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받았더니 살이 빠져요"…깜짝 놀랄 연구 결과

서울대병원 "자외선 노출, 식욕 늘지만 체중 증가는 억제"

동물실험 통해 에너지대사 기전 세계 첫 확인
노르에피네프린 증가, 백색지방도 갈색지방처럼 바뀌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연구팀이 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주는 원리를 세계 처음으로 규명했다. 만성적으로 자외선에 노출되면 식욕은 증가하지만 백색지방이 갈색화돼 에너지 소모량이 늘면서 체중 증가는 억제된다는 것을 동물모델을 통해 확인했다. 비만과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새 치료제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대병원 정진호·이동훈 교수, 김은주 연구교수
정진호·이동훈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와 의생명연구원 김은주 연구교수, 서울의대 전경령 박사팀은 만성 자외선 노출이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발현을 촉진해 식욕 증가, 체중 감소 등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3일 발표했다.자외선은 에너지 합성과 분해 등 신체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자외선 노출이 피하지방 함량을 낮추고 지방에서 합성되는 아디포카인 분비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동안 자외선이 전신 에너지 대사를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대해선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상 식이와 고지방 식이를 각각 먹인 생쥐를 12주 간 관찰하면서 주 3회 자외선에 노출시켰다. 이를 통해 자외선 노출군은 피하지방에서 분비되는 렙틴(식욕억제 호르몬) 발현이 감소해 식욕이 늘고 음식 섭취량이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자외선 노출군의 식욕이 늘어었지만 체중은 증가하지 않았다. 백색지방의 갈색화가 일어나 음식 섭취량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더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갈색화는 에너지를 쌓아두는 백색지방이 열을 내고 에너지를 쓰는 갈색지방처럼 전환돼 열 발생인자를 갖는 세포로 바뀌는 현상이다. 음식으로 얻은 에너지가 피하지방에 쌓이기 전 모두 열로 바뀌어 연소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연구팀이 추가 분석했더니 자외선에 노출될 때 식욕 증가와 에너지 소모를 촉진하는 매개물질은 노르에피네프린으로 확인됐다. 위험하거나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에 분비돼 교감신경계에 작용하는 호르몬이다. 자외선 노출군의 피부에선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증가했다. 동물모델을 활용해 이 물질 합성을 차단했더니 음식 섭취량이 줄고 체중은 증가했다.

자외선 노출이 피부에서 노르에피네프린 발현을 촉진해 식욕, 체중 등 대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자외선이 비만과 대사질환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정 교수는 "자외선의 대사조절 효과를 모방해 비만과 대사장애에 대한 새 치료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다만 자외선은 피부암의 주된 위험요인이기 때문에 가급적 노출을 피하고,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해 피부를 보호할 것을 권장한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과 한국연구재단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피부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부연구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