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로 불렸지만 XGOLF·쇼골프 성공…이젠 일본 흔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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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준 쇼골프 대표골프는 어떤 스포츠보다 보수적이고 전통을 강조한다. 골프 업계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시도나 변화에는 일단 회의적인 반응이 먼저 나온다. 2003년 온라인 골프 예약사이트 XGOLF(엑스골프)가 세상에 처음 나올 때도 그랬다. 골프장이 별로 없던 당시 따로 홍보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손님이 찾아오던 시기였기에 모두가 안 된다고 손사래를 쳤다. 5년 전 ‘세상에 없던 골프 놀이터’라는 슬로건을 내세운 신개념 골프 연습장인 쇼골프를 구상할 때도 주위의 반응은 비슷했다.
XGOLF·쇼골프 사업 구상때
모두들 만류했지만 끝내 성공
日 가고시마 골프리조트 인수
한국시스템 입소문에 분양 쇄도
기존회원 탈퇴없고 만족도 높아
"온천에 레슨·라운딩 함께 이용
가을엔 K팝 콘서트도 열 계획"
모두의 만류에도 사업을 강행해 ‘괴짜’라는 별명을 얻으면서도 조성준 쇼골프 대표(54)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XGOLF는 누적 회원 수 112만명을 자랑하는 국내 최대 골프 부킹 플랫폼으로 성장했고, 쇼골프는 MZ세대 골퍼들의 성지로 자리 잡았다.조 대표의 도전은 끝이 없다. 지난해 12월 일본 100대 기업 다이와 증권 그룹으로부터 가고시마 사츠마 골프리조트를 인수해 일본 골프시장에도 진출할 준비를 마쳤다. 그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과거 XGOLF와 쇼골프를 구상할 때도 ‘안 된다’는 말을 많이 들었지만, 끝내 성공을 이뤘다”며 “일본에서도 사츠마 골프리조트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 최초 日대기업 골프장 인수
가고시마현 중심에 자리한 사츠마 골프리조트는 축구장 약 195개 넓이의 125만㎡ 부지를 자랑하는 대규모 복합 단지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유치한 18홀 코스와 70여 개의 객실은 물론 천연온천, 실내·외 수영장, 천연잔디 축구장, 테니스장, 골프연습장 등 부대 시설도 다양하다.국내 기업이 일본 대기업이 운영하는 골프장을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대표는 “처음엔 일본 내에서도 한국의 중소기업이 자신들의 골프장을 인수한다는 것 자체를 탐탁지 않아 했다”며 “6개월에 걸쳐 XGOLF와 쇼골프의 성공 신화를 비롯해 경영계획, 운영철학 등을 여러 차례 발표하고 설득한 끝에 마음을 돌릴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XGOLF와 쇼골프로 사업 능력을 인정받은 조 대표는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을 기회의 땅으로 점찍었다. 조 대표는 “코로나 엔데믹이 되면 골퍼들의 관심이 해외로 쏠릴 것이라고 예상했다”며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골프도 있지만, 더 가깝고 저렴한 일본에서 골프를 치는 분들이 많아질 것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츠마 골프 리조트는 가고시마 공항에서 차로 35분 거리로 접근성이 좋고, 연중 온화한 기후로 골프를 즐기기에 최적화된 장소”라고 덧붙였다.
○일본서 꿈꾸는 새로운 문화
사츠마 골프 리조트는 인수 초반부터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창립 구좌가 두 달 만에 완판됐고, 1차 구좌도 조기 마감을 앞두고 있다. 한국 기업의 인수에도 기존 회원들의 탈퇴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본규슈골프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내장객 수는 전년 대비 154.5% 상승했다. 가고시마 지역에서는 1등이다.회원들의 만족도도 상당히 높다. 조 대표는 “리조트 내에 한국 직원 10명이 상주한다”며 “한국적인 시스템을 도입해 불편 사항을 빠르게 처리해 주니 일본 분들도 매우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사츠마 골프리조트에 대한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골프장에서도 회원권 분양을 대행해 줄 수 있는지에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최근 공개한 ‘마이너스 5 프로그램’도 인기다. 골프 타수와 피부 나이는 각각 5타, 5세씩 줄이고, 수명은 5세 더 연장하자는 의미를 담은 프로그램을 통해 3박4일 또는 6박7일 동안 골프와 함께 완벽한 휴양을 즐길 수 있다. 조 대표는 “오전에 프로 선생님들께 레슨을 받고 오후에는 라운드를 할 수 있다”며 “헬스장과 수영장도 즐길 수 있고, 무엇보다 온천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라고 소개했다.
조 대표는 사츠마 골프리조트에서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는 골프를 늘 재밌게 접근했다”며 “올가을 골프장에서 소규모 K팝 콘서트를 열기 위해 준비 작업에 들어갔다. 풀파티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K팝 콘서트를 열면 일본 내에서 인지도가 더 높아질 것이고 사업을 확장하는 데 큰 원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