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기 문열림 수천번도 분석’...LG전자, 데이터 분석에 AI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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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훈 LG전자 H&A데이터플랫폼태스크리더 인터뷰“가전 사업은 고객의 삶과 니즈(수요)를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AI는 고객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는 수단이자 기회입니다.”
데이터 솔루션 ‘찾다’로 분석 시간 5일→20분 단축
챗GPT 상용화 한 달 여 만에 MS에 “협업 하자”
자체 AI ‘엑사원’ 접목해 비정형데이터 적용 추진
우정훈 LG전자 H&A데이터플랫폼태스크리더 수석전문위원(상무)이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제조업체가 AI에 신경 쓰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자 이같이 말했다. LG전자는 지난 1월 가전 사업 부문인 H&A사업본부에서 생성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솔루션인 ‘찾다(CHATDA)’를 선보였다. 마이크로스프트 플랫폼인 애저를 활용해 사내 데이터 도출에 걸렸던 시간을 3~5일에서 20~30분으로 단축했다. 오픈AI가 ‘챗GPT' 서비스를 출시하고 한 달 여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공조한 결과다.우 위원은 생성 AI를 활용해 가전 사업에서 얻을 수 있는 빅데이터를 빠르게 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우 위원은 미국 회계법인인 KMPG에서 AI·빅데이터 사업을 관리했던 이력이 있다. 2021년부터는 LG전자 가전 사업 부문의 데이터 플랫폼 혁신을 총괄하고 있다.
가전 빅데이터 분석 장벽 낮춰
데이터 분석 작업은 제조업에서 생성 AI 혁신이 뚜렷히 체감되는 분야다. 통상 상품 기획자나 마케팅 담당자가 필요로 하는 상품 데이터를 받기 위해선 수일의 시간이 걸린다. 필요로 하는 데이터를 엔지니어에게 요청하고 엔지니어가 유의미한 데이터를 추출하는 절차가 필요해서다. 데이터 활용에 법무 검토가 필요한 경우엔 수십일이 걸리기도 한다. H&A사업본부가 특정 데이터를 받는 데 걸리는 시간도 지난해까진 3~5일이 걸렸다. 이마저도 50여일이 걸렸던 시간을 여러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해 줄인 성과였다.
찾다 도입으로 LG전자는 데이터 확보에 들이는 시간을 20~30분으로 추가 단축했다. 찾다는 데이터 분석에 쓰이는 코드인 SQL과 파이썬을 엔지니어가 아닌 사람들도 쉽게 짤 수 있도록 해주는 솔루션이다. 오픈AI의 GPT 기반 챗봇을 활용해 자연어로 된 주문을 코드로 바꿔준다. 이 코드로 나온 분석 결과도 자연어 형태로 바꿔준다. 우 위원은 “이용자는 코딩 지식 없이도 챗봇을 통해 원하는 데이터를 끄집어낼 수 있다”며 “GPT는 데이터 그 자체가 아닌 코드를 전송하는 방식이여서 데이터 유출 우려도 없다”고 설명했다.찾다의 우선 적용 대상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축적된 가전 데이터들이다.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별 이용자들의 사용 습관에서 특정한 경향성을 도출하는 게 쉬워졌단 얘기다. 이용자 취향을 반영한 ‘맞춤 제품’을 출시해 시장 트렌드에 기민하게 대응하기도 쉬워졌다. 우 위원은 “세탁기에서 세탁 완료 후 이용자가 문열림에 걸리는 시간이 평균 어느 정도인지도 찾다로 확인 가능하다”며 “고객 데이터를 수집, 분석한 뒤 이를 반영해 제품을 업데이트하는 속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객 목소리도 반영...정보보호가 최우선”
LG전자가 가전 사업에서 생성 AI 도입 기회를 노린 건 오픈AI의 ‘챗GPT’ 상용화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2년 11월 말 출시된 챗GPT가 AI 기반 챗봇의 시장성을 보여주자 LG전자는 오픈AI에 투자한 마이크로소프트에 연락해 협업을 타진했다. 챗GPT 출시 후 한 달 여가 지났던 시점이었다. 우 위원은 “지난해 2월 생성 AI 기반 데이터 솔루션의 개념검증(POC)을 시작한 뒤 5월에 결과를 확인했다”며 “이후 투자, 솔루션 구축 등을 거쳐 올해 1월 찾다를 출시했다”고 설명했다.
찾다의 확대 적용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는 소비자 요청 등 고객의 소리(VOC)로 접수하는 데이터도 올해 안에 데이터 분석 범주에 반영할 계획이다. 우 위원은 “고객의 가치 개선과 개인 정보 보호, 이 두 가지를 최우선으로 보고 데이터 솔루션을 개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 AI연구원이 개발하고 있는 ‘엑사원’의 접목도 추진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솔루션과 자체 AI 기술을 함께 활용해 비정형 데이터에도 안전하게 찾다를 적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