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모수 개혁만으로는 '폰지' 연장선…계정 이원화해야"

KDI-한국경제학회 정책토론회…'완전적립식 新연금' 도입 주장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국고 투입…기타 요인 시나리오 분석 필요"
국민연금 계정을 이원화해 완전적립식의 신(新)연금을 도입하지 않는 이상 어떤 방향의 보험료율 인상도 '폰지 사기'의 연장선으로 인식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신승룡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23일 KDI와 한국경제학회가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 방향'을 주제로 연 정책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의 '완전적립식 국민연금 구조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 "운용수익률 4.5%면 보험료율 15.5%에 소득대체율 40% 보장"
KDI는 앞서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신연금과 구(舊)연금으로 분리하고, 신연금은 '기대수익비 1'을 보장하는 완전적립식으로 운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납부한 보험료와 적립 기금의 운용수익만큼만 연금으로 돌려주자는 것이다. 기존 세대에 약속한 지급분이 담긴 '구연금'에 대해선 일반재정 609조원을 투입하자고 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날 토론회서도 국민연금 기금 소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세대 간 형평성을 악화할 모수 조정만 제시하는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앞으로의 모수 개혁 논의는 '신연금' 분리를 우선 전제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기금 운용수익률이 경상성장률(임금 상승률+인구증가율)보다 높다면 완전적립식 연금을 통해 투자 원금과 이자를 최대화해 국민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신 연구위원은 기금 운용수익률이 국채 이자율보다 높다면 재정 투입에도 차익을 남길 수 있어 효율적인 재정 투입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신 연구위원이 국민연금 5차 재정계산을 토대로 이날 제시한 방안에 따르면, 신연금 도입 시 장기 기금 운용수익률이 4.5%이면 보험료율 15.5%로 소득대체율 40% 수준을 보장할 수 있을 것으로 추계됐다.

구연금 재정부족분 609조원과 점진적 보험료율 인상(+0.5%p)에 대한 부족분을 재정 지원하면 220조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신 연구위원은 "10년 동안 연 국내총생산(GDP) 대비 4∼5% 국채 발행을 통해 구연금 재정부족분을 우선 충당하고 증가한 국가채무에 대해 연 GDP 대비 1% 세금으로 2071년 정도까지 상환 완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방식이 공론화위원회 1, 2안을 통해 기금 소진 후 투입돼야 하는 재정 규모보다 작다고도 강조했다.

1, 2안 모두 긍정적인 기금 운용수익률 6%를 가정해도 2070년대에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전망됐다.

신 연구위원은 기금 운용수익률 6%면 신연금에서는 보험료율 10.23%로 소득대체율 40% 수준까지 보장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신 연구위원은 "이 개혁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세대를 위한 계정의 이원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정부에서 재정 투입 약속을 파기해 재정 여분을 포퓰리즘에 활용할 유인이 존재한다"며 "이원화가 없으면 약속 파기의 피해는 미래세대가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 "국민연금 재정안정, 보험료로만 감당하는 제도 개혁해야"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와 합리적 연금개혁 방안'을 주제로 발표하며 '보장성 강화'를 강조했다.

정 교수는 "국민연금의 현재의 보장성 수준으로는 기초연금과 결합해도 최소한의 안정적인 노후 소득 보장을 제공하기 어렵기 때문에 보장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제도가 저축 수단이 아니라 노후 소득 보장을 위한 복지제도라는 점에서 국민연금의 재정안정을 보험료로만 감당하는 제도 자체를 개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의 재정 불안정의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기대여명 증가, 저임금 노동자·영세 자영업자 보험료 지원, 군복무·출산에 대한 보험료 지원 등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이들에게는 국민연금이 아니었어도 국고가 투입됐을 것"이라며 "사회경제 변화로 인한 노후 소득 보장의 부담이 증가했으나 국민연금이 이를 모두 부담하는 구조가 유지됐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국고 투입 등 국민연금 재원조달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교수 분석에 따르면 유럽연합(EU) 국가는 이미 연금 지급액의 평균 25%가량을 국고로 충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연금 재정 안정 수단으로 ▲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고용률 제고 ▲ 생산성 증가율과 자본축적률 제고 ▲ 미래세대의 보험료율을 소폭 인상 ▲ 중장기 출산율 제고 ▲ 은퇴 연령 상향 등을 제시하며 이런 요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시뮬레이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고령화에 대비해 기금을 많이 쌓아야 한다는 생각은 개인으로는 합리적이나 집단적으로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보험료를 올릴 여지가 있다면 보장성을 강화해 현재를 사는 사람이 더욱 활발히 경제활동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