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형의 EU를 향한 시선] 유럽의회 선거와 그린딜 정책

AFP연합뉴스
5년마다 치러지는 유럽의회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6월 6일부터 나흘간 치러지는 이번 선거를 통해 27개 회원국 4억 명을 대표하는 720명의 의원이 선출된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면 유럽연합(EU)이 그동안 추진해온 친환경 정책이 연속성을 잃을 수도 있어 이목이 쏠린다.

EU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그린딜(Green Deal)’ 정책을 통해 저탄소·친환경 경제로 전환하고 있다. 작년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맞서 ‘그린딜 산업계획’을 발표하며 EU 역내 기업에 대한 친환경 보조금 확대와 규제 완화, 친환경 산업에 중요한 핵심 원자재의 안정적 공급 등을 추진 중이다. 4월 말 유럽의회는 현 의회 임기 내 마지막 본회의에서 탄소중립산업법을 의결해 그린딜 산업 계획과 관련한 주요 법안의 입법을 마무리 지었다.
그동안 EU는 핵심원자재법과 탄소국경조정제도, 산림전용방지 규정, 에코디자인과 배터리 규정 등 순환경제 관련 법안을 도입하며 전 세계 탄소중립의 규정 제정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유럽 내 친환경 정책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올초 유럽 전역에서 트랙터를 앞세운 농민 시위로 EU는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살충제 사용 등 친환경 규제에 있어 한 발 물러서야 했다. 환경과 인권 보호를 위한 공급망실사지침도 기업 경영 부담을 이유로 적용 대상 기업 범위를 원래 계획보다 축소했다.

이번 선거에서 극우 정당의 세력 확대도 그동안 추진해온 그린딜 정책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정체성과 민주주의(ID)’ 그룹은 과도한 기후 정책을 반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움직임이 그린딜 정책의 좌초로 이어질까? 그럴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이미 그린딜은 유럽에서 중요한 정책 이니셔티브로 자리 잡았다. 극우정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면 정책 우선순위가 환경보다는 국가주의나 이민 규제 같은 이슈로 바뀔 순 있겠지만, 그린딜 정책은 일부 수정이나 시기 조정을 통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우리가 EU에서 만드는 관련 규정을 모니터링하고 대비하는 것을 멈춰서는 안 되는 이유다.EU는 전 세계 기후변화 대응 정책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으며 그린딜 정책을 통해서 주도권을 유지하려고 한다. 미국과 중국의 경쟁 속에서 앞으로 EU가 탄소중립을 위한 규범 제정자 역할을 지속하고 어떻게 친환경 정책을 선도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그린딜과 관련된 주요 법안을 마련했으나 위임법이나 시행령 등의 입법이 필요하다. ‘과불화화합물 규제’와 같이 내용적 합의를 이루지 못한 규정이나 반대 목소리가 높은 규정도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임태형 KOTRA 브뤼셀 무역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