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엔비디아 컨콜 들어보니…젠슨 황의 놀라운 청사진 [신인규의 이슈레이더]

조금 전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이 마무리됐습니다. 이번에도 시장의 뛰어넘은 실적을 내놓은 엔비디아의 방향성과 함께 투자자 관점에서 살펴볼 만한 부분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엔비디아가 보고 있는 산업의 큰 그림을 정리했습니다.

●엔비디아 실적과 전망은컨퍼런스 콜 이야기를 하기 전 간단히 엔비디아가 거둔 분기 실적과 전망, 새로 내놓은 주주환원정책을 잠시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엔비디아는 1분기 매출 260억 4천만 달러, 주당 순이익 6.12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매출과 이익 모두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는데, 매출은 1년 전보다 262% 늘었습니다. AI 붐에 힘입어 1분기 데이터센터 사업부에서 매출 226억 달러를 거둔 효과입니다. 데이터사업부 매출은 1년 전보다 427% 급증했습니다. 엔비디아는 2분기 매출 목표치를 280억 달러로 제시했습니다.

6월 7일부터는 엔비디아 주식 1주를 10주로 분할하기로 했습니다. 주당 0.04달러였던 현금배당은 150% 늘려 0.1달러로 책정했고, 오는 6월 28일에 높아진 배당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시장 관심은 '블랙웰'에 집중…카니발리제이션 없다는 엔비디아컨콜에서 보통 첫 번째로 나오는 질문을 보면 시장의 관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번스타인에서 나온 첫 질문은 엔비디아의 AI 슈퍼컴퓨팅 지원 플랫폼인 블랙웰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3월 블랙웰을 공개하고, 이 제품이 이전 세대보다 25배 적은 비용과 에너지로 실시간 생성형 AI를 만들도록 지원한다고 설명해왔습니다.
번스타인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블랙웰 플랫폼(블랙웰 자체는 GPU가 아닙니다)이 적용된 칩의 출하 상황과 리드타임(생산 후 고객사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에 대해 질문했고요. 엔비디아는 블랙웰은 리드타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지만 2분기에는 블랙웰 제품 생산을 시작해 3분기엔 생산 속도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고객사들이 4분기에는 데이터센터에 해당 제품을 탑재할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블랙웰 플랫폼의 올해 매출 전망을 숫자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아주 많은' 매출이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다음 질문을 통해선 기존 엔비디아의 하퍼 시스템을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들이 쉽게 블랙웰 플랫폼으로 갈아탈 수 있는 호환성이 높고, 공급망도 문제가 전혀 없다는 점을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강조했습니다.
모간스탠리는 블랙웰 제품에 대한 기대로 기존 아키텍처인 하퍼 플랫폼에 대한 수요가 잠시 멈출 수 있지 않겠냐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엔비디아는 "현재 분기(2분기)에 하퍼 시스템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한동안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상황에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수요가 공급을 웃도는 기간 동안 세대 교체가 이뤄지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기존 제품을 사지 않는 현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는 뜻입니다.

●AI로 산업혁명 시작…젠슨 황의 청사진은

엔비디아가 내놓은 높은 매출 성장(2분기 280억 달러)에 대한 근거를 묻는 질문엔 젠슨 황은"AI 수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라며 "챗GPT, 제미나이 등의 AI 어플리케이션을 바탕으로 1만5천 곳에서 2만 곳에 달하는 AI 스타트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젠슨 황은 "장기적으로 엔비디아는 컴퓨터 작동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으며 과거의 다른 것들이 그랬던 것들처럼 컴퓨터도 변화할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그동안 컴퓨터는 인간의 지시를 이행하는 기계 수준에 머물렀는데, 이제는 인간의 의도를 이해하는 식으로 동작할 것이라는 겁니다.

이건 질의응답 전 젠슨 황이 발언 기회를 요청해 한 말과도 일맥상통하는데요. 그는 이번 컨퍼런스 콜에서 "다음 단계의 산업혁명이 시작됐다"는 선언적 발언을 했습니다. 엔비디아 제품을 쓰는 기업과 국가들이 수 조 단위 달러의 투자를 바탕으로 컴퓨팅 성능을 가속하며 AI라는 새로운 소비재를 만들고 있고, AI는 모든 산업군의 효율성을 혁신적으로 바꾸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자사의 제품인 클라우드 서비스 프로바이더(CSP) 등을 홍보하려는 함의가 있겠지만, 시대의 틀이 변하고 있다고 자신있게 외치는 젠슨 황의 공언이 허언으로 들리지는 않는 상황입니다.


신인규기자 ikshi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