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환율 전쟁…韓 경제, '중간자 위기' 닥치나?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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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선 다가오자미국 대통령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경제 이슈 가운데 쌍둥이 적자 문제가 대선 결과를 좌우할 정도로 크게 부각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엎치락뒤치락 경합을 벌이고 있는 조 바이든과 도널드 트럼프 양당 후보는 앞당겨진 TV 토론을 앞두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최대 적자국인 중국에 대해 연일 고관세 부과 공약을 내놓고 있다.
'중국 때리기' 심화
中도 맞불 정책 꺼내
G2 환율전쟁 우려
韓, 선제대응 나서야
1980년 초부터 거론되기 시작해 이제는 미국 경제의 고질병이 된 쌍둥이 적자 메커니즘은 이렇다. 무역적자가 확대되면 그 폭을 메우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한다. 그 결과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고 다른 한편으로는 국채금리가 상승해 궁극적으로 경기가 침체한다는 것이 이 이론의 골자다.대중국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선수를 친 진영은 피터 나바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와 같은 중국 강경론자들이 포진한 트럼프 측이다. 집권 1기 반성을 토대로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60%의 고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너무 국수주의적이지 않으냐는 비판에도 7개 경합주에서 모두 바이든 후보에게 앞설 정도로 표심을 파고들고 있다.당황한 바이든 후보 측은 한술 더 떠 올해 8월부터 중국산 전기차 등에 100% 관세를 때리겠다는 방침을 뒤늦게 내놓았다. 법적 근거로 미국 통상법 시리즈 중 안보와 관련된 232조를 들고 있으나 필요하면 의회 승인 없이 대통령 행정명령으로 발동 가능한 슈퍼 301조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각국에 충격을 주고 있다.
직접 타깃 국가인 중국이 내놓은 대책은 더 충격적이다. 대미 통상정책 기조인 ‘팃 포 탯(tit for tat·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대로 관세로 맞대응할 뿐만 아니라 위안화 절하 카드까지 들고나왔다. 미국의 고관세는 가격 할증 정책이기 때문에 위안화 절하로 대응하면 무력화되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더 무서운 것은 ‘디플레이션 수출’로 미국 경제에 차이나 쇼크를 주겠다는 숨은 의도가 깔려 있다는 점이다.미국 대외경제정책 역사상 유치산업 보호와 자유무역 창달을 위해 중국의 디플레 수출과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용인한 것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중국의 경제 위상을 미국과 패권을 다툴 수 있을 정도로 키워줬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위안화 절하 카드를 활용한 디플레 수출로 첨단기술 산업에 차이나 쇼크가 발생하면 중국에 역전당할 확률이 높아져 미국으로서는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응은 ‘투 트랙’이다. 대내적으로는 강달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사용해온 국채 재매입(buy back)을 더 강화해 달러 가치를 아예 평가절하시켜 위안화 절하에 맞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달 발표될 환율 보고서에서도 BHC(베넷-해치-카퍼) 원칙과 상관없이 중국을 환율심층대상국(종전의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 경제를 이끄는 양대 국가가 자국 통화 평가절하로 경쟁하면 글로벌 환율 전쟁이 발생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특정국의 인위적인 자국 통화 평가절하는 인접국과 경쟁국에 그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하는 근린 궁핍화 정책이기 때문이다. 중심국이 자국 통화를 평가절하하면 그 피해는 더 커진다.미국은 대외적으로는 일본, 한국과 같은 유사 입장국(like minded country)과 연대해 중국의 팃 포 탯 대응을 무력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무역투자촉진프레임워크(TIPF)나 경제동반자협정(EPA)에서 실효성이 입증된 이 전략은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거버넌스에 제동이 걸릴 여건에서는 아주 유효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WTO나 자유무역협정(FTA)은 협상에 수년이 걸리고 입법기관의 비준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TIPF나 EPA는 이상기후, 공급망 확보, 디지털 전환, 난민, 마약 등과 같은 다양한 이슈를 다룰 수 있고 입법기관 비준과 관계없이 행정부 차원에서 손쉽게 맺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세계 경제에 음(陰)의 메가 트렌드가 엄습하는 상황에서 우리 내부적으로는 각종 기득권 싸움으로 갈라파고스 함정에 빠져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중간자 위기가 닥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이 높아졌고 수출이 좀 잘된다고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모두가 ‘프로 보노 퍼블릭코’(공익을 위하여) 정신을 발휘해야 할 때다.