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범석 루닛 대표 "의사 개입 없는 AI 암진단 시대 연다"

뉴질랜드 헬스테크 '볼파라' 인수
방대한 데이터로 초거대 모델 구축
“미래에는 의사 없이도 인공지능(AI)만으로 의료 행위를 하는 세상이 열릴 것입니다.”

서범석 루닛 대표(오른쪽)는 22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초거대 AI 모델 구축을 통해 의사의 개입 없이 완전 자율형으로 암 진단을 완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간담회에는 최근 루닛이 인수한 뉴질랜드 볼파라헬스테크놀로지의 테리 토머스 대표(왼쪽)도 참석했다.질병의 진단 과정은 ‘환자 진료 신청-검진-진단-판독문 작성’ 과정을 거친다. 현재 AI 기능은 진단까지 맡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영상 촬영을 하면 전공의들이 1차 판독문 초안을 작성하고, 전문의가 이를 재검토해 오류를 수정한다. 판독문 작성에 가장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된다. 초거대 AI는 대용량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처럼 종합적 추론이 가능하다.

루닛은 초거대 AI를 통해 진단부터 판독문 작성까지 가능한 제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볼파라의 방대한 데이터가 초거대 AI를 완성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볼파라 인수를 통해 유방 촬영 데이터 1억1700만 장을 확보했다. 매년 2000만 장이 추가로 늘어날 예정이다. 서 대표는 “의료용 초거대 AI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1억 장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볼파라 인수는 단순 매출 증대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의료 AI 시장에서 루닛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전략”이라고 했다.

미국질병예방특별위원회는 지난해 유방암 검진 연령을 기존 50세에서 40세로 앞당겼고, 40~75세 여성은 격년 단위로 유방촬영을 하도록 권고했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유방암 검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볼파라와 루닛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볼파라는 미국 병원 2000여 곳에 유방암 검진 AI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의 미국 유방암 AI 진단 시장 점유율은 40% 이상이다. 토머스 대표는 “볼파라와 루닛의 AI 제품은 겹치는 영역이 없다”며 “이번 M&A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루닛은 내년 매출 1000억원과 흑자 전환이 목표다. 지난해 매출은 251억원이다. 서 대표는 “루닛은 유럽과 아시아 시장에서, 볼파라는 미국에서 판매 채널이 잘 구축돼 있기 때문에 서로의 제품을 유통하는 데 큰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했다.

김유림 기자 you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