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뉴스타파 기자, 신학림에 '이것만 딱 읽어줘' 요청"

"조작된 인터뷰 느낌" 음성도…보도 전 페이스북도 비공개 전환
뉴스타파 측 "취지 정리한 것…짜고 친다고 느낀 적 없어"
검찰이 지난 대선 직전 이른바 '김만배 허위 인터뷰' 보도를 한 뉴스타파 한상진 기자가 기사에 넣을 신학림 전 언론노조위원장의 인터뷰를 촬영하며 "이 부분을 읽어달라"고 요구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23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뉴스타파 영상취재팀장 정모 씨의 공판 전 증인신문에서 신씨 인터뷰 원본 영상에 담긴 이러한 대화 내용을 제시했다.

정씨는 이 인터뷰를 직접 촬영했다.

검찰은 "한 기자가 신씨가 말할 내용을 프롬프터에 띄우고 신씨에게 '이것만 딱 읽어주세요'라고 한 게 맞냐"고 물었다. 이에 정씨는 정확히 프롬프터가 있었는지는 기억 나지 않는다면서도 '그런 대화가 있었던 것은 맞다'는 취지로 인정했다.

검찰은 "신씨가 영상 속에서 회사(뉴스타파)에 '보고'했다고 말하자 한 기자가 말을 끊으며 '공개 결심'이라고 정정을 요구했다"며 "신씨가 객관적인 제보자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함이 아니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또 인터뷰 영상 원본에 "조작된 인터뷰 같은 느낌"이라는 정씨의 음성이 녹음돼 있다고도 강조했다. 반면 한 기자와 신씨 측 변호인은 인터뷰 전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때 신씨가 말을 장황하게 하기에 시청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내용을 정리한 것이란 취지로 반박했다.

변호인이 "촬영하면서 두 사람이 '짜고 치는' 식으로 연기했다고 생각한 적 있느냐", "한 기자가 신씨에게 하지 않은 말을 강요한다고 느낀 적 있느냐"고 묻자 정씨는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신씨에게 재직증명서를 발행하고 매달 돈을 지급했다며 신씨가 외부 '제보자'가 아닌 뉴스타파 직원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도 펼쳤다. 신씨가 한 기자에게 "보도되지 못한다면 뉴스타파 구성원으로서 어떤 형태로든지 책임질 생각"이라는 문자를 보낸 점도 근거로 들었다.

반면 변호인은 뉴스타파 전체 구성원이 들어 있는 텔레그램 대화방이나 매달 열리는 전체회의에 신씨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검찰 주장에 반박했다.
검찰은 2022년 3월 6일 김만배 씨와 신씨의 녹취록이 보도되기 직전에 뉴스타파 관계자들이 소속된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신씨의 페이스북을 비공개 전환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진 정황도 제시했다.

정씨는 "페이스북을 비공개 전환하려 한 이유는 잘 모르겠고, (신씨가) 저에게 어떻게 하는지 물어보시길래 알려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찰은 "뉴스타파 보도가 대선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을 비방할 목적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정치적으로 편향된 게시글을 비공개한 게 아니냐"고 지적했으나 정씨는 '잘 모르겠다' 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대선을 사흘 앞둔 지난 2022년 3월 6일 신씨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가 '부산저축은행 수사 무마 의혹'과 관련해 나눈 대화 내용을 보도했다. 당시 보도는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부 중수2과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출 브로커' 조우형 씨의 수사를 무마해줬다는 취지로, 검찰은 이런 내용이 사실과 다르며 고의적인 허위 보도였다고 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