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공익재단 활성화로 두 마리 토끼 잡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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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기업재단이 복지 역할기획재정부 산하 세제발전심의위원회(세발심) 각 분과위원회 회의가 시작됐다. 7월 말께 세발심 전체회의에서 올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확정되고 관련 법안이 마련될 예정이다. 이번 세발심에서는 기업 상속세제 개편과 함께 공익법인 세제를 개선해 기업 승계를 가로막는 장애를 소탕해주기를 기대한다.
의결권 없고 큰 稅부담 고쳐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지금 한국은 신자유주의 아래 자유시장경제에서 복지국가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 유럽식 복지 모델이 흔히 거론된다. 그런데 유럽에서 복지정책을 정부 외에 질병, 빈곤퇴치, 환경보호 등 일정 부분을 공익재단이 담당하고 있는 점은 간과되고 있다.스위스에는 시계 제조업체 롤렉스그룹이 보유한 한스빌스도르프재단이 있다. 네덜란드에선 가구기업 이케아그룹이 인터이케아재단 등 총 3개의 공익재단을 보유하고 있다. 맥주 제조기업 하이네켄그룹은 알프레드하이네켄퐁센재단을 비롯해 총 7개 공익재단을 거느리고 있다. 덴마크에선 레고그룹이 레고재단을, 맥주 제조기업인 칼스버그그룹은 칼스버그재단을 갖고 있다. 스웨덴의 발렌베리그룹은 총 16개 비영리재단을 운영하면서 수익의 80% 정도를 사회공헌 사업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패션기업 조르조아르마니그룹은 2016년 조르조아르마니자선재단을 설립했다.
독일에는 재단이 수만 개나 있다. 대규모 기업그룹은 대부분 ‘기업재단(Unternehmensstiftung)’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광학기술기업 자이스그룹의 카를자이스재단을 필두로 폭스바겐재단, 로베르트-보쉬재단, 에르세크로너-프레세니우스재단, 디트마홉 비영리 유한회사, 바덴뷔르템베르크 비영리 유한회사, 클라우스치라 비영리 유한회사, 베르텔스만재단 등은 모두 기업재단이다. 독일 중소기업들은 비공익 ‘가족재단(Familienstiftung)’을 설립할 수 있고, 이 가족재단이 기업을 관리함으로써 상속으로 인한 기업의 해체를 막아준다.
이처럼 유럽에선 공익재단을 통한 기업 지배가 보편적이다. 재단이 기업 오너의 (차등의결권) 주식 대부분을 기증받아 창업자 가문이 재단과 기업 운영에 관여하면서 기업 해체를 막고 주식에 대한 배당금으로 사회에 공헌하는 윈윈하는 모습이다.한국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은 보유 계열사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임원 선·해임과 정관 변경, 계열회사의 다른 회사로의 합병 또는 영업 양도 등 경우에는 15%까지 허용). 상속·증여세법상 공익재단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주식이 총발행주식의 10%(상출제기업집단 소속 공익재단은 5%)를 넘으면 그 초과분에 대해 최고 60%의 증여세를 내야 한다. 또 공익법인이 보유한 계열기업 주식 가액이 해당 공익법인 총재산가액의 30%(예외인 경우 50%까지 보유)를 초과하면 매년 말 그 초과분의 5% 상당액을 가산세로 납부해야 한다. 권한은 유명무실하고 세금만 덕지덕지 붙은 꼴이다.
의결권마저 없어지는데, 과도한 세금까지 납부하면서 공익재단에 주식을 기부할 바보는 없다. 당연히 국내 주요 재단 재정은 취약하다. 법의 취지는 재단을 통한 ‘기업 지배의 영속화’를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2022년 기준 일본에 3만7085개, 미국에 2만1822개, 독일에 5290개나 있는 ‘100년 기업’이 고작 10여 개밖에 없는 한국에서 경영권 승계는 오히려 장려해야 할 대상이 아닌가? 공익재단을 ‘기업 지배의 영속화’가 아닌, ‘경영권 승계’ 관점에서 봐야 한다. 세발심 위원들의 성찰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