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피한 고준위방폐장법…'원전 가동중단' 최악 위기 벗어나나
입력
수정
지면A6
21대 국회서 통과 급물살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위기에 놓였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방폐장) 특별법’ 처리에 파란불이 켜지면서 원전업계는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다.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되는 2030년부터 차례로 원전 가동이 중단되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원전 저장시설 2030년 포화
"원전 수명까지 저장용량 제한"
민주당 주장 정부·여당이 수용
이번주 상임위 열려야 처리
고준위방폐장법은 원자력 발전 후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를 저장, 관리하는 시설을 만드는 게 핵심이다. 사용후 핵연료는 열과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 저장해야 한다. 지금은 원전 부지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고 있다. 이 같은 임시 저장시설은 2030년 한빛 원전을 시작으로 한울(2031년), 고리(2032년) 원전 등이 차례로 포화된다. 따라서 원전 외부의 중간 저장시설, 영구 처분시설로 옮겨야 하는데, 이를 위한 법적 근거가 고준위방폐장법이다.정부와 원전업계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사용후 핵연료를 저장할 곳이 없어 원전을 차례로 멈춰 세워야 한다며 조속한 국회 처리를 강조해왔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2016년 11월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이 꽉 차 궈성 1호기를 반년가량 멈춰 세운 바 있다. 이 원전은 결국 2021년 당초 계획보다 6개월 일찍 폐쇄됐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고준위방폐장법이 통과되면 윤석열 정부의 ‘탈(脫)탈원전’ 기조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해왔다. 특히 저장 용량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탈원전을 주장하는 민주당은 기존 원전의 설계 수명까지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만 저장할 수 있도록 용량을 제한하자고 주장했다. 정부와 여당은 원전의 수명 연장을 염두에 두고 저장 용량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일단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민주당 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22대 국회로 넘어가면 새로 상임위원회에 배치될 의원들을 다시 설득하고 논의하는 데 최소 1년 넘게 걸릴 것이란 우려에서다. 마지막까지 법안 처리에 반대해온 김성환 민주당 의원은 “설계 수명과 관련해 정부와 여당이 민주당 안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반대할 명분이 약해졌다”며 “여야 원내대표들도 고준위방폐장법을 21대 국회에서 처리해야 하는 법안 리스트에 포함시켰다”고 전했다.민주당이 추진하는 해상풍력법과 묶어 처리하기로 한 것도 민주당이 입장을 바꾼 계기가 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추진된 해상풍력법은 풍력사업 절차를 간소화해 풍력 발전 보급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고준위방폐장 특별법은 세부 검토까지 끝난 상황이고, 해상풍력법은 미세 조정 중”이라며 “의사 일정이 합의되면 최대한 맞춰서 처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다만 28일 열리는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해서는 이번주 안에 상임위를 열어야 한다. 다른 쟁점 법안을 두고 여야가 정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법안 통과가 불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전력 대란이 일어날 수도 있는 만큼 여야가 시급성을 확실히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