다. 1층은 만원, 2층은 2만원, 3층은 3만원, 그리고 이어서 8만, 13만, 21만, 34만까지 뭔가 불규칙한 액수로 증가한다. 이 불규칙해 보이는 패턴의 규칙을 알아낸 참가자 한 명의 입에서 나온 말은 바로 ‘피보나치 수열’, 바로 황금 비율이다.▶▶ [관련 리뷰] 돈이 지배하는 비밀공간속의 인간군상, 그 민낯을 드러내다
피보나치 수열에서 인접한 두 항의 비율은 황금비, 즉 1.618에 가까워진다. 그리고 이 비율은 인간이 가장 편안하게 느끼며 가장 아름다운 비율로서 황금비로 불리운다. 사실 알고 보면 이 비율은 자연에서 왔다. 꽃잎의 개수나 나뭇가지의 분포, 솔방울의 나선형 배열 또는 해바라기 씨의 배열을 보라. 알고 보면 피보나치 수열의 기하학적 표현과 일치한다. 이 외에도 음악, 건축, 미술, 디자인 등에서 이 황금비나 황금 분할은 끊임없이 응용되면서 영감의 원천으로 활용되고 있다. 자연으로부터 발견된 이론은 절대 깨지지 않는다.일상생활에서도 우리는 이 황금비를 이용한 물품들과 알게 모르게 마주친다. <더 에이트 쇼>에서도 언급되는데 다름 아닌 신용카드나 호텔 카드키 같은 것들의 가로 세로 비율이 1:1.6이다. 나는 이 황금비를 나의 가장 가까운 전자 제품 중 하나인 오디오에서 종종 발견한다.이 이야기는 로렌스 디키를 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천재적인 엔지니어 로렌스 디키가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자리를 잡고 비비드오디오를 설립했을 때 사람들은 그의 기행에 할 말을 잃었다. 그러나 그가 G1 등 일련의 스피커를 내놓고 이를 처음 오디오 쇼에서 시연했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한번 그의 기행이 객기가 아니었음을 처절하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포니테일을 연상시키는 상단 디자인은 유닛의 후방 에너지를 자연스럽게 소멸시키기 위한 테이퍼드 튜브 방식 설계 덕분이었다.기원은 B&W의 노틸러스로 올라간다. 그 하나는 바워스앤윌킨스(Bowers and Wilkins)라는 굴지의 영국 스피커 브랜드에서 만든 현대 하이엔드 스피커의 표상과 같은 모델 노틸러스(Nautilus)에서부터였다. 그가 노틸러스 설계에 참여해 만들어낸 디자인은 흡사 앵무조개의 껍질 모양을 하고 있었다. 네 개의 스테레오 앰프 또는 여덟 개의 모노 앰프가 필요했고 크로스오버는 따로 분리되어 있었다. 유닛의 운동을 통해 전류를 음성 신호로 바꾸어 소리를 내는 데 있어 인클로저와 크로스오버는 필요악이지만 이를 최대한 제어해 순수한 재생음을 만들어내겠다는 극단적 시도였다.
그는 B&W를 떠나 비비드오디오를 설립한 이후에도 노틸러스의 설계 철학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진화시켰다. 아이디어는 자연 생물체로부터 얻어진 것이다. 자연에서 무수히 많은 변수와 위험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진화한 형태. 바로 앵무조개가 아이디어의 원천이다. 구조적으로 원시적인 환경에서 살아남기에 적합한 형태로 자연스럽게 진화한 앵무조개의 모양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이다.인도양, 태평양 등의 바다에서 살아남기 위해 부력을 조정해야 했고 매우 단단한 껍질을 가져야 했다. 스스로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무늬의 위치와 분포 등 모두 생존을 위해 진화한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바다에서 부력을 조절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앵무조개의 베르누이 나선은 피보나치 문양을 떠올리게 한다. 그 방향조차 DNA에서 결정된다고 하는데 물이나 빛이 아닌 소리의 파장을 이 껍질의 문양과 연관 지으면 스피커의 패널로 인한 정재파를 소멸시킬 수 있다. 자연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자연을 평화롭게 유지시키는 숨은 원리는 지구의 섭리 같은 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섭리 중 피보나치 수열, 황금비가 있다.
