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중·강형욱 왜 김건희 나오자 터지나"…음모론 '술렁'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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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강형욱 논란에 野 지지자들 음모론가수 김호중의 '음주 뺑소니' 혐의와 강형욱 보듬컴퍼니 대표의 '직장 내 괴롭힘' 의혹으로 세간이 떠들썩한 가운데, 일부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를 덮기 위한 공작'이라는 취지의 음모론이 퍼지고 있다. 야권의 총공세를 받는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이나 공개 행보 재개 등 정치적으로 불리한 이슈를 유명인 이슈로 덮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상대 진영 공격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양극화된 한국 정치의 참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왜 하필 김건희 재등장 시기에", "이슈 덮기"
이선균 사건 때와 같은 음모론 반복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들이 모인 네이버 카페 '재명이네 마을', 친야 성향 지지자들이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는 김 여사의 문제를 덮기 위해 정부, 여당, 언론 등이 의도적으로 김호중과 강형욱의 이슈를 다량 노출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긴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제목은 '김호중·강형욱으로 윤거니(윤석열 대통령, 김 여사) 시선 돌리기', '김호중·강형욱 악마화 장난 아니다', '김호중·강형욱 사건으로 김건희 다 묻히네' 등이다.이런 글들에는 "김호중·강형욱 사건으로 이슈 덮기 성공했다. 중요한 문제를 다른 이슈로 덮는 고전적인 방법인데 너무나 잘 먹힌다", "김호중·강형욱 왜 하필 김건희 재등장 시기에 터지나", "국민적 관심과 분노를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 "언론이 '때는 이때다'하고 이슈 덮으려고 난리 치는 것"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도 "유명 연예인의 음주 뺑소니 사건으로 김건희 디올백 사건을 덮으려 하지 말라"는 기사를 냈다."이선균 때도 먹히니까 계속 이 방법을 쓰는 것"이라면서 지난해 12월 숨진 고(故) 이선균씨 사건을 언급하며 음모론을 펴는 이도 있었다. 당시에도 이씨의 마약 혐의 형사 입건이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덮기 위한 공작이라는 취지의 음모론이 야권에서 퍼졌었다. 이때 이경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연예인 마약 기사로 덮어보려고요?"라며 이를 공개적으로 옮기기도 했다. 이씨 사건을 향하던 야권의 음모론이 김호중과 강형욱 논란으로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음모론은 비단 오늘내일 일이 아니다. 이명박 정부였던 2010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 협상 이후 가수 크라운제이의 마약 적발 소식이 전해지자, 미심쩍다는 반응이 나왔었다. 2014년에는 MBC 무한도전에 출연 중이던 방송인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하자, 박근혜 정부가 평소 반(反)정권 성향이었던 MBC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말이 퍼졌었다. 2021년 대선 때는 이재명 후보 아들의 도박 등 의혹이 불거지자, 김남국 의원이 "김건희씨 의혹을 덮기 위해 후보자 아들 문제를 갑자기 터뜨렸다고 생각한다"고 했었다.정치권에서는 이런 음모론이 반복되는 배경에는 한국 정치의 양극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기 위해서라면 터무니없는 주장일지라도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연주 정치평론가는 "음모론은 어느 사회에서나 가능한 일이지만, 민주 국가의 건강성을 해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며 "김호중·강형욱 건으로 영부인 건을 덮으려고 한다는 음모는 척 듣기에도 말이 안 되는데도 확산하는 이유는 우리 정치가 양극단에 있어서다. 공격 수단이 된다면 무엇이라도 갖다가 붙이려는 의도가 있다는 얘기"라고 했다.
김 평론가는 최근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추미애 당선인을 꺾고 국회의장으로 선출되자, 강성 지지자들이 우 의원에게 투표한 의원들을 '수박'(비이재명계 멸칭)으로 규정하고 색출 작업에 나서고 있는 것 역시 음모론의 일종이라고 봤다. 그는 "'수박 명단'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애초에 무기명 투표가 이뤄진 상황에서 불가능한 일인데, 민주당 지지자들은 명단을 만들고 공격하고 있지 않냐"며 "민주당 계열 내지 범야권에서 음모론이 횡행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 굉장히 아쉽다.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건 웃지 못할 상황"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