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홀리는 안상수의 '한글 도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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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27
'홀려라' 개인전
'국민 글꼴' 안상수체 만든 작가
상업화랑서 첫번째 개인전 열어
'ㅎ'과 조선 민화 결합한 작품과
한글과 한자 합친 작품들 소개
'이효리 문신' 무늬 등도 선보여
국민적 타이포그래피 작가 안상수(사진)가 부산에서 특별전 ‘홀려라’를 열고 있다. 갤러리는 해운대 앞바다가 통창으로 훤히 바라다보이는 오케이앤피 부산. 안상수가 미술관이나 대안공간 등 비영리기관의 시설이 아니라 상업화랑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선 안상수 회고전이 열렸는데, 원로 작가의 업적과 자취를 되짚어보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행사였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13년 김구림, 2015년 윤석남에 이어 2017년도에는 안상수를 꼽았다.그는 이번 전시에 한글의 자음 ‘ㅎ’과 조선 시대 민화의 한 종류인 문자도를 결합한 ‘홀려라’ 시리즈를 대거 선보였다. 2017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첫선을 보인 이 연작은 당시 많은 호평을 받으며 서울시립미술관에 소장되기도 했다.
전시장 한편에는 2002년 리움미술관의 전신인 로댕갤러리에서부터 선보인 작품인 ‘알파에서 히읗까지’도 함께 걸려 있다. 서양에서는 전부를 뜻하는 관용어로 ‘알파에서 오메가까지’를 쓰는데, 안상수는 이 관용구와 한글을 결합해 작품을 고안했다. 이 연작은 처음 선보일 당시 미술관 벽에 그려졌고 이후 다양한 형식으로 변주돼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번에는 캔버스로, 또 오브제로 고스란히 옮겨왔다.
안상수가 사용하는 검은 안료는 모두 흑연으로 만들어졌다. 그에게 어릴 적부터 가장 친숙한 재료가 바로 연필이기 때문이다. 작업할 때 그는 캔버스에 그리고자 하는 모양대로 테이프를 붙인다. 그런 다음 흑연으로 만든 안료를 들이붓는다. 붓이나 넓은 판지로 안료를 밀어내면 작품의 윤곽이 드러난다. 온몸을 사용해야만 하나의 그림을 완성할 수 있다.
시인 이상의 ‘날개’에서 호(號)를 따와 ‘날개’로 불리는 안상수의 부산 전시는 오는 6월 9일까지 이어진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