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헤센주 학교서 우크라어 가르친다…"연대의 표시"

16개 연방주 가운데 처음 제2외국어 채택
독일 중서부 헤센주가 우크라이나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기로 했다. 헤센주 문화교육부는 올 가을 시작하는 새 학년도부터 우크라이나어 과목을 시범 운영하기로 했다고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 hr방송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연방 16개주 가운데 우크라이나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기는 헤센주가 처음이다.

만프레드 펜츠 헤센주 연방·유럽 담당 장관은 "연대의 표시일뿐 아니라 우크라이나의 정체성과 문화 보전에 기여하는 일"이라며 "우크라이나인들을 고국과 단절시키고 싶지 않다. 반대로 고국으로 돌아가는 다리를 놓고 싶다"고 말했다.

헤센주는 현재 프랑스어·라틴어·스페인어·이탈리아어·중국어·폴란드어·고대희랍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했고 터키어를 시범 운영 중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독일로 거처를 옮긴 우크라이나인은 약 130만명이다. 이 가운데 헤센주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2만명 정도다.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도 늘고 있지만 일부는 언어 문제로 뒤쳐지는 바람에 대입자격시험인 아비투어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올렉시 마케예우 독일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우크라이나어를 유럽 주요 언어로 인정한 것이다. 피란민 학생의 부담을 덜어주고 다른 연방주에도 모범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우크라이나어 사용자는 약 4천700만명으로 슬라브어 계통 언어 가운데 러시아어(1억5천만명)·폴란드어(4천900만명) 다음으로 많다.

헤센주 당국은 우크라이나 출신 교사를 국내 다른 주에서 유치한 뒤 우크라이나어 이외 과목도 맡겨 교사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독일은 베이비부머 세대 은퇴와 청년층의 교직 기피 현상 등으로 만성적 교사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아르민 슈바르츠 헤센주 문화교육장관은 "우크라이나 출신 학생과 교사들에게 각자 재능에 걸맞은 교육과 직업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