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인류가 나가야 할 방향"…미슐랭 3스타 셰프의 예찬

에리크 리페르, 정관 스님 등과 '토크 콘서트'…백양사서 템플스테이
"저에게 사찰음식은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아주 여러 측면에서 인류가 미래에 나가야 할 방향입니다.

"
미국 뉴욕의 미슐랭가이드 3스타 레스토랑 셰프이며 공동소유자인 에리크 리페르는 사찰 음식이 비좁은 환경에서 동물을 기르거나 죽이고, 살충제나 화학 비료로 토양과 물을 오염시키는 현대 사회의 식재료 공급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길을 추구한다며 이렇게 예찬했다.

22일 오후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사람, 기후위기 그리고 사찰음식'을 주제로 개최한 토크 콘서트에 연사로 나선 리페르 셰프는 2012년 한국에 처음 와서 사찰음식을 맛보았을 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맛있었고, 아름다웠고, 이국적이었으며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심지어 섹시하기까지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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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음식 명장 정관스님과 교류하면서 리페르 셰프는 얄팍한 호기심을 넘어 전통 사찰의 공양에 담긴 철학을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그는 정관스님이 만든 사찰 음식을 맛보고 함께 요리도 하면서 "사찰음식의 접근법은 서양과는 매우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리페르와의 인연으로 정관스님은 2017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셰프의 테이블'에 출연하게 된다.

리페르 셰프는 한국의 절에서 음식을 일종의 약(藥)으로 간주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반응했다. 또 조리할 때 식재료, 환경, 지속가능성을 고려하고 음식을 먹을 사람들의 건강까지 기원하는 등 공양을 짓는 일이 일종의 수행이었다고 소개했다.

불교 신자인 리페르 셰프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이 주방의 책임자로서의 활동에도 영향을 줬다고 고백했다.

그는 출신지 프랑스에서 요리사로서의 경력을 쌓기 시작했는데, 그 시절 주방의 기강은 매우 엄격했고 고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선배들에게 호되게 야단을 맞으면서 교육받았다.

경력이 쌓이고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리페르는 후배 조리사들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대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그런 것(고압적인 방식)이 싫었는데 나도 똑같이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건 아니다.

행복하지도 않고 참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달라이 라마를 접하고 나서 저에게 긍정의 씨앗이 뿌려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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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페르 셰프는 이후 함께 일하는 동료들에게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며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지도자들의 가르침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자신이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토크콘서트에 함께 자리한 정관스님은 "음식은 정신적인 에너지와 육체적인 에너지를 연결해주는 법(法)"이고 "음식은 자연과 인간의 연결고리"라며 공양은 "교류된 감정을 마음으로 먹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18일 방한한 리페르 셰프는 앞서 서울 진관사에서 계호스님과 음식과 명상을 주제로 교류하고 백양사에서 사찰음식을 맛보며 템플스테이를 하는 등 한국 사찰 문화를 거듭 체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