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전장'된 에너지…민주당, 트럼프와 석유업계 간 유착 조사

사진=REUTERS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석유·가스 산업계와의 유착 혐의를 겨냥해 조사에 착수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 시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관련 규제를 철회하는 대가로 화석연료 에너지 기업들로부터 10억달러의 선거 기부금을 받으려 했다는 혐의다.
2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들은 엑슨모빌을 비롯해 셰브런, 옥시덴탈 페트롤리엄 등 에너지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들에게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회동에서 트럼프로부터 약속받은 내용들과 현재까지 트럼프 진영에 기부한 내역을 제출하라"는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2일 미국 에너지 기업 본사가 밀집한 텍사스 주에서 열린 후원 행사에 참석했다. 트럼프 캠페인은 그와의 회의 참석 대가로 10만달러를, 사진 촬영 대가로는 2만5000달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 같은 선거 후원금이 바이든 정부의 에너지 규제 정책을 폐기하는 대가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마라라고 회의에서 석유기업 경영진이 "바이든 행정부에 로비하느라 4억달러를 썼는데도 부담스러운 규제가 계속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고,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에게 후원금을 주면 바이든표 정책들을 뒤집겠다는 공약을 노골적으로 내걸었는 워싱턴포스트(WP) 등의 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특히 그가 "여러분이 나를 백악관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10억달러를 모금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액수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민주당 소속 셸든 화이트하우스 상원 예산위원회 위원장과 론 와이든 재정위원회 위원장 등은 서한에서 "이처럼 돈과 정책을 거래하는 것은 정실주의와 정치 부패의 온상"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들 기업이 트럼프 2기 행정부에 요구할 자신들의 청원 사항이 담긴 행정 명령 목록을 미리 작성하고 있다는 의혹도 꼬집었다. 최근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미국 화석연료 기업들이 트럼프가 재선될 경우 액화천연가스(LNG) 신규 수출 재개, 연방 토지 시추권 확대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행정 명령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별개로 최근 미 법무부에 "에너지 대기업들이 대중들에게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기만하고 있다"며 관련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미국석유협회(API) 대변인은 "민주당의 행보는 또 다른 선거철 쇼"라며 "석유업계 경영진은 대선 후보자나 정책 입안자들을 만나 건전한 에너지 정책의 필요성을 논의하고 있을 뿐이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대선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에너지(및 기후위기 분야)는 바이든과 트럼프 간의 핵심 전장이 됐다"고 전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