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의 인사·노무 핵심은 문서 실체화와 내재화”

지배구조와 환경에 이어 사회 부문 ESG 경영 공시 의무화 속도가 빠르다. 특히 인적자본, 안전, 보건과 관련한 공시가 강화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주요 상장사에 대한 인적자본 공시를 의무화했으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역시 인적자본 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ESG 공시(KSSB) 의무화 과정에서 사회 부문 공시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경ESG] 러닝 - ESG클럽 월례포럼
권현진 노무법인 여산 대표. 사진=김기남 기자
“인사·노무 분야에는 근로계약서, 취업 규칙, 근태 자료, 고충 처리 내역 등 다양한 서류가 있다. 이를 토대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서류를 실체화, 내재화하는 것이 인사·노무 분야 ESG 경영의 핵심이다.”지난 4월 서울시 강남구 인터컨티넨탈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ESG클럽 월례포럼’에서 권현진 노무사(노무법인 여산 대표)가 한 말이다. 권 노무사는 4월 강연에서 인사·노무 분야를, 5월에는 보건·안전 분야의 ESG 경영 현안을 소개하고 중점 관리해야 할 지표를 제시했다.

권 노무사가 서류의 체계적 관리를 강조한 것은 ESG 경영, 특히 사회(S) 부문과 관련한 법령이 상당히 많고 방대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 부문은 인권, 강제노동, 근로조건, 근로관계, 안전보건 5개 영역과 관련한 법률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한다. 서류를 기반으로 해당 법률을 정리하고 경영을 내재화해야 하는 이유다.

사회 부문의 대표 법률은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장애인 차별 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사회보장기본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양성평등기본법, 직업안정법 등이 있다.이 밖에도 최저임금법, 파견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근로자 퇴직 급여 보장법,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포함해 채용 절차 공정화 법률, 외국인 근로자 고용 등에 관한 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근로자 참여 및 협력 증진에 관한 법률 등이 사회 부문과 관련된 법률이다. 산업안전과 관련된 법률도 강화되는 추세다.

권 노무사는 “해당 법률은 근로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마련되었으나 법이 포섭하는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선뜻 이해하기 쉽지 않다”며 “법이 바뀌는 상황을 민감하게 파악하기 위해선 인사뿐 아니라 다양한 부서에서 공동 대응해야 하고, 관련 서류에 대한 관리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업 특성에 맞는 취업 규칙 필요권 노무사가 강조하는 서류 중 일부는 근로계약서, 취업 규칙, 단체 협약, 근태 관리 자료, 노사협의회 자료, 고충 처리 내역, 사내 게시판 등이다. 취업 규칙에 대해서는 개별 규칙과 관련한 근거 규정이 있는지 확인하고, 개별 사업장 특성에 적합한 취업 규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차별과 관련해서는 중앙노동위원회가 대안적 분쟁 해결(ADR) 제도를 강조하고 있어 근로자 간 균등 처우 원칙에 대해서도 주의 깊게 살펴볼 것을 제안했다. 기간제 근로자, 비정규직 근로자 등에 대한 차별 문제가 제기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을 요구했다. 또 취업 규칙에서 어떤 내용의 차별을 금지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직장 내 괴롭힘 행위와 관련해 괴롭힘에 대한 신고 사실에 대한 비밀 유지 의무, 사직에 대한 자유 보장 등과 관련한 항목도 살펴볼 것을 권고했다. 연장 근무에 대한 동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를 서류로 남기고 급여 규정, 인사 규정, 복무 규정, 훈련 지침, 경력 지침, 인사 지침, 직제 규정, 평가 지침 등 세부 서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국제노동기구나 책임감 있는 비즈니스 연합(RBA) 등 인사·노무와 관련한 국제 지표에 대해서도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RBA는 근로조건을 포함한 고용계약서를 모든 근로자에게 모국어로 작성해 서면으로 제공할 것을 요구한다. 근로자에게 7일마다 최소 하루의 휴일을 줘야 하며 징계 조치로 급여를 삭감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

산업안전, 반복 지적 사항 점검해야

산업안전 분야와 관련해서는 현행법과 규제가 다수 마련되어 상대적으로 기업의 대응 수준이 높은 편이나 산업 차량 운전 안전성 미흡, 유해 물질 정보 미부착 등 반복적으로 지적받는 사항에 대한 대응 활동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권 노무사는 대표이사 주관 안전 활동 강화, 안전 전담 인력 및 전문성 확보, 법정 정기교육 실시 및 점검 등 전통적 산업안전 활동에서 벗어나 안전·보건 체계를 구축하고 안전진단, 설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사고와 비상 상황에 대응하는 훈련을 실시하는 등 보다 구체적인 경영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사내 하청 노동자가 작업 중 사망해 경영 책임자가 징역 1년을 확정받은 사례를 예로 들며 협력사의 하청업체 직원과 비정규직의 사망,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안전장비 차별 등 전반에 걸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물리적으로 과중한 업무와 관련한 정책 등을 자체적으로 마련하고 공정 간 발생할 수 있는 물리적 과중 업무 범위와 안전 리스크를 식별해 이를 기반으로 기계설비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프랑스 건설 기업 빈치 그룹은 2011년부터 안전제일 정책을 도입하고 설계 정보와 물리적 특성을 3차원 가상공간에서 볼 수 있는 빌딩 정보 모델링(BIM)을 활용해 안전 요소를 실물과 거의 동일하게 형성된 가상공간에서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산업안전 분야와 관련해 다음 8개 항목에 대한 중요 사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안전(위험성 평가 실시, 개인보호구 관리대장 관리), 비상사태 대응(비상사태 대응 매뉴얼, 시나리오, 화재 대피 훈련, 비상 대응 조직), 업무상 사고 및 질병(산업재해 처리 절차, 재해 발생 기록 관리), 산업 위생(물질안전보건자료 작성 및 비치 ,라벨링, 작업환경 측정), 육체적 과중 업무(근골격계 유해 요인 조사), 기계 안전보호장치(작업 절차서, 기계설비 유지보수, 긴급정지 버튼 등 안전장치), 위생, 음식 및 주거(허가증, 신고증, 기숙사 시설), 산업안전교육(산업안전 교육일지)끝으로 권 노무사는 “지속가능경영 보고서의 경우 자율 공시지만 구성원 현황과 임직원 육아휴직 사용 비율, 산업재해와 관련한 지표들이 의무 공시될 가능성이 높아 사전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RBA의 경우 산업별 지표가 아닌 기본 행동 규범으로 자리 잡아 ESG 경영을 강화하는 측면에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균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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