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 환경·건강을 좌우…푸드 택소노미 필요”

80억 인구의 식이를 관리하면 2030년까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 가까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아가 지속가능한 식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대사증후군의 발생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환경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선 푸드 택소노미 개념의 정립이 시급해 보인다.
[한경ESG] 이슈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간의 활동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은 더 이상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기후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 인류세(人類世)는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특히 온실가스배출이 지구 생태계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마련하고 기업 비즈니스를 바꾸는 것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서도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매일 하루 적정량을 섭취해야 하는 ‘식이’(食餌, 생존을 위한 먹거리)의 선택으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

모든 식자재는 인간이 섭취하기까지 푸드 시스템이라는 공정을 거친다. 이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모든 경제활동을 포함한다. 푸드 시스템에서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전체 온실가스 중 37%가 배출된다. 세계자연기금(WWF), 유엔환경계획(UNEP) 등은 전 세계 80억 인구의 식이와 관련한 생산·가공·공급·배분·폐기하는 과정을 관리하면 2030년까지 전체 배출량을 20%가량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식이가 기후 위기 등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지금까지 보건학에서는 식이와 건강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질병 예방을 위한 식사 지침만을 개발해왔으며, 이 과정에서 환경 안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하지는 못했다. 지난 2019년 잇-란셋(Eat-Lancet) 보고서가 환경과 건강 모두에 안전한 지속가능한 식이(sustainable diet)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관련 연구가 늘고 있다.식이, 환경·건강에 직접 영향

특히 국외에서 지속가능한 식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다. 육식처럼 온실가스배출량이 높은 식습관이 심장병과 제2형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을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대표적이다. 채식 위주의 낮은 온실가스배출 식단이 영양 섭취에 유리하거나 심혈관질환, 관상동맥질환, 암 발생, 그리고 사망률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와 관련해 직접 연구를 실시했다. 2023년 실제 사람들의 식이 섭취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배출량과 건강의 연관성을 메타분석한 결과 온실가스배출이 많은 육류 위주의 식이 조절을 하는 경우 만성질환 위험이 4% 정도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아직 한국은 지속가능한 식이와 관련한 연구가 몇 건 없다. 지금까지 다양한 식품 항목에 대한 온실가스 데이터베이스가 없었기 때문이다. 올해 제7기 2016~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활용해 푸드 시스템 관련 온실가스배출계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결과, 한국인은 식사 과정에서 하루에 약 5.08kgCO2eq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었다.

이 연구에서는 특정 식이 패턴에 따른 온실가스배출량이 많을수록 대사증후군이 증가 또는 감소하는 것을 밝혀냈다. 육류 자체를 적게 섭취하는 농촌 지역 사람들은 육류를 자주 섭취하더라도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육류 섭취가 많은 도시인은 육류를 자주 섭취할 경우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13% 증가했다.

나아가 농촌과 도시 두 지역에서 고기 섭취는 적게, 유제품과 과일을 많이 섭취하면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각각 13%와 15%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단백질 공급원을 온실가스배출량이 비교적 높은 육류에서 배출량이 낮은 유제품으로 일정량 대체해 섭취하면 질병 위험이 낮아지고 온실가스배출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처럼 지속가능한 식이와 관련한 연구는 ‘육류 섭취 감소’라는 결과를 유도한다. 기존 연구는 건강 중심 식품군 등 유형화된 식이 패턴의 환경 영향만을 분석했고, 실제 식이 섭취량이나 푸드 시스템 전체는 고려하지 못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식이 지침을 위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
자료 : 직접 작성
푸드 그린 택소노미 마련해야

식품의 전통적 분류체계는 동식물학적 분류를 기반으로 한 20가지 식품군(곡류, 감자·전분류, 당류, 두류, 종실류, 채소류, 버섯류, 과일류, 해조류, 음료, 주류, 양념류, 육류, 난류, 어패류, 우유류, 동물성 유지류, 식물성 유지류, 동물성 기타, 식물성 기타)과 식품의 영양적 가치를 고려해 6개 식품 분류체계를 주로 사용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속가능한 식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환경까지 고려한 새로운 식품 분류체계 확립이 필요하며, 이를 ‘푸드 그린 택소노미(Food Green Taxonomy)’라고 한다. 푸드 그린 택소노미는 푸드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고 촉진하는 틀로, 이는 환경영향을 측정하고 지속가능성을 정량화하는 기반을 제공해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 정책 및 규제 개발을 지원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기관은 이를 활용해 친환경 식품 산업 관행을 장려하고 시행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분류체계를 보건 연구에 적용해 푸드 시스템에서 온실가스배출과 건강의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다. 한국인을 위한 지속가능한 식이 패턴을 식별해 국민에게 전달, 식이 선택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널리 알릴 수 있다. 사실 사람들에게 “환경을 위해 온실가스배출량이 적은 식이를 해야 한다”고 하면 효과가 없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과 환경을 고려한 푸드 그린 택소노미를 통해 관련 분석 결과를 보여주면 자신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온실가스 감축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될 것이다.


홍지연 한양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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