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하다 편하게 창업?"…'아이돌 출신' 카페 사장님 근황 [이일내일]

그룹 레인보우 출신 노을
'카페 사장님' 근황 공개
"올해 카페 오픈 1주년…치열하게"
/사진=노을
신도시의 예쁜 카페. 그곳에서 바쁘게 계산하고, 손님을 응대하는 여성이 있었다. 주문이 밀렸는지 "지금부터 20분 정도 걸릴 수 있다"고 눈을 맞추며 말하면서, 능숙하게 손님을 맞는 '사장님'의 정체는 그룹 레인보우 출신 노을(35)이었다. 오픈 1주년을 기념해 가격 인하 이벤트를 진행하며 "손님이 이전보다 더 몰리고 있다"는 노을은 카페 운영이 "절대 쉽지 않다"면서 오픈 초기 땐 하루에 2시간만 자는 열정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노을이 활동했던 레인보우는 2009년 '가십걸'로 데뷔해 '에이(A)', '마하' 등의 히트곡을 내놓으며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걸그룹이다. 노을을 제외하곤 리더 김재경, '일일극 여신'으로 등극한 오승아, 프로그래머 이두희와 결혼한 후에도 크리에이터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김지숙 등 다른 멤버들은 여전히 연예계에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레인보우 전속계약 기간이 종료된 후 노을 역시 연기자로 전향했지만, "기다림의 시간 동안 여러 아르바이트를 해 왔다"며 "이렇게는 살 수 없을 거 같아 본격적으로 카페 창업을 준비하게 됐다"고 털어놓으며 웃었다.
/사진=노을 인스타그램
▲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랜만입니다. 전 걸그룹 멤버이자, 현 카페 사장 노을입니다. 노을은 본명입니다.(웃음) 활동할 때 쓴 가명으로 아시는 분들도 있는데, 성이 노, 이름이 을 입니다.

▲ 카페에 손님이 대단히 많아요.요즘 1주년 행사를 하느라 더 많은 거 같아요. 지난해 5월 17일에 오픈했거든요. 저도 주문 번호표 보고 깜짝 놀랐어요. 주말에 찍히는 번호가 나오더라고요. 그래도 정신없이 바쁘니 좋네요. 시간도 빨리 가고요.(웃음)

▲ 화려한 무대에 섰던 아이돌 가수였는데, 어떻게 카페 창업을 생각했나요?

걸그룹 활동이 끝나고 연기자로 활동하기 전부터 '뭘 해야 하나', '앞으로 뭘 해야 잘 먹고 잘살까'를 고민했던 거 같아요. 그 후 연기를 시작했는데, 이건 가수보다 더 일이 일정하지 않더라고요. 가수는 그래도 계속 스케줄이 있는데, 연기자는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어요. 오디션 기회를 얻고, 결과가 나오고, 촬영에 들어가고 하는 모든 과정이요.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어요. 편집숍, 카페, 고깃집 정말 다양하게 많이 했는데, 그중 카페가 저랑 제일 잘 맞는 거 같더라고요. 저라고 왜 걱정이 없었겠어요. 제가 18살 때부터 연습생이었고, 연예계 일 아닌 다른 일은 생각하지 않고 10년 가까이 달려왔어요. 어떻게 보면 꿈은 이뤘지만, 목표치까진 도달하지 못한 거 같더라고요. 꿈을 실현하고 그다음 스텝으로 가는 게 어려웠어요. 그런데 카페 일을 하면서 그다음을 생각할 수 있게 된 거죠. '언젠가 내 카페를 차려보고 싶다'는 로망도 생기고요.▲ 카페 오픈과 운영을 위해 어떤 준비를 했을까요?

저희 카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인데, 처음엔 개인 카페를 소소하게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러기엔 제가 가진 자금이 부족하더라고요. (웃음) 사람들은 '레인보우 활동하면서 수억 원을 정산받은 게 아니냐', '레인보우면 못 벌진 않았을 텐데, 그 돈 다 어쨌냐?' 하시는데, 생각하시는 것보다 정산 금액이 많지 않아요. 진행비 빼고, 회사와 나누고, 그걸 또 7명의 멤버가 나눠야 하니까요. 그러다 사적으로 만난 친구들과 진로에 관해 얘기를 하다가 카페하고 싶다는 친구들이 있어서 저 포함 3명이 동업하게 됐어요. 셋이서 할만한 브랜드를 찾게 됐고, 너무 흔하지 않으면서 (메뉴당 가격이) 비싸지 않은 프랜차이즈를 하고 싶었는데 우연히 '읍천리382'라는 브랜드를 알게된거죠. '시골농촌카페'라는 명확한 콘셉트도 재밌더라고요. '우리도 재밌게 꾸밀 수 있겠다' 싶어서 '이 카페를 하자' 이렇게 의견을 모았어요.

