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예비군 훈련도 결석 처리"…서울대 '부당대우' 논란
입력
수정
"3번 결석 기회줬으니 예비군 일정은 무조건 결석처리"서울대의 한 강의에서 예비군 훈련으로 결석할 경우 출석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수강생에게 공지됐다. 이를 두고 예비군 훈련 시 불이익을 줘선 안 된다는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대는 매년 이런 예비군 '부당대우' 논란이 반복되고 있지만 도무지 상황이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
반복되는 서울대 예비군 부당대우 논란
23일 복수의 서울대 학생에 따르면 전날 서울대 학생 커뮤니티에는 “3번의 결석을 보장해주면 예비군 결석계를 반려해도 되는거냐”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화학과 수업을 맡은 교수가 학생에게 직접 “예비군 훈련으로 인한 결석도 마찬가지로 결석으로 인정된다”고 고지했다는 내용이었다.글쓴이는 "처음에는 예비군 결석계 반려가 위법 사안인지 모르시는 것 같아 다시 문의를 드렸다"면서도 "교수님께서 '예비군 결석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답변이 왔다"고 설명했다.
교수는 해당 학생에게 '3번의 결석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니 이를 이용하라'는 내용과 함께 '예비군 훈련으로 3일 이상 수업에 올 수 없느냐'는 질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군 부당대우 고발이 시작되자 커뮤니티에는 비슷한 하소연이 줄을 이었다. 한 학생은 “예비군 출석 인정을 안 해준다는데 예비군법 위반인 것을 몰라서 그러는 건지 알고도 그러는 건지 알 수가 없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예비군 훈련의 출석 인정 문제는 학생의 불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엄연한 위법이다. 예비군법과 병역법에 따르면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는 학생에게 결석 처리를 하거나 불리하게 처우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서울대는 자체 학업성적 처리 규정에서 '예비군법과 병역법에 따른 병역판정검사·소집·검열점호 등에 응하거나 동원 또는 훈련에 참여하는 경우' 출석을 인정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서울대 내에선 이 같은 예비군 부당대우 문제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대 경영학부 한 교수는 예비군으로 인한 결석생에게 "예비군 훈련으로 불참 시 퀴즈 0점 처리하겠다"고 해 부당대우 논란이 일었다. 2022년 12월엔 예비군으로 인한 결석생에게 ‘출석을 인정받기 위해선 독후감을 쓰라’고 지시한 교수가 있어 논란이 된 바 있다.학생 예비군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학칙을 개정한 지 몇개월만에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탁상행정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일부 개정해 학생 예비군의 학습권을 강화했다. 신설된 조항은 △결석 처리 등 불리한 처분 금지 △수업 자료 또는 보충 수업 제공 의무화 등이다. 지난달 5일 윤석열 대통령은 예비군의 날을 맞아 보낸 축전에서 이 같은 변화를 언급하기도 했다.
서울대를 포함한 대학들은 학칙을 개정하는 등 후속 조치를 진행한 바 있다. 김근태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179개 대학 중 99곳(55%)이 학칙 개정을 마쳤다. 59곳(32%)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추후 개정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