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보복 관세'에 현대차 반사익…배터리·태양광도 기회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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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주가 9%대 급등미국과 중국이 벌이던 무역전쟁에 유럽연합(EU)의 참전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반사이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EU에 동참을 강력히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이 미국·유럽산 대형 차량에 대해 ‘관세 인상’이란 맞불을 예고한 것도 국내 기업에는 호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생겨서다. 산업계에선 강대국 간 무역전쟁이 확산할 경우 자동차를 넘어 배터리,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 철강 등의 업종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아·모비스도 동반 강세
유럽서 中 전기차 부진은 호재
中서도 현대차·기아 선전 기대
EU, 中 배터리 반덤핑 조사 땐
LG엔솔·SK온 등도 수혜 전망
태양광 패널·풍력 터빈 등
친환경 에너지 산업도 조사 중
○중국산 전기차, 유럽 시장 19% 점유
22일 산업계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친환경차(순수전기차+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를 120만3000대 수출했다. 전년 대비 77% 늘어난 수치로, 중국이 수출한 친환경차의 38%가 유럽으로 향했다. 중국 최대 전기차 회사인 비야디(BYD)가 유럽에 수출한 물량만 지난해 24만3000대였다. 수출용 전기차를 실어 나를 배가 없어 BYD는 자체적으로 자동차운반선(PCTC) 10여 대를 도입하기도 했다. BYD는 1000만원짜리 소형 전기차 ‘시걸’ 등을 앞세워 유럽 시장을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유럽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19.5%에 달한다.반면 현대차와 기아를 포함한 국내 자동차 기업이 유럽에 수출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카는 25만 대에 그쳤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7월로 예정된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 부과 계획이 현실화하면 한국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는 만큼 유럽 판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산업도 반사이익을 거둘 가능성이 크다. 중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 5년간 크게 높아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까지 10%대에 불과하던 중국 배터리 기업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40%대로 올랐다. CATL 등 중국 기업이 유럽 주요 완성차 기업에 삼원계(NCM) 배터리를 대량 공급하면서다. EU가 중국산 배터리 반덤핑 조사에 나서면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3사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태양광 패널·풍력 터빈도 조사 중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 등 친환경에너지산업에도 기회다. 지난해 기준 중국산 태양광 패널은 유럽 시장을 80% 이상 점유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공급량은 1100기가와트(GW)에 달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수요 전망치의 세 배에 달한다. IEA는 중국의 제조업 과잉이 이 같은 태양광 패널 초과공급 현상을 이끌고 있다고 본다.이에 EU집행위원회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반덤핑 조사를 하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대해 “불공정행위 혐의와 관련한 모든 증거를 평가하고, 유럽 태양광 패널 제조사의 EU 자금에 대한 접근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또 EU는 중국산 철강 제품이 받는 보조금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EU집행위원회는 중국산 철강 제품의 불공정 보조금 혜택을 조사하고 있다. 조사는 1년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조사 결과 중국산 철강 제품이 부당한 보조금을 받고 있는 것이 확인되면 이에 따른 상계관세가 부과될 수 있다.
김우종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유럽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한국 자동차, 배터리 주요 기업에 이익이 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원자재 공급망이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비용이 증가하는 등 부정적 영향도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