▲ 카페를 위례신도시에 오픈했어요. 위치 선정은 어떻게 하신 걸까요?서울에서 시작해 수도권까지 곳곳을 훑으며 알아봤어요. 그러다 여기까지 온 거죠. 저도 이곳을 잘 몰랐는데, 처음 와보니 '오, 좋은데?' 싶더라고요. 그런데 이곳이 신도시다 보니 인테리어가 조금 고민됐어요. 그래서 '우린 좀 더 세련되게 가자' 했죠. 다른 지점 매장을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렇게 세련된 느낌으로 간 건 압구정동에 있는 매장을 제외하곤 저희뿐이에요. 간판이나 이런 소품들, 그리고 사진찍기 좋게 저런 벽면들을 넣었고요. 하나하나 다 신경 썼어요. 그렇게 가게 오픈까지 반년이 좀 안 걸린 거 같아요. 3명이라 추진력이 좋았죠.

▲ "동업하면 안 된다"는 말도 있잖아요. 같이 일하면서 갈등이 불거지는 부분도 있고요.

그런데 저희는 분업이 잘 돼 있어요. 친구들은 외부적인 부분들, 큰 그림을 그리고요. 저는 매장 관리를 책임지고요. 발주부터 손님 응대, 직원 관리 이런 걸 다 맡아서 해요. 저희 매장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 관리도 제가 하고 있어요.

▲ '카페 사장님'을 꿈꾸는 사람도 많지만, 그만큼 폐업률도 높은 분야잖아요.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죠?(웃음) 모든 일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죠. 하고 싶은 열정이 있다면 경험해 보길 추천하지만, 결코 쉬운 건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책임감이 있고, 천재적인 재능이 있고, 자금력에도 문제가 없고, 여유가 되신다면 추천해 드려요. 생각보다 남는 게 별로 없거든요.

▲ 이곳 '월 매출 4000만원'이라고 알려졌는데요.

이 건물이 저희 거라면 남는 게 더 많을 텐데, 그렇지 않으니 다들 비슷하게 힘겨워하시는 거 같아요.(웃음) 그리고 고정 지출액이 커요. 인건비도 있고, 계속 발주도 넣어야 하고요. 그래서 계속 공부하면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거 같아요. 아직 디테일하게 계획이나 목표를 잡진 않았지만,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어요.
/사진=노을
▲ 레인보우 멤버들도 여전히 연예계에서 활동하고 있고, 주변에 그런 분들이 많을 텐데 '다시 카메라 앞에 서고 싶다' 이런 생각은 없으세요?

제가 지금 카페를 운영한다고 해서 '절대 방송 출연 안 해' 이건 아니에요.(웃음) 연예인 생활이 힘들어요. 잘되는 분들도 있지만, 굶주리면서 사는 사람도 많고요. 저 역시 그랬고, 저 스스로 '언제까지 어리석게 붙잡고 있을 거야'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보지 않을까 이런 고민도 있었고요. 거기에 저보다 어린데 자산가가 됐다는 사람들의 얘길 들으면 '현타'가 오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분수에 맞게 살자', '꼭 필요한 거 아니면 소비하지 말자' 이런 주의라 스트레스 안 받는데, 나이를 먹으니 생각이 조금씩 바뀌었어요. 그래서 움직이자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렇게 카페를 운영하는 제 근황이 알려지면서 오히려 유명 프로그램들에서 방송 출연 제안이 왔어요. 그런데 그땐 막 가게를 시작했던 때라 여기에 집중하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무조건 모든 가능성을 막아놓진 않았어요. 좋은 기회가 오고, 타이밍이 맞는다면 할 의향은 있죠. 18살 때부터 달려온 길을 어떻게 쉽게 포기할 수 있겠어요. '연예계 은퇴'는 아니에요.(웃음) 다른 일을 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은 거죠.