또 하나는 윌슨 베네시 스피커다. 바워스앤윌킨스와 마찬가지로 영국의 스피커 브랜드로서 이들은 상업적인 오디오를 만드는 곳보다는 마치 연구집단 같은 브랜드다. 애초에 시작부터 정부로부터 R&D 관련 펀딩을 받아 소재 연구를 시작했다. 이미 1980년대에 하이파이 오디오 메이커로서는 처음으로 턴테이블의 톤암에 카본을 적용하면서 파란을 일으켰다.
실제로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 펀딩을 받아 소재 연구에 참여해온 브랜드 중 오디오 브랜드는 윌슨 베네시가 유일할 것이다. 더군다나 연구소가 AMP의 AMRC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 그리고 보잉, 에어버스, 롤스로이스 등 첨단 산업의 첨병들이 입주해 있는 그곳에서 윌슨 베네시는 진보적인 소재 연구를 통해 전에 없었던 독보적인 오디오 제품을 만들어냈다.바로 그 윌슨 베네시의 스피커 라인업 중에 피보나치가 있다. 모델명 뒤엔 암호 같은 3zero가 붙고 Omnium, Eminence 같은 기함급 하이엔드 스피커들이 속해 있다. 그들의 플래그십 라인업이다. 그런데 왜 피보나치라는 라인업 네이밍이 정해졌을까?
스토리는 이렇다. 연구 프로젝트에 계속해서 참여해 소재 연구를 해온 윌슨 베네시가 가장 최근 참여한 연구는 SUCCHY 프로젝트다. 유럽 전역에 걸쳐 13개 대학 및 여러 기업들이 참여한 생체 복합 기반 소재 연구의 일환이다. 2017년 시작해 약 4년간 지속된 이 연구에서 윌슨 베네시는 친환경 소재를 개발해 제품에 투입했고 그 결과 피보나치 라인업이 탄생한다.
흥미로운 건 이 라인업에 속한 스피커들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기하학적 패턴 문양이다. 일단 트위터를 보면 진동판 주변 프레임에 피보나치 수열의 기하학적 패턴이 새겨져 있다. 또한 미드/베이스 우퍼에도 동일한 패턴의 문양이 새겨져 있다.
이는 모두 소리의 파동을 통해 음악 신호를 만들어내는 데 있어 황금비의 패턴이 뛰어난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고역의 분산 특성을 향상시켜 소리가 자연스럽고 넓게 퍼져나가며 동시에 트위터 진동판 주변 배플에서 일어날 수 있는 회절 현상을 억제해준다. 즉, 평탄하고 고른 특성의 사운드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드/베이스 우퍼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선형적인 움직임으로 인한 왜곡을 줄여 성능을 개선해준다.하이엔드 케이블 분야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카다스도 이를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은 로고부터 마치 앙리 마티스의 달팽이 스케치에서 본 듯한 콜라주를 보여준다. 달팽이처럼 생긴 카다스의 로고는 바로 피보나치 수열의 너비를 사각형으로 그려 무한 반복할 경우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모양이다. 만일 이 달팽이 모양의 만곡선을 펴내면 어떤 모양을 볼 수 있을까? 카다스의 케이블을 쓱 잘라난 단면 또한 마치 피보나치 도형을 상상하게 된다.조지 카다스는 바로 이 피보나치에서 영감을 얻었던 것 같다. 각 도체의 굵기 및 배열에 있어서 서로 일정한 비율을 만들었고 이를 ‘Constant Q Stranding’이라 부른다. 동일한 질량과 굵기, 장력을 가진 2개 이상의 도체가 접촉했을 때 생기는 공진에 착안해 전혀 새로운 지오메트를 구상했고 이것이 카다스의 핵심 설계 이론이 되었다.
코난 오디오 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