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풀풀 날리는데 온실가스 줄인다…유럽서 대세 떠오른 '이것' [최형창의 中企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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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홀심·그리스 타이탄 시멘트 탐방
폐콘크리트, 벽돌 등 모아 다시 시멘트 생산에 사용
한국과 비교해 중형차 10만대 덜 다니는 효과
![](https://img.hankyung.com/photo/202405/01.36844503.1.jpg)
시멘트의 주원료인 클링커(탁구공 크기의 덩어리)는 광산에서 캔 석회석에 점토 등 부원료를 섞어 소성로에서 1450도 초고온 가열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클링커를 분쇄하고 석고와 혼합하면 시멘트 분말이 된다. 클링커 1톤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은 850㎏. 하지만 홀심은 이를 평균 700㎏(시멘트는 1톤당 이산화탄소 495㎏ 배출)까지 줄였다. 국내에서는 시멘트 1톤당 이산화탄소 700㎏ 배출하는데, 이것과 비교하면 중형차 10만대가 덜 다니는 효과다.홀심시멘트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클링커 제조시 부원료로서의 폐건자재 사용이다. 베어트홀트 크렌 홀심시멘트 대표는 “연구개발(R&D)을 지속해 성능은 유지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며 “그 결과 클링커 제조 공정에서부터 폐건자재 등 대체원료 사용 비율을 16%까지 올렸다”고 설명했다.
홀심은 시멘트를 생산할 때 클링커가 아닌 대체원료 비중을 25%까지 늘렸다. 석회석으로만 만든다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고로슬래그(제철소 고로에서 선철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성물), 석회석 미분말 등 혼합재 사용 비중을 늘리면서 탄소 배출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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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재 사용 늘리고, AI 접목까지
폐건자재를 시멘트 원료로 쓰는 건 오스트리아만의 특수 사례가 아니다. 지난 20일 찾은 그리스 테살로니키 타이탄시멘트 에프카르피아공장도 2017년부터 폐콘크리트 등 다양한 혼합재를 시멘트 원료로 쓰고 있었다. 홀심 공장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타이탄시멘트에서도 혼합재 사용 비중이 25%에 이르렀다. 타이탄시멘트는 친환경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AI)기술까지 접목해 생산 공정의 디지털전환(DX)까지 이뤄내고 있었다.최근 방문한 유럽 시멘트 현장에서는 친환경 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업계에 노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에는 화석연료 대신 폐기물(순환자원) 사용을 늘리는 방법이 대세였다. 시멘트 생산시 초고온 가열 과정이 필요한 데 이 때 연료로 유연탄 대신 폐플라스틱, 폐타이어 등의 비중을 높여 화석연료를 태울 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인다. 국내 시멘트산업에서 순환자원 재활용률 전체 연료 중 35% 수준에 머물 때 오스트리아 홀심시멘트는 90%까지 늘렸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생산 방식을 바꿔가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피터 호디노트 전 유럽시멘트협회장은 “폐건자재의 혼합재 사용이 보편화된 것은 불과 1~2년 만에 바뀐 모습”이라며 “콘크리트 강도 등 성능이 유지되면서 더 작은양의 클링커로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전세계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하지만 국내에서는 갈 길이 멀다. 유럽에서는 사용할 수 있는 혼합재 종류(10종)가 다양하고, 비중도 36%에 달한다. 반면 국내에서는 고로슬래그, 플라이애시, 포졸란, 석회석미분말 중에서 두 종류만 제한적으로 넣을 수 있고, 비중도 10%에 묶여있다. 김진만 공주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국내 시멘트 업계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선 적극적인 기준 완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매너스도르프(오스트리아)·테살로니키(그리스)=최형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