▲ 카페를 운영하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사람이 제일 힘든 거 같아요. 저도 일찍 사회생활 하면서 여러 사람 만나봤잖아요. 또 아르바이트도 오래 했으니 '사장이 되도 이만하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자신감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막상 제가 하니 제가 생각한 거 이상으로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에피소드가 생기더라고요. 상상 이상입니다.(웃음)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어요. 서비스직이니 친절하게 응대하는 게 맞지만, 저희가 욕받이는 아니니 조금씩만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또 직원 관리를 할 땐 대학생 친구들은 저랑 나이 차이도 있어서 어렵더라고요. 생각보다 제가 해주는 대로 잘 안 듣는 애들이 많더라고요. (웃음) 내가 말 안 해도 센스 있게 디테일하게 일하는 친구가 없다. 50명 중 1명 있을까 말까. 사람 잘못들이면 망할 수도 있다고 하니. 함부로 못 뽑고. 사람 보는 눈도 있어야 하고. 사람 마음이 내 맘 같지 않고. 못 버티고 나가는 것도 많고. 백종원 님은 정말 대단한 분이구나 싶었어요.

▲ 레인보우 멤버들과도 여전히 끈끈한 우애가 돋보이더라고요.

얼마 전 제 생일 때에도 만났어요. 이제 대화의 주제가 결혼, 출산, 진로 이런 식으로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너무 좋아요.(웃음) 안정적인 생활을 한다는 점에서 저를 부러워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레인보우는 저에게 고마운 그룹이에요. 꾸준히 저희 가게를 찾아와주시는 팬들도 계세요. 단골손님도 있고, 일본, 태국 등 멀리서도 오시고요. 다들 감사하죠.
/사진=노을 인스타그램
▲ 사장님의 근무 루틴이 궁금해요.

저희 가게는 연중무휴입니다. 카페는 쉬지 않아요. 대신 정직원 기준, 돌아가면서 일주일에 이틀씩 쉬고요. 저도 그 친구들과 똑같은 패턴으로 가요. 하지만 쉬는 날에도 발주는 제가 직접 해요. 그래야 마음 편하거든요. 일할 땐 오픈조, 마감조 근무 시간이 다른데, 저는 점장이자 사장이니 일이 제때 안 끝날 때가 많아요. 오픈한 지 얼마 안 됐을 땐 발주 넣을 시간이 없어서 다 정리하면 새벽 1시, 2시가 되더라고요. 가게를 시작하고 열흘은 2~3시간밖에 못 잤어요.

▲ 덕분에 빨리 자리 잡은 거 같아요.

사장이 얼마나 신경 쓰느냐에 따라 다른 거 같아요. 남에게만 맡기면 안 됩니다.(웃음) 저는 제가 다 하나하나 신경 써요. 스트레스는 받지만 그렇지 않으면 더 스트레스받거든요. 재료의 양도 친구들 손 크기가 달라서 하나하나 잡고 알려주고, 더 청결하고 예쁘고 푸짐하게 보이는 방법을 생각하죠. 그래야 손님들이 다시 오고 싶잖아요.

▲ 지난 1년 동안 그만두고 싶던 순간은 없었나요?

요즘도 오픈할 때부터 '이렇게까지 하는 게 맞나' 이런 생각은 해요. 오늘도 했던 걸요.(웃음) 그래도 끝까지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 하는 거죠. 손님과 직원들 사이에서 오뚜기처럼 치이는데, '사장은 외로운 존재구나' 싶을 때도 있죠. 그래도 제가 끈기가 있거든요. 아이돌도 버텼고요.(웃음) 이게 피와 살이 되는 경험이더라고요.

▲ 가게를 운영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요?

가게를 하기 전에 등산도 하고, 러닝도 뛰고, 춤도 추고, 모임이 있어서 같이 하니까 재밌더라고요. 그런데 지금은 다 못하고 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그래도 가끔 참여해보려고 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요즘 100세 시대라고 하잖아요. '청춘'의 범위도 넓어졌고요.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저도 청춘입니다.(웃음) 제 나이가 적지 않지만, 엄청 많은 나이는 아니니까요. 아직 청춘이고, 열심히 해온 일이 뜻대로 안 됐을 때 절망스럽지만 새로운 길을 찾으려다 보면 찾아지더라고요. 다들 포기하지 않고, 잘 고민해서 그 길을 잘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열심히 하는 모두를 응원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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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