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사러 두바이 간다" MZ 열광…2만4000원짜리 '완판'
입력
수정
"2만4000원짜리 사러 두바이 갑니다"유명 인플루언서, 특정인이 구매한 제품을 따라 사는 '디토(Ditto) 소비'가 유통업계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짧은 언급에도 기존 광고보다 영향력이 더 크게 나타나면서다.
인플루언서가 구매한 제품 나도 산다
디토 소비, 실제 구매 경험 72.3%
디토 소비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나도'라는 뜻이다. 다른 사람이 선택한 제품을 따라 소비한다는 의미다. 다만, 맹목적으로 따라 구매하는 게 아닌 자신의 가치관이 더해져 예전의 추종 소비와는 다르다.최근 화제가 된 두바이 초콜릿은 인플루언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보여줬다. 65디르함(약 2만4000원)짜리 초콜릿 때문에 두바이로 구매하러 가겠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두바이 초콜릿은 '픽스 디저트 쇼콜라티에'라는 두바이 소재 업체가 판매하는 초콜릿이다. 도넛, 브라우니, 견과류 등을 초콜릿의 속 재료로 활용한 게 특징이다. 매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구매 링크를 열어놓지만 몇 분 안에 완판될 정도로 인기다.
두바이 초콜릿이 유명해진 데는 인플루언서의 동영상이 한몫했다. 판매사가 마리아 베하라 라는 아랍에미리트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만든 ASMR 영상은 약 5000만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구매가 불가능한 국내에선 두바이 초콜릿을 직접 만드는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앞서 디토 소비로 대표된 제품은 미국 캠핑용품 업체 스탠리가 만든 텀블러 '퀜처'다. 판매량 부진과 아웃도어 브랜드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단종됐던 제품을 한 인플루언서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스탠리는 5000개만 판매하기로 결정하고 제품을 내놨는데 단 5일 만에 동나면서 재출시를 결정했다. 인플루언서의 언급이 단종된 제품을 다시 재출시로 이끈 것이다.이후 SNS에서 인플루언서들이 스탠리 텀블러를 사용하는 모습이 공유되면서 인기는 더 높아졌다. 정가 45달러(약 6만원)짜리 한정판 제품은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10배가량 고가로 거래될 정도였다. 스탠리 텀블러를 색깔별로 수집해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것도 유행이 됐다. 인기에 힘입은 스탠리의 연간 매출은 2019년 730만달러에서 지난해 7억5000만달러로 10배 이상 급증했다.국내 식품업계에서 유명한 사례로는 불닭볶음면이 꼽힌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이 SNS서 주목받으면서다. 미국 대형마트에서 품귀 현상이 빚어지기도 했고, 미국의 유명 래퍼 카디비가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사기 위해 30분을 운전했다고 말한 영상. 생일선물로 까르보불닭볶음면을 받은 텍사스 소녀가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영상 등은 틱톡에서 수천만 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불닭볶음면의 해외 인기에 힘입어 삼양식품의 1분기 매출 중 해외에서 달성한 매출은 전체의 약 75%로 높은 편이다.같 은 기간 농심의 해외 매출 비중은 40%에 머물렀다. 또 유튜브 구독자 200만명에 달하는 인기 유튜버 콘텐츠에 등장한 치킨 브랜드는 배달앱 인기 검색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리뷰에는 해당 유튜버를 보고 주문했다는 반응이 이어졌고, 해당 영상에 가맹점 주라고 밝힌 A씨는 "덕분에 장사가 너무 바쁘다. 감사하다"고 전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은 설문 조사 결과에서도 엿볼 수 있다. 경제미디어플랫폼 어피티 MZ세대(밀레니얼+Z세대) 7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2.3%가 인플루언서의 추천이나 리뷰를 통해 실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이 실제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냐고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1.7%가 '강한 편이다', 15.8%는 '매우 강하다'라고 답했다. 총 77.5%가 인플루언서의 영향력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적인 광고, 홍보보다 인플루언서 영향력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며 "SNS나 동영상 플랫폼에서 사용 모습이 공개되거나 짧은 언급만으로도 소비자 반응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플루언서를 주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