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위원장 "쌀에 '올인'하는 양곡법, 식량 위기 불러올 수도"

'양곡·농안법 개정 경고' 장태평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장

"민주당 강행 처리 예고한 법안들
식량 위기·가격 불안정 심화할 것"

농업 선진화·식품 수출도 박차
“양곡법(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미래 스마트 농업과 청년농 육성을 위한 지원이 줄게 됩니다. 쌀 이외 다른 작물 생산이 줄어 식량안보 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장태평 대통령 소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농어업위) 위원장(사진)은 지난 20일 서울 새문안로 농어업위 사무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해마다 쌀 매입에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면 쌀농가 이외 다른 농축산업의 예산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올해 쌀 매입 관련 예산만 1조6327억원(매입비 1조2266억원·보관비 4061억원)에 달할 것이라고도 부연했다.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농안법)은 특정 품목의 농산물값이 기준치 이하로 내려가면 정부가 그 차액을 생산자에게 지원하는 ‘가격보장제’다. 장 위원장은 “농민들은 차액 보장이 되는 농산물만 재배할 것이기 때문에 나머지 작물들의 수급 불안을 초래한다”며 “농안법은 농산물 불안정법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18일 두 법안 처리를 예고했다. 이에 한국농축산연합회, 한국국산콩생산자연합회 등 농민단체들은 잇달아 반대 성명을 냈다. 관련 부처인 농식품부도 ‘양곡법·농안법은 미래 농업을 망치는 포퓰리즘 법안’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오는 28일 열릴 것으로 보이는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이 두 법안을 강행 처리할 가능성이 높아 진통이 예상된다. 장 위원장은 “현장 농업인·전문가의 목소리를 듣고 한국 미래 농업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 줄 것”을 호소했다.

장 위원장은 과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시절 농어촌 예산을 짜면서 농업과 연을 맺었다. 이후 40년 이상 농업 한 분야에 관심의 끈을 이어온 농업정책 전문가다. 이명박 정부(2008~2010년)에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맡아 농협 구조개혁을 지휘하기도 했다.한국 농촌은 고령화, 지역소멸, 기후변화로 ‘3중 위기’를 맞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농가 수는 100만 가구 아래로 떨어졌다. 장 위원장은 “네덜란드는 농업인구 1%가 국내총생산(GDP)의 8%를 생산하고 있다”며 “농업이 기업화돼 삼성전자 같은 농업 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젊은 청년농이 운영하는 농업회사, 영농조합법인 등을 키워 고령농의 바통을 자연스레 이어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컬처 인기가 커진 영향으로 김밥, 라면 등 K푸드가 해외에서 인기다. 지난해 농식품 수출 규모는 121억달러를 돌파했다. 올해 1분기도 지난해보다 3.4% 증가한 22억7000만달러를 달성했다. 장 위원장은 “기업 규제를 풀고 농식품 기업에 대한 세제·금융지원을 통해 기회를 잡아야 한다”며 “10년 후 농식품 수출 1000억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고 했다. 농어업위에서는 CJ제일제당과 협약을 맺고 햇반용 인디카(장립종) 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쌀 수출 산업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글=공태윤/사진=이솔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