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부터 디올까지 … 럭셔리 패션, 위대한 유산과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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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e] 이랜드 뮤지엄의 박물관이 살아있다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클래식 럭셔리 브랜드 루이비통은 2011년부터 혁신적인 스타일을 선보이기 시작했어요.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루이비통 남성복 수석 디자이너를 맡은 킴 존스 (Kim Jones)가 있었죠. 그는 슈프림 (Supreme)과 같은 스트리트웨어 브랜드와 협업하며 하이패션과 스트리트패션의 경계를 허물었어요.새로워진 루이비통은 밀레니얼과 Z세대까지 고객층을 확대할 수 있었어요. 킴 존스는 오랜 역
RSVP: 위대한 유산으로의 초대 전시회
DDP 이간수문전시장에서 8월4일까지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 컬렉션 한자리에
사와 전통을 가진 브랜드라도 디자이너에 따라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죠.
Chapter 1. 여성 해방의 시작
'샤넬 (Chanel)'의 창립자인 가브리엘 샤넬은 여성들이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움직일 수 있는 옷을 만들고자 했어요. 그녀는 코르셋을 과감히 배제하고, 유연하고 실용적인 옷을 디자인했죠. 스포츠웨어와 남성복(군복)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옷을 디자인하고, 가볍고 편한 소재를 찾아내기도 했어요. 1920년대 가브리엘 샤넬은 영국 시골의 농부와 양치기들이 입던 트위드 원단을 최초로 여성복에 사용했어요. 샤넬의 파격적인 시도를 직원들은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그녀가 만든 트위드 자켓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성들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필수 자켓이 되었어요. ▶▶['트위드' 관련 칼럼] 샤넬의 상징, 올드머니룩의 정석 '트위드'는 원래 사냥꾼 패션![코코 샤넬 ]DDP(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에서 진행 중인 <RSVP: 위대한 유산으로의 초대> 전에서는 가브리엘 샤넬이 직접 디자인한 트위드 자켓과 칼 라거펠트 (Karl Lagerfeld)가 디자인한 골드 자켓을 만나볼 수 있어요. 37년간 샤넬의 수석 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는 가브리엘 샤넬의 디자인을 새로운 소재로 재탄생시키며 '샤넬'의 전성기를 가져온 인물이죠. 전시 중인 골드 자켓은 가브리엘 샤넬이 즐겼던 비잔틴 양식을 칼 라거펠트가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인이에요. 2011년 뉴욕 타임스퀘어의 새해 전야 공연 리허설에서 레이디 가가가 입었던 자켓과 같은 디자인이죠.
Chapter 2. 꽃을 선물한 남자
세계 2차대전 직후, 전쟁의 중요한 노동력이었던 여성들은 단순하고 실용적인 옷을 주로 입었어요. '디올'의 창립자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이런 여성들에게 다시 한번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선물하고 싶었죠.풍미 없이 매력적인 아름다움은 없다
디오르는 꽃의 형태에 매료되어 1947년, 첫 번째 컬렉션인 '뉴룩 (New Look)'을 선보였어요. '뉴룩'은 여성미를 극대화한 디자인으로, 둥근 어깨와 잘록한 허리가 특징이에요. 전쟁 직후 새로운 멋을 원했던 여성들의 눈길을 한 번에 사로잡았죠. 디오르는 여러 재능 있는 디자이너들에게 여성복에 대한 영감을 주기도 했어요. '발망'과 '지방시'을 설립한 피에르 발망 (Pierre Balmain)과 휴버트 드 지방시 (Hubert de Givenchy)도 '디올'의 초기 멤버였죠. 이브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은 '디올'에서 수석 디자이너까지 오른 뒤,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했어요. 여성에게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선물하고자 하는 디오르의 의지는 '디올'과 여러 럭셔리 브랜드들에서 계승되어 오고 있죠.크리스티앙 디올이 직접 제작한 두벌의 '뉴룩' 드레스도 이번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어요. 은은한 광택과 바삭한 질감이 특징인 태피터(Taffeta) 원단을 사용한 시나몬 태피터 드레스와 잘록하게 들어간 허리라인이 특징인 '뉴룩' 자켓이죠.
