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없이 디지털달러 찍지마"…美하원, CBDC 발행 금지 법안 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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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달러화, 금융 개인정보 보호 우려로 제동
공화당 주도로 발행 금지 법안 통과
상원 통과 어려울 전망

CBDC는 실물 화폐를 대체하거나 보완하고자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를 의미한다. 중앙은행이 관리한다는 점에서 탈중앙적 성격을 가진 비트코인과는 대조된다.
美 하원 "디지털 화폐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투표 전 토론에서 공화당 의원들은 CBDC가 Fed가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면서 금융 거래에 대한 광범위한 감시 권한을 부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민주당은 이러한 우려가 과장됐으며, 법안이 공공 부문의 혁신과 연구를 막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공화당 소속의 패트릭 맥헨리 하원 금융서비스위원장은 해당 법안을 "선출되지 않은 관료들이 CBDC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이라고 소개하며 "(CBDC가) 미국인의 금융 프라이버시 권리에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앙은행에 의해 디지털 방식으로 발행되는 CBDC 특성 상 모든 거래가 추적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멕헨리 위원장은 "우리는 이미 정부가 자국민을 상대로 금융 시스템을 무기화하는 사례를 보았다"며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도입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맥헨리 의원은 2022년 백악관이 CBDC 관련 연구를 추진하는 행정명령과 관련 보고서도 우려를 잠재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행정부는 2022년부터 Fed가 CBDC 발행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독려했으나 구체적인 발행계획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재닛 옐런 재무장관, 뉴욕 연방준비은행 등도 디지털 화폐 발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뉴욕연은은 2022년 11월부터 주요 시중은행들과 함께 CBDC 시범 운영 프로그램을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원 통과 어려울 전망…각국 CBDC 도입 예고
해당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의 문턱을 넘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상원은 하원과 달리 가상 자산 및 화폐 관련 이슈에 거의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데다, 이번 법안과 짝을 이룰 동반 법안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서다. 귀금속 전문매체 킷코뉴스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의원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고도 짚었다. 민주당 내 강성 정치인인 워런 상원의원은 지난해 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자체 CBDC를 만들 때가 됐다"고 밝힌 바 있다.
CBDC 발행을 둘러싼 미국 내 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 금융당국은 CBDC 도입에 박차를 가하는 추세다. 중국은 이미 2020년 중국 중앙은행 CBDC인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해 국제적 표준을 마련했으며, 최근에는 홍콩에도 CBDC를 도입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적용할 법적 규제 사항을 담은 ‘디지털 유로’ 법안 초안을 발표했다. 디지털 유로는 이사회와 유럽의회 승인, 유럽중앙은행(ECB)의 최종 발행 결정을 거쳐 이르면 2028년께 상용화 될 예정이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