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태양광은 도대체 왜 싼가"…'가격 경쟁력'의 비밀 [현지 르포]

벨류체인별 효율 극대화
효율 높은 태양광, 풍력 발전 통해 값싼 전기 조달
모든 공정에 자동화 산업 로봇 투입

압도적 규모의 경제 작동

공산주의 찾기 힘든 극한의 경쟁
'지난달 말 찾은 중국 상해의 ‘JA 솔라’ 태양광 모듈(패널) 공장. 동방명주와 와이탄으로 유명한 상해 중심가에서 남서쪽으로 1시간 30분 가량 떨어진 이 공장에선 수백개의 자동화 로봇과 로봇을 보조하는 1200명의 직원들이 태양광 모듈을 조립하고 있었다. 글로벌 태양광 모듈 생산 최상위 4개 업체중 한곳인 JA 솔라가 지난해 상해, 허베이, 안후이 등에서 출하한 모듈은 약 60~65GW. 지난 한해 전세계에서 만들어진 태양광 모듈의 약 15% 수준이다. 매출 815.5억 위안(약 15.3조원), 영업이익 102.3억 위안(1.9조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JA솔라를 포함한 중국업체들의 생산 점유율은 80%였다.

모듈의 판매가는 현재 기준 1와트(WH)당 10센트 초반. 미국, 유럽, 한국 업체들이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도 도저히 생산할 수 없다며 ‘레드라인’으로 제시하는 15~20센트보다 한참 아래다. 중국 업체들 역시 이익을 거의 낼 수 없는 가격으로 ‘버티기’를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견딜 수 있다’고 자신하는건 해외업체들과 차원이 다른 태양광 분야의 가격경쟁력 때문이다. 중국업체들의 모듈 생산원가는 유럽, 미국, 한국 등에 비해 절반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JA 솔라측은 가격경쟁력의 비밀은 외부 인식과 달리 낮은 인건비나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JA SOLAR 상해 모듈 공장 입구

○벨류체인별 생산 효율 극대화


태양광 패널 산업내 모든 벨류체인을 수직계열화한 중국 기업들은 넓은 땅과 지역적 특색을 이용해 벨류체인별 생산효율을 최적화하고 있다. 태양광 모듈은 원자재인 폴리실리콘을 시작으로 잉곳-웨이퍼-셀-모듈 단계로 생산된다. 잉곳, 웨이퍼, 셀 등 단계에서는 특히 전기가 많이 투입된다. 전기요금이 전체 생산비의 약 40%를 차지한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신장위구르나 내몽고, 운남성 등 전기료가 싼곳에 공장이 위치해 있다. 신장위구르나 내몽고 지역의 경우 조광이 좋고 바람이 잘 부는 넓은 사막이라 대규모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통해 싼 값에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장강 상류에 있는 운남성에서도 중국 10개 수력발전소 중 7개가 있을 만큼 수력발전이 발전해 있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다. JA 솔라 관계자는 “이 지역들의 전기료는 상해에 비해 1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모듈 조립 라인의 자동화 로봇
재생에너지의 발전이 다시 재생에너지 제품 생산비용을 낮추고 있는 선순환 체계가 만들어져있다는 의미다. 세계 최대 물류거점인 상해나 허베이성 옌청 등 바다근처 중국 동쪽 지역에서는 생산된 셀을 가져와 모듈을 최종 조립한다. 즉각적으로 해외로 수출하기 위해서다. JA 솔라는 지난해 135개국에 모듈을 수출했다.또 모든 공정에 자동화 로봇을 투입한다. 제품의 생산 뿐 아니라 포장·운송까지 로봇의 몫이다. 중국내에서 빠르게 활성화되고 있는 산업용 로봇은 생산비용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규모의 경제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가 작동하는 것 역시 원가를 낮추는 핵심 요인이다. 태양광 모듈은 특히나 타업종에 비해 생산 규모 증가에 따른 평균 단가 하락이 강하게 나타나는 업종이다. JA 솔라는 중국 전역에 13개의 공장을 두고 있다. 베트남과 미국에도 각각 1개의 공장이 있다. 직원수만 5만명에 달한다. 총 생산능력은 연간 95GW 이상이다. 1GW는 약 35만 가구가 1년동안 전기를 쓸 수 있는 양이다. JA 솔라 한곳이 약 3325만명이 1년 동안 쓸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하는 패널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에는 연 50GW 이상 생산능력을 갖춘 업체만 7개다. 10GW 이상은 15~20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미국, 유럽 업체들의 생산능력이 10GW 전후라는 것을 고려하면 큰 격차다. 한화큐셀의 경우에도 연간 모듈 생산능력은 10GW, 현재 직원은 약 3000명이다.대형 모듈 생산업체 뿐 아니라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에서도 규모의 경제가 발생한다. 부품도 더 싸게 공급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국내 태양광 관련 부품을 납품하는 중소기업 관계자는 “우리 부품을 만드는 한국 중소기업들의 평균 규모가 연 매출액 50억원 수준이라면 같은 부품을 만드는 중국 중소기업은 연 300억 수준이라 평균 단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더해 중국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 월급이 월 120만원 수준으로 매우 싸다”고 전했다. 반면 별다른 기술 수준 차이는 없다는 설명이다. 태양전지에 빛 에너지를 쐬었을때 전력으로 변환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태양광 모듈효율은 중국, 미국, 한국 등 업체 모두 약25~30% 수준이다.


○극한의 경쟁

100개가 넘는 중국 태양광 업체들의 경쟁도 효율성을 높이는 유인이 되고 있다. 개별 업체는 괴롭지만 업계 전체는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구조조정을 거치면 살아남은 업체들의 경쟁력은 한층 올라갈 것이란 설명이다.JA 솔라도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독특한 체제를 갖추고 있다. JA 솔라의 모듈 생산능력은 연간 95GW. 하지만 잉곳-웨이퍼-셀 생산능력은 85GW다. 일부러 최종 생산단계에서 10GW의 격차를 만들어놨다. 이 격차만큼 경쟁자들의 셀을 가져와서 모듈로 조립한다. 모듈 기술의 핵심은 모듈을 이루고 있는 셀인데, 경쟁자들의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실시간으로 체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JA 솔라 관계자는 “중국 관의 개입이 심할 것이란게 외부의 선입견이지만 정부지원이나 보조금도 모두 끊긴지 오래”라며 “태양광 업계 같은 경우 서방보다 더 자본주의스러운 극한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