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화가로, 단편으로… '100주기' 카프카 다룬 책들 [서평]

올해 타계 100주기 맞은 프란츠 카프카
그의 생애, 그림, 작품 다룬 책들 여럿 나와
1924년 6월 3일 프란츠 카프카가 죽었다. 사인은 폐결핵. 향년 40세였다. 그의 부고가 체코 국영 신문 ‘나로드니 리스트’에 실렸다.

내용은 이랬다. “그는 소심하고, 두려움이 많고, 부드럽고, 착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가 쓴 책들은 잔인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는 세상이 무방비 상태의 인간들을 찢고 파괴하는 보이지 않는 악령들도 가득 차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너무나도 형안이 밝고, 너무나 현명했기 때문에 살 수가 없었다. 그는 싸우기에는 너무나 연약한 사람이었다. 고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이 그렇듯이 그는 너무나 약해서, 몰이해와 비정함과 지성적 거짓에 대한 두려움과 싸워 낼 힘이 없었던 것이다.”
올해 카프카 타계 100주기를 맞아 관련한 책이 여럿 나오고 있다. <프란츠 카프카: 알려진 혹은 비밀스러운>도 그중 하나다. 프라하, 유대인, 가족, 친구, 연인 등 39개 장면으로 압축해 카프카의 삶을 되돌아본다. 신문에 실린 카프카 부고도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글은 적고 그림은 많아, 누구든 쉽게 읽을 수 있는 카프카 안내서다.
<프란츠 카프카의 그림들>은 카프카를 ‘화가’라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카프카는 그림을 곧잘 그렸지만 그런 모습은 잘 부각되지 않았다. 최근까지 세상에 알려진 그의 그림이 40여 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2019년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이 11년 간의 법정 다툼 끝에 카프카의 미공개 편지, 원고, 그림 등을 넘겨받았고, 세상에도 공개가 됐다. 카프카 그림 전체를 살려볼 수 있는 게 이 책이 매력이다.
<우연한 불행>은 카프카가 쓴 짧은 소설과 글들 55편을 모았다. 독일 피셔 출판사가 기획한 책이다. 이 출판사 편집자 제바스티안 구골츠는 “카프카가 쓴 가장 짧은 글들을 모은 이 책의 비유담들에는 우리가 ‘카프카답다’라고 부를 만큼 그에게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것들이 농축되어 있다”고 했다. 카프카적 전형이란 이렇다. 주인공들은 방향을 잃고 정신적으로 동요한다. 외부 세계는 마치 안갯속에 잠긴 듯 꿰뚫어 보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주인공이 간파하거나 이해할 수 없거나 심지어 식별조차 불가능한 어떤 힘들에 지배당한다.

<카프카, 카프카>는 김혜순 시인, 이기호 소설가, 신형철 평론가 등 국내 문인들이 카프카를 기리며 쓴 글들을 모았다. 이들은 카프카적인 스타일로 쓴 자신들의 시와 짧은 소설을 선보이고, 카프카 작품에 대한 비평을 담은 에세이를 썼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