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챔프' 전인지로 물든 랭커스터…"홈코스에 다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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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 30일 개막“우리 재단 장학생 모두가 반딧불이가 돼 저와 함께해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러면 언젠가 2015년에 본, 숲을 가득 메운 반딧불이처럼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며 세상을 더 따뜻한 곳으로 가꿔나갈 수 있겠죠.”
2015년 랭커스터서 반딧불이 보고
'누군가를 밝혀주고 싶다' 다짐
기적같은 역전승 후 1만달러 기부
전인지 이름 걸고 장학재단 설립
8년째 지역에 선한 영향력 행사
US女오픈, 9년 만에 랭커스터로
2년째 무관 전인지 '부활' 도전
랭커스터로 돌아온 ‘빛의 천사’ 전인지(30·KB금융그룹)는 2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자신이 세운 ‘전인지 랭커스터CC 장학재단’으로 이루고 싶은 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장학재단의 시작은 전인지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첫 승을 거둔 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CC에서 US여자오픈이 열렸을 때 스무 살 전인지는 3라운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던 중 반딧불이 수천 마리가 밤하늘을 수놓은 모습에 차를 멈췄다. 전인지는 “크리스마스 장식처럼 어두운 숲을 밝혀주는 반딧불이를 보는 순간 ‘누군가에게 반딧불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US여자오픈 우승으로 인연 맺어
반딧불이의 기운을 받은 전인지는 다음날 최종 라운드에서 4타 차를 뒤집는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의 주인공이 됐다. 우승 당시 랭커스터CC 직원과 자원봉사자로 도움을 준 주민들의 따뜻한 환대와 축하에 감동받아 그 자리에서 자선기금 1만달러를 기부했다. 이듬해에도 랭커스터를 찾아 기부금을 전한 전인지는 2017년 랭커스터CC의 제안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장학재단을 설립했다.전인지 랭커스터CC 장학재단은 매년 랭커스터CC 직원과 가족, 캐디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전인지는 “지금은 랭커스터CC 회원이 재단 이사진을 맡아 재능을 기부한다”며 “지속 가능한 탄탄한 재단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오랜 스승인 박원 코치를 비롯해 전인지의 뜻을 알아준 후원사들의 적극적인 지원, 랭커스터 지역 주민의 참여가 장학재단을 8년째 이끌어온 힘이 됐다. 전인지는 “재단의 도움을 받아 대학에 진학한 장학생들이 사회인이 돼 재단 활동에 적극 참여하려는 모습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선한 영향력의 의미를 가슴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 이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고,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부분으로 가꿔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9년 만에 랭커스터로 돌아온 US여자오픈
올해 US여자오픈은 오는 30일부터 나흘간 랭커스터CC에서 LPGA투어 올해 두 번째 메이저 대회로 펼쳐진다. 전인지는 “제가 우승한 이곳에서 9년 만에 US여자오픈이 개최되니 설렘 그 자체”라면서 “대회 주최는 미국골프협회(USGA)지만 홈 코스이기 때문인지 제가 대회 호스트인 듯한 착각이 든다”며 웃었다.USGA는 이번 US여자오픈 준비 및 홍보 과정에서 전인지에게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다. 대회가 열리는 랭커스터 지역에선 전인지의 9년 전 우승 당시 사진을 쓴 광고를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전인지는 “많은 관계자가 이번 대회에 두 명의 디펜딩 챔피언 있다고 한다”며 “한 명은 지난해 우승자인 앨리슨 코푸즈(미국)이고, 다른 한 명으로는 코스 디펜딩 챔피언으로 나를 언급해준다”고 말했다.2022년 6월 메이저 대회인 KPMG 여자 PGA 챔피언십 이후 2년 가까이 우승 기록이 없는 전인지는 이번 대회에서 부활을 꿈꾼다. 2주 전 미즈호 아메리카스 오픈에서 공동 14위로 올 시즌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그는 “많은 분이 기대하는 만큼 저 역시 이번 대회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며 “최근 허리 통증이 이어진 탓에 부담이 커진 부분도 있지만 통증의 원인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은 만큼 의욕적으로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