Chapter 3. 한국에서 만나는 오리지널 컬렉션
최근 한국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었던 세계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오리지널 컬렉션 실물 의상을 직접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생겼어요. 5월 3일부터 8월 4일까지 DDP '이간수문 전시장'에서 무료로 열리고 있는 <RSVP: 위대한 유산으로의 초대>죠.이번 전시는 패션계에서 위대한 유산을 남겼던 디자이너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었어요. 알렉산더 맥퀸, 칼 라거펠트, 이세이 미야케 등 총 87점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죠.
●Alexander McQueen (알렉산더 맥퀸) '패션계의 훌리건' 알렉산더 맥퀸은 패션쇼에 불을 붙이거나 모델을 거꾸로 매다는 등 파격적인 행위로 패션계의 훌리건이자 악동으로 불렸어요. 악명에도 불구하고 영국 여왕으로부터 커맨더 오브 더 브리티시 엠파이어 (Commander of the British Empire, CBE) 훈장을 받았죠. 이번 전시회에는 맥퀸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 컬렉션에서 선보인 오간자 드레스를 만나볼 수 있어요. 그가 드레스 위에 그려낸 '플라톤의 아틀란티스'라는 종말론적 미래 세계를 상징한다고 해석되죠.이번 전시에서는 오간자 드레스뿐만 아니라 2009 S/S 컬렉션에서 소개된 두벌의 프린트 드레스 또한 만나볼 수 있어요. 알렉산더 맥퀸은 에펠탑과 같은 금속 구조물, 크리스탈과 같은 광물 등, 단단한 소재를 활용한 프린트 디자인을 선보였죠.
[ 2010 S/S Plato's Atlantis 컬렉션 ]
●Paco Rabanne (파코 라반) '망치를 든 패션계의 연금술사' 파코 라반은 금속, 플라스틱, 종이 등 비전통적인 소재를 즐겨 사용한 디자이너에요. 발렌시아가, 지방시, 니나 리치 등 꾸뛰르 하우스에서 주얼리를 제작하기도 했죠. 그는 1966년, '입을 수 없는 의상 12벌 (12 Unwearable Dresses Made of Contemporary Materials)' 컬렉션에서 천 대신 플라스틱을, 바늘 대신 해머를 사용하며 패션 시장의 고정관념을 깼어요. 그의 혁신적인 접근은 '웨어러블 아트'라는 용어의 계기가 되었죠. ●Jean-Charles de Castelbajac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 '예술과 패션의 경계에 선 돈키호테' 장 샤를 드 카스텔바작은 대중문화와 예술을 결합한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에요. 밝고 대담한 색상, 눈에 띄는 패턴, 비정형적인 소재를 즐겨 사용했죠. 카스텔바작은 40세가 되던 해에 스리랑카의 한 점술가로부터 전생에 곰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영감을 얻었어요. 그는 40개의 테디베어를 이어붙여 자켓을 만들었고 이는 패션계에 큰 충격을 안겼죠. 카스텔바작은 패션의 규범을 깬 디자이너로 평가받고 있어요. 1991년, 카스텔바작이 '파스타' 컬렉션에서 선보인 두 벌의 자켓도 전시 중이에요. 다양한 파스타 면 형태로 만든 컬렉션으로, 전시 중인 자켓은 사각형 모양의 라비올리와 넓적한 면 형태의 탈리아텔레 모습으로 만들어졌어요.
이번 전시에는 샤넬부터, 디올, 지방시, 꼼 데 가르송 등 패션에 관심 없는 사람도 들어봤을 법한 명품 브랜드의 작품도 함께 전시되고 있어요. 앤디 워홀과, 데이비드 호크니 등 예술가들이 제작한 컬렉션도 만나볼 수 있죠. 이번 주말, 가족 혹은 연인과 함께 럭셔리 브랜드 디자이너들의 작품 세계를 만나 보는 건 어떨까요? /이랜드 뮤지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